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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동방신기와 SM엔터, 그들만의 '눈물 잔치'

등록|2009.08.04 15:09 수정|2009.08.04 15:09

▲ 소속사 SM을 상대로 소송을 낸 믹키유천, 영웅재중, 시아준수(가운데 3명). ⓒ 동방신기홈페이지 캡쳐


세상에는 착한 연예인도 있고 나쁜 연예인도 있다. 물론 착한 매니저도 있고 나쁜 매니저도 당연히 있다.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 때로는 형제보다도 진한 의리 어쩌고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소개된다. 계약금도 받지 않고 계약을 연장했다거나, 더 좋은 조건을 마다하고 처음부터 함께 했던 매니저와 끝까지 가겠다거나 하는….

그러나 또 그 반대편엔 도대체 저런 사람들이 그동안 어떻게 함께 일했었는지 이해 못할 관계도 있다. 매니저를 '악마' 같다거나 자신들은 단지 '기획사 수익창출의 수단'이었다거나 하는 말들이 오가며 비방과 폭로, 반박과 해명이 뒤따르고 결국엔 고소와 고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그러하다. 

지난 봄 고 장자연씨 사건부터, 남규리와 김광수의 논쟁, 배우 윤상현과 유진박 그리고 이번 동방신기의 분쟁까지. 올해 들어 매니저(기획사)와 연예인의 다툼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것이 정말 불공정한 계약관행과 같은 구조적 문제일까, 아니면 기획사와 연예인과의 이권 다툼일까, 그도 아니면 정말 몇몇 개인의 인성과 성품 문제일까?

흥미로운 사실은 언제나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면 다들 각자의 입장에서 내놓는 멘트들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연예인들은 한결 같이 '우리는 화려해 보였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나는 착취 당하고 있었고 매니저는 악마였다'는 말로 자신을 변호한다. 이에 맞서는 매니저들의 멘트도 정해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로 시작하는 이들의 말씀은 대부분 이렇게 끝난다. '다른 무엇보다 인간적 배신감에 분노를 느낀다.'

'문제' 되는 계약서에 도장 찍은 것도 '문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빤한 이야기지만 동방신기도, 남규리도, 윤상현도 그 누구도 이러한 분쟁의 본질적인 이유가 '돈'임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연예인들이 그들의 활동에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면 굳이 자신들을 존재하게 해준 매니저와 치고받을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고 매니저 입장에서도 연예인들이 그저 주는 대로 불만 없이 있어만 준다면 그들을 위해 헌신할 마음은 여전히 유효했을 것이다.

이번 동방신기의 경우도 앞서 언급했던 빤한 경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그들이 이번에 분연히 떨쳐 일어난 까닭이 13년에 이르는 계약문제와 앨범 한 장당 0.4~1%정도의 미미한 인세문제 때문이라는 것인데, 13년의 계약기간이 문제라면 계약 당시와 수정계약서가 만들어지던 시기에 제기했어야 하는 문제다.

계약서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문제인 줄 뻔히 알면서도 도장을 찍었고 또 그 후에 앨범 인세 및 각종 수익배분조항이 수정되던 시기에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그것 때문에 자신들이 엄혹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투로 이야기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화장실 들어 갈 때와 나갈 때가 다르다더니 딱 그 짝이다.

인세 문제도 마찬가지다. 분명 앨범 수익 배분은 그것이 합리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동방신기 자신들이 분명히 동의했던 내용일 것이다. 그때의 마음과 지금이 다르다고, 자신들이 서명한 계약서를 무효화하겠다는 주장은 비록 법정에서는 다투어 볼 여지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도의적으론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러니 매니저들이 '키워 달라 애원해서 몸 바쳐 키워 놓으면 뒤통수 치고 달아나는 배은망덕 한 족속'이라 연예인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도 그리 심한 표현이 아닐지도 모른다.  

상식적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전속계약 13년

그러나 이번 동방신기의 경우, 매니저-소속사인 SM의 답변도 궁색하기 그지없다. 이들이 언론사에 배포한 반박(혹은 해명)자료를 살펴보면 더욱 그러하다.

동방신기는 음반인세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엉뚱한 초상권과 기타-부대 수익은 충분히 지급했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것도 자랑스럽게 11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면서.

그러나 동방신기의 활동 중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은 음원과 행사수익일 것은 분명하다. 바로 그 부분에서 동방신기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는데 SM은 딴청을 피우며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호도하려는 의도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계약문제에 있어서 SM은 "공정위의 권고사항을 반영했고 검토와 확인도 받았으며 무엇보다 5회 이상의 개정을 거쳤다"는 말로 자신들의 입장을 합리화하고 있다. 일견 이해도 간다. 어차피 계약이라는 것이 당사자 간 약속이고 상호간 동의만 있다면 크게 문제될 것 없는 것이지만 좀 더 객관적으로, 좀 더 합리적으로 하기 위해 공정위의 권고, 검토, 확인까지 받았는데 뭐가 문제냐는 말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아이돌 연예인의 전속기간 13년'이 동방신기의 표현대로 '종신계약'임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 역시 법리적으로는 SM이 우세할지 모르나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팀 해체는 동방신기와 SM, 양쪽의 '공멸'

이제 이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동방신기와 SM은 결국 돈 문제로 분쟁을 시작했다. 터져 나온 분쟁의 씨앗은 SM이 제공했지만 흔쾌히 동의했던 것은 동방신기였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분쟁이 공론화 되면서 동방신기도 SM도 어떻게든 팀의 해체와 분열은 막겠다는 말을 하는 이유도 결국은 서로의 밥벌이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충분하든 미흡하든 동방신기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단지 배분의 문제로 인해 원천적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은 어느 쪽도 절대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동방신기의 80만 팬들이여 결코 두려워말아라, 이들은 절대로 해체되지 않을 것이다. 해체는 동방신기와 SM의 공멸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SM과 동방신기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 한 가지는 이러한 당신들의 이익문제로 전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제공하는 일은 좀 자제했으면 싶다. 특히 SM은 동방신기가 포기할 수 없는 한국의 문화콘텐츠라고 추켜세우는 작업은 좀 적당히 하시라.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이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낮추는 것은 좀 자존심 상한다.

동방신기 역시 이제와 엄청난 피해자인 것처럼 눈물 흘리지 마라. 비록 받아야 할 돈보다 적게 받기는 했겠지만 110억이라는 돈과 외제차가 있는 '핍박받고 학대받은 아이돌 연예인'을 동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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