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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에 감사편지 썼다 혼쭐난 전북도지사, 왜?

[지역언론 별곡 289] 화난 지역민심, '일파만파'... <동아>, 희한한 '칭찬 논리'

등록|2009.08.03 10:59 수정|2009.08.03 14:41
"내려오세요..." 

화난 도민들...전북도청 홈페이지 자유발언대가 김완주 지사의 비난 글로 가득 채워졌다. ⓒ 전북도청



"전라북도를 이명박한테 바치지 그래?" 
"난 큰 절 올릴 생각 전혀 없을 뿐이고... 어처구니없구먼."

한 통의 편지가 천둥과 돌풍을 몰고 왔다. 기세가 만만치 않다. 전라북도 홈페이지 게시판에 난데없이 김완주 전북도지사 퇴진요구와 비난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언론, 정치권도 '사과하라', '자업자득', '사퇴하라'  등의 격한 표현을 앞세워 쏘아 붙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김 지사와 겨룰 만한 상대로 뚜렷하게 떠오르는 인물이 없을 정도로 유력한 전북도지사 후보'로 지목해 왔던 언론들도 차갑게 돌아섰다. '김 지사로서는 억울한 면도 없지 않다'는 일각의 동정론도 일고 있으나 거센 광풍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김완주 전북지사 이명박 대통령에 감사편지, 답장은 '일파만파'

감사편지 '일파만파' <전북일보> 3일 오전 인터넷신문 캡쳐화면 ⓒ 전북일보


거센 논란을 짚기 전에 먼저 짚을 대목이 있다. 청와대가 김 지사의 감사편지를 굳이 공개할 필요성이 있었을까? "반발 여론이 우세한 미디어법안을 두고 장외 투쟁을 하고 있는 민주당을 의식한 청와대가 민주당 소속인 김 지사의 감사 편지를 공개해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연 떠오르게 하는 화두다.

특히 김 지사가 개인적으로 대통령에게 보내는 사신(私信) 성격의 편지를 그것도 정치적 파장이 예견되는데도 이를 먼저 공개한 것은 방법상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대선후보 시절 김 지사에게 '새만금을 정치적으로 보지 말라'고 충고했던 이 대통령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략적 의도가 슬금슬금 묻어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선의지를 밝힌 김 지사에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김 지사가 이 대통령에게 보낸 감사편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전북도청 홈페이지 자유발언대에는 네티즌들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오늘 저와 200만 전북도민들은 대통령님께 큰 절 올립니다"로 시작하는 김 지사의 대통령에 대한 감사편지에 대해 대부분 "이해할 수 없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들이다.

가뜩이나 미디어법 졸속처리 등으로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 극도로 사나워진 시기여서 더욱 진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말과 휴일 이틀 동안 신문을 발행하지 못했던 지역신문들의 월요일자 지면에서 읽힌다.

3일 <전북일보>는 예사롭지 않은 각계 목소리를 실었다. 신문은 '김완주 지사 이 대통령에 감사편지 '파문'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김완주 도지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감사편지 전문이 지난 달 31일 청와대에 의해 공개되면서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며 "주된 파문이 일고 있는 부분은 "존경하는 대통령님! 오늘 저와 200만 전북도민들은 대통령님께 큰 절을 올립니다"고 밝힌 편지의 첫 머리"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민주당원 앞에 사죄하고, 사퇴해야"

기사는 "지역을 대표하는 도백이 200만 도민을 업고 문서를 통해 대통령에게 큰 절을 올린다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신"이라며 "군주시대도 아닌데 대통령에게 큰 절을 올려서 (새만금을) 선물 받듯이 할 일이 아니다"고 지적한 전북참여자치연대 관계자의 말을 부각시켰다.

또 민주당 민생정치모임(대표 이종걸, 간사 문병호)의 심상치 않은 반응을 전했다. "김 지사가 소속된 민주당은 현 시국상황과 맞물려 당초 '큰 절 편지'에 말을 아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는 기사는 "민주당 민생정치모임의 2일 성명서 내용을 부각시켰다. 파장이 커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민주당이 이명박 정권과 전면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당 소속 고위공직자가 군주시대의 충성서약 냄새를 풍기는 감사편지를 보낸 것은 심각한 해당행위"라며 "김 지사는 민주당원 앞에 사죄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일보>는 청와대가 김 지사의 편지를 공개한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는 소식도 함께 실었다. 전북도청 내부에선 "청와대가 '김 지사의 대통령에게 새만금과 관련한 감사 편지를 보냈다'는 정도만 밝히면 될 것을 구태여 무릎을 꿇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구절을 포함해 전문을 공개한 것은 정도를 벗어난 일"이라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

<새전북신문>도 이날 '민주당 민생정치모임 "김 지사 사퇴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민주당 민생정치모임은 2일 김완주 지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감사편지와 관련, '김 지사는 민주당원에게 석고대죄하고 지사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는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뤘다.

감사편지, 정치적 악용 논란?<전북중앙신문> 3일자 1면. ⓒ 전북중앙신문


<전북중앙신문>도 관련기사를 1면 머리로 올렸다. 이날 '김완주 서신, 청와대 공개 논란'이란 제목의 머리기사는 '정치적 이용과 파장'을 우려했다. "청와대가 편지를 공개하면서, 민주당 일각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등 문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됐다"며 "특히 미디어법 처리 이후 여권에 대한 여론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청와대가 이를 만회하려고 이례적으로 사신을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역방송들도 "논란은 김 지사의 순수한 의도와는 달리 청와대에서 편지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며 도민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의 목소리와 시민단체들의 반응에 초점을 모아 보도했다. 그 중 "국회의 미디어법 처리 이후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MB 정부와 전면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소속인 김 지사가 이 대통령에게 '큰 절'이라는 표현의 편지를 보낼 수 있느냐"는 주장이 역시 주목을 끈다. 

<동아일보>, "김완주 전북지사가 보여준 초당적 공복의 자세?"

그런데 뜬금 없다. 서울의 보수언론들은 달랐다. '민주당 소속 전북지사, MB에 깜짝 감사편지', '김완주 전북지사 "대통령님께 큰절 올립니다" MB에 편지', '"대통령께 큰절" 민주당 전북지사의 감사 편지' 등 제목에서 묻어나는 뉘앙스가 지방과는 달랐다. 기사내용은 비슷하지만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배어 있음이 읽혀진다. 청와대를 두둔하고 김 지사를 칭찬했다.     

<동아일보>의 이날 사설은 대표적 사례다. 위기에 처한 김 지사 구하기에 적극 나서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김완주 전북지사가 보여준 초당적 공복의 자세'란 제목은 무얼 말하려는지 짐작이 간다. 사설은 "'대통령님께 큰절 올립니다'라고 시작한 편지에서 김 지사는 7차례나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을 썼다"며 "형식적인 인사치레가 아니라 진심이 담긴 편지임을 느낄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민주당 일각에서 '해당(害黨)행위나 다름없다'는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전북도 홈페이지에도 비난 글이 많이 오르고 있다"며 "그러나 '용기 있다'거나 '정치와 상관없이 정부와 좋은 관계를 설정한 것은 고무적'이라는 반응도 만만찮다"고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김 지사의 팔을 높이 치켜 세웠다.

"지역과 나라 발전을 위해 소속 당파를 따지지 않고 할말을 하는 용기야말로 공복의 바른 자세이며 실용의 정치이다. 이 대통령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청계천 복원사업과 파주 액정표시장치(LCD) 단지 조성에 힘을 실어준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시한 바 있다. 민주당은 김 지사한테서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한다."

'정략과 이념의 굴레에 갇혀 모든 사안을 대립적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말 것'을 주문했지만 사설에서 묻어나는 의제는 지역여론과는 다름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히려 '정치적 해석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 김 지사를 더욱 곤경에 빠뜨리게 하는 글로 읽혀진다.  

"청와대, 하필 이 시점서 민주당소속 단체장 편지 공개한 이유 뭔가?"

한편 민주당 민생정치모임은 2일 성명을 통해 "김 지사는 200만 전북도민의 이름을 임의로 도용한 데 사죄하고 지사직을 사퇴하라"면서 "당 지도부는 김 지사를 당 윤리위에 회부하고 최고위원회에서 출당 조치를 논의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내 강경파가 주축인 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김 지사가 새만금사업과 관련 '이명박 용비어천가'를 보낸 것은 마치 일제 식민지 정권이 한국을 근대화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망발"이라며 "자신의 영달을 위해 민주당과 도민에 씻을 수 없는 수치를 안겨준 행위로 규탄 받아 마땅하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지금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며 "당 소속 고위 공직자가 치졸한 찬양 일색으로 군주 시대의 충성서약 냄새까지 풍기는 편지를 대통령에게 보낸 것은 심각한 해당 행위"라고 몰아붙였다.

아울러 "'200만 도민과 함께 큰 절을 올립니다'고 한 것은 도민의 이름을 도용한 행위"라며 "전북을 통째로 이명박 정권에 헌납하겠다는 발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김 지사를 윤리위에 회부, 출당 조치를 논의해야 하며, 광역단체장의 편지까지 공작적으로 공개한 청와대는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한 대목이 송곳과 같다.

이처럼 파문이 일자 김 지사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감사편지는 본인이 직접 쓴 글"이라며 "정치적 문제가 아닌 행정적 문제에 따른 것으로 순수한 의미의 감사표시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식품산업클러스터와 새만금 사업 등 정부의 각종 지원에 고마운 것은 고맙다고 표현한 것일 뿐"이라며 "그동안 정부에 서운한 건 서운하다, 고마운 건 고맙다고 이야기해 왔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백만 도민을 앞세운 점', '전달 시기', '공개 방법' 등을 둘러싼 논란은 쉬 가라않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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