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법원노조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공개하라" 소송

"사법행정과 예산집행의 투명성 확보하고, 국민의 알권리 충족 위해"

등록|2009.07.31 21:15 수정|2009.07.31 21:15

▲ 법원노조 현성훈 사무총장이 대법원장 등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소장을 30일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하고 있다. ⓒ 신종철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이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그리고 각급 법원장 등을 상대로 업무추진비의 상세내역을 공개할 것을 거듭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소송을 냈다.

법원노조(위원장 오병욱)는 30일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서울중앙지법원장의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업무추진비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낸 것.

오병욱 위원장은 "이번 소송은 법원 기관장들의 업무추진비 집행에 대해 국민에게 알림으로써 사법행정과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법원노조는 지난 5월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세부내역의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공개청구서를 법원행정처에 보냈으나, 법원행정처는 개괄적인 업무추진비 유형별 총액만 공개할 뿐 구체적인 사용내역에 대해서는 거부했다.

대법원장의 경우 2008년도 업무추진비로 총 372건에 1억 1539만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외부인사 초청 27회에 1468만원, 각급 법원장 등 다양한 계층의 의견수렴 27회에 1212만원, 직원 경조사 화환 대금 등으로 217건에 3176만원, 우수직원과 격무부서의 격려 및 위로 등으로 22회에 2788만원을 썼다. 이밖에 광복절 등 각종 행사비 등으로 25회에 걸쳐 2895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대법원의 이 같은 공개에 미흡하다고 판단한 법원노조는 지난 6월 재차 지출결의서, 영수증 등 상세내역을 공개할 것을 청구했다. 하지만 되돌아온 답변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공개 거부결정이었다.

비공개결정에 대해 법원노조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공개청구대상정보(지출결의서, 영수증 등)는 모두 지출 용도가 공적인 목적에 제한돼 있고 지출 성격이 기밀성을 띤 것이라고 볼 수 없어 개인의 사생활의 미밀 또는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출결의서나 영수증 등에 혹시 있을지 모를 개인의 주민등록번호나 은행계좌에 관한 정보는 비공개정보에 해당하겠으나, 단지 업무추진비에 대한 증거자료 중 지출대상자 또는 참석자의 이름을 포함한 영수증 상의 단순한 개인정보는 비공개대상정보의 예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노조는 이와 관련한 서울고법이 2002년 8월 내린 판결(2001누17274)도 공개했다.

또한 법원노조가 청구하고 있는 세부내역과 그 증빙서류인 지출결의서와 영수증은 단순한 지출 세부내역과 지출에 관한 증빙서류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를 두고 법인이나 단체의 경영상 또는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라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공개될 경우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한다고도 할 수 없다고 대법원을 반박했다.

법원노조 현성훈 사무총장은 "어느 기관보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법원에서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장의 업무추진비가 법원 판결로 공개되는 현실에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각급 법원장들의 업무추진비가 공개되지 않는 것은 사회투명성과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은 그동안 줄곧 업무추진비 공개를 거부하는 기관장들에 대해 공개할 것을 판시해 왔다. 그러나 법원은 정작 자신들에 대한 업무추진비 공개를 대해서는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법원 안팎의 비난의 목소리가 큰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소송에 대해 법원이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