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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기록 100회째, 오름의 여왕 다랑쉬오름

[제주도여행 ②]다랑쉬오름

등록|2009.08.03 15:26 수정|2009.08.03 15:26

다랑쉬오름오름의 천국 제주도에서 오름의여왕이라 불리는 다랑쉬오름에 올랐다. 아끈 다랑쉬오름에서 조망한 다랑쉬오름... ⓒ 이명화


7월 21일 저녁 7시 부산에서 출발해 22일 이른 아침 7시쯤에 제주도에 도착한 우리는 제주도 여행할 동안 전진기지로 삼을 모구리야영장에 텐트를 쳐놓고 제주도 속살을 만나러 간다. 오늘 첫 여행코스는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는 다랑쉬오름이다.

오전 때만 해도 날씨가 잔뜩 흐리더니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맑아지고 푸른 하늘엔 흰 솜털구름이 떠 있다. 97번 도로를 타고 성읍민속마을을 지나고 삼나무길이 도열해 있는 1112번 지방도를 달린다. 길 양쪽으로 높이 서 있는 짙은 초록의 삼나무 길엔 가끔 차 한 두 대가 지나갈 뿐 한적하고 고저늑한 길이다.

1112번 도로를 가다가 1136번 도로로 접어든다. 한참 달리다보니 용눈이오름이 보인다. 이름을 잘 모르는 오름도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다. 용눈이오름을 옆에 두고 그냥 스쳐간다. 오늘 우리가 만날 오름은 오름의 여왕 다랑쉬오름이다. 1136번도로를 가다가 용눈이오름 가기 전, 바로 앞에서 왼쪽 좁은 길로 접어든다.

다랑쉬 오름

다랑쉬오름들머리 앞에서... ⓒ 이명화


차 한 대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시멘트 길이다. 다랑쉬오름 들머리에 도착, 큰 바위에 새겨진 다랑쉬오름 표시석이 먼저 반긴다. 비자림과 용눈이오름 사이에 우뚝 솟아 있는 이 오름은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해 있는데 제주의 동쪽 일대에 흩어져 있는 오름 군락 가운데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오름이다.

남서쪽의 높은오름(표고 405m)이 있긴 하지만 제주 전역에 널려있는 360여 개의 오름 가운데 최고의 오름으로 꼽는다고 한다. 다랑쉬오름은 표고 382.4m, 비고227m, 둘레 3391m, 면적 800463m₂,저경 1013m, 형태는 원형이다. 오름 밑지름이 1,000여 미터에 이르고 전체 둘레가 3,400여 미터나 되며 둥긋한 사면을 돌아가며 어느 쪽으로나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다랑쉬오름분화구... ⓒ 이명화


산정부에는 크고 깊은 깔대기 모양의 원형 분화구가 움푹 패여 있는데 이 화구의 바깥 둘레는 약 1500m에 가깝고 남북으로 긴 타원을 이루며 북쪽으로 비교적 평탄하고 화구의 깊이는 한라산 백록담의 깊이와 똑 같은 115m이다. 오름 위에는 깔떼기 모양의 넓고 깊게 팬 굼부리가 있다.

몹시 가파른 비탈을 이루고 있으며, 오름 허리까지 삼나무, 편백나무, 해송 등이 조림되어 있고 꼭대기는 억새와 절궂대, 가시쑥부쟁이 등이 자라고 있다. 다랑쉬오름은 다랑쉬마을 이름을 따서 그대로 다랑쉬오름이라고 지은 듯 하다. 오름 주변에는 다랑쉬마을(월랑동)이 있었으나 4.3제주폭동 때 폐촌되었다 한다.

다랑쉬오름에서 내려다 본 평원...검붉은 땅과 방풍림으로 둘러싸인 길과 숲 두루 조망되고... ⓒ 이명화


다랑쉬오름...에서 내려다 본 풍경...성산포 바다가 멀리 조망되고... ⓒ 이명화


다랑쉬마을이라 표시된 나무판자표지판이 보인다. 마을은 없고 빈터는 밭이 되어 있다. 지난 1992년에는 4.3희생자 유골 11구가 발견된 다랑쉬 굴이 있다 한다. 낮 1시 5분, 다랑쉬 오름 들머리로 접어들었다. 제법 높고 가파른 길이다. 탐방로가 잘 되어 있어서 그나마 쉽게 오를 수 있었지만 뜨거운 폭염 속에서 땀을 흘리며 올라간다.
바람 한 점 없는 길이 제법 높이 올라가니 상냥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오르다 쉬다 하며 다시 오른다. 제법 높이 올라가던 중 돌아보면 저만치 용눈이오름과 아끈 다랑쉬오름이 지척에 조망된다. 아끈 다랑쉬 뒤에는 멀리 성산일출봉 등 거의 다 조망되었다. 더 높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오름이 솟아 있는 것 외에는 거의 눈 닿는 곳마다 평원이다. 제주의 특징인 돌담들이 밭과 밭의 경계를 짓고 있는가하면 밭 안에 놓인 무덤들도 돌담으로 울을 치고 있다. 당근 등 농작물을 심기위해 갈아엎어놓은 땅은 검은 빛이 도는 붉은 색이다. 그 사이사이 초록으로 덮인 밭이 펼쳐져 있다. 안부에 도착, 낮 1시 30분이다. 바람이 상쾌하다.

다랑쉬오름 정상에 도착하자 1시 40분이다. 방풍림으로 둘러싸인 평야를 비롯해 우도, 성산일출봉, 제주앞바다, 한라산, 용눈이오름 등 잘 드러나 보인다. 다랑쉬오름의 분화구는 크고 넓은데다가 아주 깊다. 한라산 백록담의 크기에야 비할 수 있겠냐만 그 깊이와 높이만큼은 비슷하거나 같을 수 있겠다 싶다. 움푹 패인 분화구, 그 위를 둘러싼 길을 따라 한 바퀴 빙 돌아본다.

다랑쉬 오름은 오름 그 자체만으로도 규모나 분화구의 넓이, 깊이도 단연 으뜸이지만 오름에서 바라보는 제주 평야와 사방으로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오름이 조망되고 한라산 제주바다 성산일출봉 등 한 눈에 들어와서 더욱 좋다. 다랑쉬오름에서 내려온 우리는 바로 다랑쉬 오름 앞에 있는 아끝 다랑쉬를 만나러 간다.

아끈 다랑쉬오름

다랑쉬 오름에서 내려다 본 아끈다랑쉬오름... ⓒ 이명화


다랑쉬오름에서 바라보던 아끈다랑쉬(작은 다랑쉬)는 부드러운 초원에 넉넉하고 완만한 능선이 눈길을 끌었다. 아끈다랑쉬 오름을 오르는 시간은 약 5분 정도 걸렸다. 탐방로가 다로 설치된 것 없어 미끄러운 흙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아끈다랑쉬 정상에 올랐다.

다랑쉬오름에서 조망할 땐 낮은 풀들이 작은 다랑쉬오름을 뒤덮고 있는 듯 보여서 아주 부드럽고 편한 오름으로 보였으나, 막상 아끈다랑쉬 정상에 오르고 보니 억새풀로 뒤덮고 있다. 바람에 풀잎이 스치는 소리 사르르 사르르...날카로운 억새 잎은 초록빛 날을 잔뜩 세우고 있어 자칫하면 살에 생채기를 낼 것 같았다.

아끈 다랑쉬오름...바람이 억새풀잎에 스치는 아끈다랑쉬 ...풀밭 사이로 걷다... ⓒ 이명화


가을이 오면, 가을이 무르익으면 아끈 다랑쉬에는 그야말로 억새꽃 은빛 물결로 장관을 이룰 것 같다. 오름 전체를 뒤덮은 초록빛 억새물결 사이사이에는 가시 돋친 짙은 보랏빛 엉겅퀴 꽃이 피어 흐드러졌다. 억새와 엉겅퀴 꽃의 조화였다.

풀들이 얼마나 웃자랐는지, 그리고 사람들의 발길이 얼마나 닿지 않았는지, 오름을 둥글게 한 바퀴 돌아보자싶어서 발을 내딛었더니 억새풀들은 무릎을 넘고 허리를 넘나들었다. 억새에 포위된 듯 울창한 억새풀을 헤치며 좁은 길을 따라 걸었다.

아끈다랑쉬...에는 억새풀 사이사이 엉겅퀴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어라... ⓒ 이명화


걷다가 되돌아갈 수도 없다. 뒤 돌아보아도 앞을 보아도 무성한 억새로 뒤덮여 있고, 낮은 풀밭 한 뼘 보이지 않아 발이 갇히고 몸이 갇혔다.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마치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올무에 빠진 듯한 기분으로 발밑이 보이지 않는 억새밭사이를 막대기로 살살 헤치면서 한 바퀴 빙 돌고 원위치에 겨우 당도했다.

휴~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올랐기도 했겠지만 그냥 정상에 도착해 바로 내려간 것이 대부분인가보다. 한껏 자란 억새풀로 뒤덮은 아끈다랑쉬 오름에는 억새와 엉겅퀴 꽃과 바람이 벗하고 있었다. 바람이 분다. 사르르르...바람이 불 때마다 억새는 여윈 비명을 지른다.

아끈다랑쉬오름에서 바라본 용눈이오름... ⓒ 이명화


바람이 불고 억새 잎은 바람의 방향대로 눕고 또 일어서고 다시 눕고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 바람과 억새가 벗하고 있는 아끈다랑쉬에서 다시 내려간다. 발걸음은 미끄러운 흙길을 쏟아지듯 내려간다. 이번 오름산행은 나의 산행기록 100회째를 장식하게 되었다.

나의 100회째 산행을 어디로 갈까 궁리하기도 했었는데, 우연히 제주도여행 첫날, 오름의 여왕 다랑쉬오름이 나의 100회째 피날레를 장식하게 되었다. 오름의 천국 제주도에서 오름의 여왕 다랑쉬오름에 올랐고, 100회째 기록을 장식하게 되었다. 100회째 산행을 기록하게 된 다랑쉬오름, 기억에 오래 남게 될 것 같다.

여행수첩
1.일시: 2009년 7월 22일(수). 맑음
2.산행기점: 다랑쉬오름 표시석 앞 주차장
3.산행시간: 1시간 25분
4.진행: 다랑쉬오름(382m) 주차장(낮1:05)-오름 굼부리입구(1:30)-다랑쉬오름 정상(1:40)-오름 굼부리 입구(2:05)-다랑쉬오름 주차장(2:30)
5.특징:다랑쉬오름:입구 표시석 있음 다랑쉬오름주차장:화장실 있음. 숲 속 쉼터 의자 있음 다랑쉬 오름 정상-삼각점만 있음/원형분화구:3분의1은 소나무로 싸여있음. 성산일출봉, 용눈이오름, 우도, 한라산정상, 제주 앞바다 조망 탁월함

제주 아끈다랑쉬 오름(185m)
1.산행기점:다랑쉬오름 주차장
2.산행시간:35분
3.진행: 다랑쉬오름주차장(낮2:40)-아끈다랑쉬오름 정상(2:50)-다랑쉬오름주차장(3:15) 
덧붙이는 글 u포터 기사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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