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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여 좋다" "차로 둘러싸여 답답하다"

개장 하루 앞둔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시민들

등록|2009.07.31 20:46 수정|2009.07.31 20:58
D-1. 8월 1일이면 광화문 광장이 시민에게 첫선을 보인다. 31일 오전 광화문 광장은 개장을 하루 앞두고 마무리 준비가 한창이었다. 살수차를 동원해 그동안 쌓인 흙먼지를 털어내고 화단을 가꾸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네댓 명의 공사 관계자들은 몰려다니며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일을 끝낸 관계자들은 시민보다 앞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광장 개장 기대하는 시민들  

▲ 8월 1일 시민에게 첫 선을 보일 광화문 광장. ⓒ 최재혁

분주한 모습의 공사 관계자들과 달리 시민들은 스쳐 지나갔다. 몇몇 시민은 잠시 멈춰 광장을 바라보기도 했다. 관광차 대구에서 올라 온 서행진씨는 "전보다 탁 트여서 훨씬 시원한 느낌"이라며 "자손대대로 물려 줄 수 있는 훌륭한 광장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백기현씨는 "광장을 만들어 주변 건물과 도시의 가치가 더 좋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의 개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반면 광장의 구조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답답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광장은 세종로 16개 차로 중 6개 차로를 줄여 조성했다. 사면이 도로에 둘러싸여 있는 구조다. 차로 둘러싸이면 맞은 편 인도 쪽에서는 광장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박기현씨는 "차들에 갇혀 있어서 소음도 심하고 공기도 안 좋아 답답하다"며 "걸으면서 구경하기에는 안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1년 중 절반 이상을 바다에서 보내는 선원인 박종일씨는 "아침신문을 보고 왔는데 사진에는 널찍해 보였는데 와서 보니 좁아 보인다"며 "땅 위의 섬 같다"고 말했다.

경찰, 미 대사관 이유로 집회 제한할 방침

광장은 시민의 주머닛돈으로 만들어졌지만 집회는 사실상 불허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광장사용 조례를 만들 때 '공공질서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경우 조건을 부여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경찰도 집시법상 외국의 외교기관 등 100m 이내에서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광화문 광장 옆에는 주한미국대사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광장을 정부의 부속물로 취급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민 박은경씨는 "시민의 돈으로 만들어 놓고 집회를 못하게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박준선씨도 "집회를 막으려는 것은 시대적인 역주행"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막으려만 하지 말고 넓은 시각에서 비판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과격 집회로 인해 광장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시민도 있었다. 최종일씨는 "시위는 악용되지 못하도록 철저히 막아 광장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화문 광장은 2007년 12월 공사를 시작했다. 총 비용은 453억4700만 원이 들었다. 김광진씨는 "막대한 시민의 돈이 들어간 만큼 시장의 치적으로만 기록되지 말고 시민이 주인이 되는 광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공사 관계자가 개장을 앞두고 해태상에 물을 뿌리고 있다. ⓒ 최재혁



▲ 개장을 하루 앞두고 공사 기간 동안 쌓인 흙먼지를 살수차를 동원해 청소하고 있다.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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