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불통 교장? 문제는 승진 방식이야!

등록|2009.07.29 18:22 수정|2009.07.30 10:17

▲ 양산 화제초등학교 학부모와 지역민, 총동창회는 지난해 11월 5일 오전 경남도교육쳥 현관에서 '교장공모제 시범학교' 지정 등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 윤성효


독자들 중 학창시절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대부분 손사래를 칠 것이다. 그 시절은 추억이면 족하지, 다시 입시의 고통을 받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학창시절에 봤던 시험만 해도 몇 회던가? 고통의 추억이 학교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시무시했던 어떤 선생님을 또 봐야 한다.

초등학교 학부모가 되어 보면 당장 유치원에 비해서 학교가 얼마나 친절하지 않고, 문턱이 높은가를 실감하게 된다. 아이의 말을 통해서 듣는 학교의 모습은 여전하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의 학교는 과거에 비해서 좋아진 면이 있다. 도시락 싸느라고 고생했던 어머니의 노고가 덜어졌다. 선생님들의 체벌이 예전만 못하다. 학부모들도 더 이상 교사에 비해 약자는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학교에 대해서 그리고 교사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다. 교원평가 찬성 여론조사를 보면 거의 85-90%를 육박한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학교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학창 시절을 경험하고, 학부모가 된 우리들의 관심사는 기껏해야 담임교사이고 교과 담당 교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들은 사실 학교에서 깃털에 불과하다. 몸통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바로 교장이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교장에 대한 담론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늘 아쉽다.

교사로 만난 '불통' 교장들

나 역시 교사로 있으면서 존경할 만한 교장을 거의 만나보지 못했다. 첫 번째 교장은 외형적으로 인자한 모습을 가지신 분이었지만 교내 체육대회 응원을 할 때,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응원했다는 이유로 학생 부장을 전체 회식 자리에서 불러서 큰 소리로 야단을 쳤다. 죽도록 고생한 교사를 그렇게 밟았다.

두 번째 만난 교장은 학생 부장만 10년 이상을 했다고 한다. 아이들을 대하듯 교사를 대했다. 직원 회의 시간에 교사가 이의를 제기하면 고함을 지르면서 "앉으세요. 앉으라고!"라면서 대화의 싹을 밟았다. 복도를 지나가다가 수업중 학생이 엎드려 있으면 그냥 문 열고 수업에 들어가서 자는 아이를 때리거나 불러서 복도에서 때렸다. 그 교장이 지나가면 아이들은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교사인 나도 떨렸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세 번째 만난 교장은 그가 부임하던 날 교회 임원들이 와서 같이 예배를 드렸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했으나, 여지 없이 기대가 무너졌다.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도통 관심이 없고, 매일 자신의 검정색 그랜저를 하루 두차례 씩 세차만 했다. 주차장 시설 확장 공사까지 대대적으로 했다.

네 번째 교장은 매일 옆의 학교랑 우리 학교를 비교했다. "그 학교는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에 몇 % 학생들이 참여하는데, 우리 학교는 왜 이 모양이냐"면서 늘 역정을 냈다. 참다 못한 나는 이렇게 말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매일 00고와 우리 학교를 비교하시는데, 그 학교에서는 매년 학교 축제를 하고, 우리 학교는 격년마다 합니다. 그것은 왜 안 따라하십니까? 저는 우리학교 교장선생님이 00고 교장선생님이신지 헷갈립니다."

다섯 번째로 만난 교장은 소통을 도통 모르는 꽉막힌 분이었다. 직원들에게 설문조사를 돌리는 것, 메신저에 글을 남기는 것도 다 자신의 결재를 맡고 하라고 했다. 교내 모든 유인물은 부장급 이상 결재를 해야만 했다. 오로지 입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학교가 산다면서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 심화학습 양을 늘렸다. 주말에도 방과후 학교를 개설했다. 교장실에 몇 번이나 혼자 들어가서 조목조목 이야기를 해도, 불통이었다.

"김선생의 이야기가 맞지만, 나는 김선생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는 없네. 교장의 체면이 있기 때문일세."

운이 아니라 교장 발굴 시스템이 문제

이런 모습은 내가 운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교장 발굴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나는 후자 요인이 더욱 크다고 생각한다. 교장 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승진형 교장과 공모제 교장이 있다. 우리나라 교장은 주로 승진형 교장이 주류를 이룬다.

여기서 잠시 교장 승진 체제를 소개하겠다. 교장이 되려면 먼저 교감이 되어야 한다. 교감이 되려면 교사 경력이 최소 20~25년이 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연공서열적 요소가 강하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실적을 중시하는데, 경력점수, 연구 점수(대학원 및 교사연구대회 실적), 연수점수(1정연수 및 직무연수 등), 10년간의 근무평정 점수(보통 한 학교에서 1등 '수'를 승진직전 2년 이상 취득해야 함), 가산점(벽지점수, 담임점수 등)을 합산한다. 그 점수를 교육청에 제출하면 교육청에서는 순위 명부를 작성해서 일정한 등수 안에 든 교사를 교감으로 선발하게 된다. 그 경쟁은 매우 치열한데, 소수점 셋째자리까지 경쟁을 한다고 한다. 교감이 되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대략 3-6년 정도 근무를 하면 교장으로 임용된다. 조금 더 빨리 교감이 되려면 장학사나 연구사 시험을 보면 된다. 

이러한 교장 임용 제도는 교사를 움직이는 외적 인센티브의 핵심 기제이다. 예컨대, 교사들이 담임을 서로 안하려고 하면, 담임 가산점을 승진점수에 부여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섬이나 벽지에 교사들이 가지 않으려고 하면 벽지 가산점을 주면 문제가 해결된다. 근무평정의 경우, 대부분의 교사들이 이 점수를 잘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교장이나 교감의 명령을 잘 이행하게 되고, 그것이 학교를 추동하는 핵심 동력이 된다. 이처럼 현행 승진제도는 조직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교장은 유능하고 평교사는 무능하다?

이처럼 교장 승진제도가 나름대로 순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가지고도 있다. 주로 제기된 문제는 첫째, 교직 내에 승진이라는 가치가 지나치게 팽배해 있으면서 평교사의 삶을 비하하는 풍토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대학 교수가 총장이 되었다가 교수로 돌아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교장이 평교사로 내려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교장이라는 직위 자체가 보직의 개념이 아닌 승진의 개념으로 작용하면서 교직 문화의 왜곡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교사의 본질이 수업과 학급운영인데, 본연의 일을 하고 있는 평교사는 무능한 것으로, 행정업무를 하고 있는 교감 교장은 유능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근무평정 점수는 승진 점수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데,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교육철학이나 가치를 내세워서는 안되고, 상급 관리자들의 지시와 명령에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합리적인 논의와 토론이 학교에서 사라져 버리게 만든다. 학교의 획일화는 교장의 획일화인데, 근무평정 점수는 그러한 획일화된 교사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도구이다.

셋째, 승진하기 위해서는 수업이나 학급운영보다는 별도의 점수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심지어, 대학원을 두 개를 다니거나, 연수를 받을 때도 시험문제에 나오는 것에 온통 관심을 기울인다.

넷째, 제대로 된 리더십 발굴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벽지에서 몇 년 근무를 한 것이 그 교사의 성실성과 헌신성에 대해서 말해줄 수는 있지만, 교장의 리더십과 구체적으로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현행 승진제도는 별도의 점수 관리를 하면 교감을 거쳐 교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철학과 가치, 교육관, 리더십, 능력과는 상관없이 교장이 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충분한 검증 장치가 없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더 심하게 말하면, 학교의 비전과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아도 별도의 점수 관리만 잘 하면 교장 교감이 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내부형 공모제가 해법

해법은 무엇인가? 나는 공모제 교장 제도가 적극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모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교장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공모할 수 있는 초빙형 교장제이다. 그런데 이 초빙형 제도는 문제가 많다. 교장은 공립의 경우, 최대 8년까지 할 수 있는데, 일찍 교장이 된 분들이 초빙형을 통해서 교장 정년을 연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초빙형 제도는 공모제의 개념에 굳이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

두 번째는 교사가 아니어도 학교 직무 관련 종사자가 공모할 수 있는 개방형 공모제이다. 개방형 공모제는 교원단체의 반발이 있고, 교사의 전문성을 지나치게 무시한다는 지적이 있어서 일부 전문계 고등학교에서만 부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나는 개방형 공모제에 대해서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부분적으로라도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다만, 학원측 관계자나 이해관계자들이 학교를 접수하지 않기 위한 견제 및 통제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세 번째로 우리가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 내부형 공모제이다. 내부형 공모제는 단위학교에서 학부모와 교사의 뜻을 모아서 교장 임용 방식을 결정하고, 교장 공모 공고를 내고, 서류 심사와 단위학교 및 교육청 심층 면접을 통해서 교육감이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내부형 공모제는 단위 학교 구성원들이 자신의 학교에 맞는 최적의 자원을 발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교장 지원 풀이 굉장히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제도의 도입과 시행은 너무나도 더디다.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교장 및 교감 그리고 이 제도 하에서 승진제도를 준비한 교사들의 강력한 반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기득권보다는 학교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아니겠는가?

공모제 교장이야말로 이명박 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경쟁과 효율의 가치에 부합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 제도의 도입에 대단히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제도적인 후퇴를 감행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의 강력한 반발이 있기 때문이다. 내부형 공모제 교장 비율을 퇴직 교장 결원의 10%만이라도 의무 비율로 정해준다면 어느 정도 학교수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시도를 이명박 정부는 전혀 하지 않은 채, 교육청과 학교에서 알아서 지정하라는 식으로 떠 넘기고 있다. 결과는 어떠한가?

올해 서울, 광주, 부산, 대전, 충북, 제주, 강원교육청은 내부형 공모제 시범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곳도 지정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교육청 전문직들이 내부형 공모제에 대해서 탐탁지않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자리를 빼앗기는 것이라는 생각에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형 공모에 대해서 무자격증 교장제라느니 특정 교원단체에게 교장을 주는 제도라는 식의 흑색선전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내부형 공모제는 입법화가 아직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재까지는 시범의 의미가 강하다. 그렇다면, 각 교육청에서는 최소한 몇 개만이라도 열어놓고, 그 효과에 대해서 충분히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시범 운영 조차도 교육청 관료들과 교장들의 거부감에 의해서 그 길이 막히고 있는 것이다. 

내부형 공모제는 우선 제도적으로 학교 구성원들이 요구할 수 있다. 내부형 공모제는 교장, 교감, 15년 이상 경력의 교사, 전문직이 모두 지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특정 학교에 가장 부합된 인사를 구성원들에 의해서 선발할 수 있는 장치이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그토록 좋아하는 경쟁에 의한 교장 선발 장치인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 경쟁은 부추기면서 정작 교장 선발을 위한 후보자간 경쟁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공모제에 대해서 전혀 홍보와 의견수렴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학운위나 학부모 임원들이 내부형 공모제에 도입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단위학교에서 공론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교장 담론에서부터 학교는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명박 정부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 교육의 핵심적인 문제는 교장 제도라고… 교육 개혁을 말하려면 먼저 교장 제도를 건드리라고….
덧붙이는 글 김성천 기자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으로,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월간 <복음과 상황> 7월호에 연재한 글을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