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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느낌과 경치가 예뻤던 '향일암'

삶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진 여수 돌산 향일암

등록|2009.08.04 14:25 수정|2009.08.04 14:25

▲ 내 고향 여수 돌산 향일암에서 본 바다 풍경. ⓒ 임현철


탯줄이 묻힌 곳이어서 일까? 누구에게나 고향은 특별하다. 고향은 항상 보고프고 그립기만 하다. 내 고향 여수. 고향에 살고 있으면서도, 보고 싶고 그리운 곳이다. 마치 어머니 품에 안겨 있으되, 언제나 어머니 품이 그리운 것처럼. 인연은 그런 것.

지난 1일, 여수 돌산도 향일암을 둘러봤다. 이날도 금오산 바위 사이에 자리 잡은 향일암에는 어김없이 사람들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저들은 어떤 인연으로 이곳을 찾았을까? 저마다 사연이 있을 터. 송순옥(서울, 53)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 향일암과 금오산. ⓒ 임현철



▲ 향일암 오르는 길. ⓒ 임현철



▲ 임포마을과 향일암이 자리한 금오산. ⓒ 임현철



포근한 느낌과 경치가 예쁜 '향일암'


- 다른 곳을 제쳐두고 향일암에 온 이유는?
"5년 전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이곳 향일암 앞 바다에 어머니 유골을 뿌렸다. 그래서 시간을 내 일년에 두 세 차례 향일암에 온다."

- 향일암 앞 바다에 유골을 뿌린 이유는?
"고향이 서울이다. 그런데 여동생이 여수로 시집을 갔다. 여수에 오면 종종 향일암에 들렀다. 어머니께서 이곳에 유골을 뿌리면 좋겠다고 하셨다."

- 어떤 점이 어머니 가슴에 남았는지?
"향일암의 포근한 느낌이 가슴에 남은 것 같다. 또 바다 경치가 너무 예쁘다고 하셨다. 한 번은 일몰을 보시고 감격하며 이런 멋있는 바다에 묻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 다시 와 본 향일암의 인상은 어떤가?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차분하고 안온한 분위기였다. 지금은 절에 금 색깔을 입혀 분위기가 달라졌다. 멋스런 예전 분위기였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 송순옥 씨 ⓒ 임현철



▲ 향일암과 남해바다. ⓒ 임현철



▲ 해탈은 어떤 느낌일까? ⓒ 임현철



▲ 이들은 무엇을 바라보는 걸까? ⓒ 임현철




삶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묘한 인연이었다. 부모와 가족을 선택할 수 없듯, 고향도 선택할 수 없다. 그런 가족과 고향을 제쳐두고 향일암 밑 바다에 유골을 뿌려 달라고 할 만큼 어머니에게 향일암은 특별했을까?

향일암 계단을 오르면서 땀을 닦았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갈까?'를 넘어 한 번도 염두 하지 않았던 '나는 어디에 묻힐까?'를 떠올렸다.

자신이 묻힐 곳을 스스로 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게다. 빈 몸으로 왔다, 빈 몸으로 떠나는 인생. 향일암은 이렇게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었다.

▲ 포근하고 안락한 향일암. ⓒ 임현철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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