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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관리계약지역 코앞에 신도시개발 중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지정 막은 이유는 역시 신도시

등록|2009.07.29 15:45 수정|2009.07.29 15:45
지난 2005년 2월 국립환경연구원은 환경부에 한강하구 습지보호구역 지정 관련 조사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강하구역은 자갈, 모래, 뻘 등의 자연지형과 버드나무군락, 갈대군락, 농지 등을 형성하고 있는 대규모 습지와 멸종위기종 저어새의 산란지인 유도 등이 분포하여 저어새, 매, 흰꼬리수리, 재두루미 등의 희귀 철새와 삵, 고라니, 멧돼지 등의 포유류, 맹꽁이, 금개구리 등의 양서-파충류, 붉은발말똥게, 밀새우, 참게, 각시새우 등의 무척추 생물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라 했다.

▲ 2006년 지정된 한강하구 습지보호구역 ⓒ 이장연


▲ 한강하구 일대 개발로 습지보호가 절실했었다. ⓒ 이장연


특히 한강하구는 금강, 낙동강, 영산강 등 대부분의 강하구가 농수확보나 간척사업(방조제)으로 막혀 있는데 반해, 유일하게 하구둑이 건설되지 않아 하구생태계가 훼손되지 않고 자연스레 살아 있는 국내 유일의 강하구다. 주변에 광범위한 자연습지가 형성되어 있어 천연기념물 물새 24종과 환경부지정 법정보호종인 물새 21종을 포함한 7만여 마리의 물새가 보고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환경부는 김포시 고촌면 신곡리 수중보에서 강화군 양사면 철산리 하천제방에 이르는 총길이 43.5km, 면적 76.7㎢에 이르는 한강하구 유역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 했었다.

그런데 김포시가 신도시 개발에 따른 피해와 한강 범람 위협, 해당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상의 제한 등을 이유로 습지보호지역 지정에 반대했다. 그렇게 일대 논란과 주민 갈등이 일었고 결국 환경부는 철책선 안쪽에 대해서만 습지보호지역 지정과 행위제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철책선 안쪽 뿐만 아니라 철새들이 먹이활동을 하는 배후지에 대한 습지보호구역 지정이 필요했지만... ⓒ 이장연


▲ 김포시는 신도시개발을 이유로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반대했다. ⓒ 이장연


▲ 김포신도시 개발로 습지가 매립되어 가고 있다. ⓒ 이장연


그 뒤 신도시 개발, 일산대교 건설, 고속화도로, 골재채취 등으로 한강하구 주변 각종 개발과 인구증가에 따른 폐수 유입으로 하구 주변 수질의 부영양화가 심각해지고, 기형어류 출연빈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야생동식물 서식지 파괴가 우려되는 가운데, 한강하구 습지보호구역은 반쪽짜리가 되어 2006년 4월 지정되었다.

그 사이 습지보호구역 지정에 반대하던 김포시는 무슨 일인지 '생태계 우수지역의 철새서식 환경보호를 위한 생물다양성 관리계약 사업'을 시행한다고 2005년 8월 5일 밝혔다.

생물다양성 관리계약 사업은,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철새도래지, 생물다양성 우수 지역 등을 보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장이 토지의 소유자 또는 관리인과 경작방식의 변경, 철새먹이 제공, 습지의 조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 내용의 이행 여부에 따라 실비를 보상하는 제도다.

▲ 김포시가 생물다양성 관리계약 지역으로 지정한 운양동 농경지 일대 ⓒ 이장연


▲ 야생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지역 코앞에... ⓒ 이장연


그때 생물다양성 관리계약 사업으로 지정된 바 있는 김포시 운양동 일대를 둘러봤다.

김포신도시 양촌지구 개발을 위해 거대한 중장비들이 굉음을 울리며 터닦기 공사가 한창인 곳은, 백로떼가 주요 먹이터로 삼았던 물논과 모담산 자락이 통째로 사라지고 있었다. 연을 재배하는 물논에 백로떼가 모여 있는게 눈에 띄였지만, 빠른 속도로 주변 습지와 번식지인 숲이 사라져 백로들의 서식생태가 교란받고 있다.

참 답답한 풍경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 없을 김포시의 생물다양성 관리계약 사업이, 김포신도시 개발을 위한 면죄부와 같은 역할을 한 게 아닌가 싶었다. 원주민들의 삶터 뿐만 아니라 야생동식물의 서식처마저 손쉽게 빼앗기 위해, 철새보호와 농가피해 구제란 보기 좋은 카드를 내놓았던 것 같았다.

▲ 백로가 번석하던 주변 습지와 숲이 급격히 사라져 번식을 못하고 있다 한다. ⓒ 이장연


▲ 습지가 파괴되지만 막을 길이 없다. ⓒ 이장연


▲ 삭막한 신도시개발을 위해 사람들은 생명의 습지를 포기하고 말았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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