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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장로님,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십시오

[서신] 이명박 장로 대통령께

등록|2009.07.30 09:38 수정|2009.07.30 11:00

▲ 28일 오전 11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20여명이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장내 식수와 의약품 반입을 요구하고 있다. ⓒ 권박효원


이명박 장로 대통령님,
쌍용차 사태가 시작된 이후 노조원이 농성하는 곳에 단전단수조치가 이뤄진 지 열흘이 되었습니다. 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무더운 여름에 식수가 없어 빗물을 받아먹고, 에어컨에서 나오는 물로 머리를 감고, 보일러에 남아있는 물을 빼어 밥을 한다고 합니다. 그뿐 아니라 의사의 치료를 요구하는 환자가 200여 명에 이르며, 당뇨병 환자는 빨리 치료를 받지 않으면 다리를 절단할 수도 있다는 보도를 들었습니다.

쌍용차사태를 보면서 용산참사보다도 더 큰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제네바 협정에 적군에게도 식량과 식수는 기본적으로 제공하게 되어 있습니다만,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는 이런 인간의 기본적인 예의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공비행으로 최루액을 뿌리고, 밤이면 전경들이 군홧발 소리를 내어 농성자들이 잠을 이루지 못한답니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 하루라도 샤워를 하지 않으면 몸이 끈적끈적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그들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입장을 전부 지지하는 바는 아니지만, 사측과 공권력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는데, 국민의 마음이 곧 하늘의 마음이라고 했는데 모든 국민이 쌍용차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음에도 이렇게 수수방관하는 정부를 보면서 느끼는 생각은 하늘의 마음을 거스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개신교 장로님이시고, 저는 개신교 목사입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저는 두 성경구절을 떠올렸습니다. 하나는 신약성서 마태복음에 있는 말씀이요 다른 하나는 욥기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이 보잘것없는 사람 중 하나에게 그가 내 제자라고 하여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사람은 반드시 그 상을 받을 것이다(마태복음 10:42).

하나님이 너를 책망하시며 너를 심문하심이 너의 경건함 때문이냐 네 악이 크지 아니하냐 네 죄악이 끝이 없느니라 까닭 없이 형제를 볼모로 잡으며 헐벗은 자의 의복을 벗기며 목마른 자에게 물을 마시게 하지 아니하며 주린 자에게 음식을 주지 아니하였구나 (욥기 22:4-7).

마태복음의 내용은 복잡한 내용이 아니니 더 부연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대통령중심제인 우리나라에서 지금 당장에라도 이명박 대통령께서 "쌍용차 농성자들에게 물을 주라, 단전단수를 풀고 대화로 풀어라!" 한마디만 하시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까요? 저는 단전단수 조치 이후에 이것을 누가 풀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대통령의 한 마디가 결자해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열흘이 다 되어도 아직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서 분노하는 것입니다.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사람은 반드시 그 상을 받을 것이라'고 하십니다. 상 받을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대통령께서 "물을 제공하라!"고 하신다면 하늘의 상뿐 아니라 민심을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민심과 천심을 얻는 방법이 이리도 쉬운데 왜 그걸 못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욥기에 나오는 말씀은 조금 복잡한데 욥이 고난을 당할 때 데만 사람 엘리바스가 욥이 고난을 당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대목입니다. 물론 엘리바스의 착각이긴 했지만, 그 구절에 '목마른 자에게 물을 마시게 하지 아니하며'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목마른 자에게 물을 마시게 하지 아니한 것이 욥의 고난의 원인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는 것, 냉수 한 그릇을 달라고 할 때 뿌리치지 않는 것이 성서의 정신으로 사는 일입니다.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사람들입니다. 더군다나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지도자급에 속하는 장로님이신데, 당신의 말 한마디면 그 많은 이들에게 물을 줄 수 있는데 어찌 모른 체하십니까? 그들은 이 나라의 백성도 아닙니까? 하나님은 악인과 선인 모두에게 골고루 햇살을 비추시고, 비를 내려 주시는 분이십니다. 악인이라고 할지라도 아우성치는 이들의 앓는 소리를 들으시는 분이십니다. 그 하나님을 믿는 분이 어찌 이리도 냉정하실 수 있습니까?

장로님, 그들에게 물을 주십시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쌍용차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십시오.
그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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