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쿨 노이즈, 90년대 그룹 컴백 성적표는?
[90년대 대중가요 2] 룰라 변화 시도 VS 쿨과 노이즈 스타일 고수
▲ 자신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여름가수 분위기를 고수하며 돌아온 쿨 ⓒ 엠넷미디어
90년대 대중가요를 흔들었던 가수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현 아이돌 세대에게는 '누구지?'라는 의문을 갖게 만들지만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들에게는 여전히 '스타'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으로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서 발라드와 트로트 이외 장르가 전무했던 시대 '랩'이라는 생소한 장르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 속에서 수많은 스타들이 뜨고 지며 가요계의 한 획을 그은 거물급 스타들이 탄생했다.
그리고 2009년 꾸준히 활동을 하던 신승훈, 김건모 등을 빼고 그룹으로 활동하던 이들은 추억의 스타가 되어가던 가운데 노이즈, 쿨, 룰라가 컴백을 하며 새로운 가요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물론 이들의 컴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자칫 잘못하면 옛 명성에 누를 끼치고 씁쓸하게 퇴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를 뒤로 하고 노이즈와 쿨, 룰라는 컴백을 했다. 특히 혼성그룹의 계보 원조로 통하는 쿨과 룰라의 컴백은 의무가 더욱더 크다. 그 뒤로 수많은 혼성그룹이 탄생했지만 능가하는 이들이 없었고, 현재 '코요테'만이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그들의 자취로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세 그룹의 컴백은 90년대 가요계의 복고바람과 학창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방향은 각기 다르다. 노이즈와 쿨 VS 룰라 구도로 잡아야 할 듯 싶다. 우선 노이즈와 쿨은 자기들 스타일을 고수한 반면 룰라는 자기들 스타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요계 환경에 맞춰 컴백했다고 할 수 있다.
▲ 뮤직뱅크에 컴백무대를 갖은 노이즈는 자신들의 음악스타일을 고수해 골수팬으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 KBS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냐!
쿨은 작년 10.5집을 내며 90년대 스타가수 중에 가장 먼저 컴백한 뒤, 올해 11집을 내놓았다. 쿨은 전성기 시절부터 줄곧 여름가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들 그룹의 명칭만큼이나 시원한 노래와 무대를 선사했다. 그것이 그들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해변의 연인', '운명' 등 여름 때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해 인기를 끌었던 쿨은 다시금 컴백하면서 자신들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11집의 타이틀곡 '보고보고'는 그들이 추구했던 음악의 연장선으로 기존 이미지를 활용하며 골수팬들에게 다가선다.
음악재킷, 뮤직비디오, 무대 퍼포먼스까지 그대로이다. 특히 '보고보고'의 경쾌하면서 발랄한 하우스 곡은 여전한 쿨표 음악이다. 이재훈, 김성수, 유리도 각자 기존에 맡은 파트를 그대로 유지한다. 이재훈과 유리가 보컬을 맡고 김성수는 랩과 익살스러운 퍼포먼스를 무대에서 보여준다.
쿨은 다른 90년대 가수들 중에서 가장 늦게 해체한 만큼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자체가 큰 손실이 없다고 판단한 듯 싶다. 물론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골수팬들은 발랄한 그들의 음악을 여전히 사랑한다.
더 나아가 팬이 아닌 이들을 자신들의 팬으로 돌리기엔 뒷심이 부족한 듯 보인다. 그들 노래가 전체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90년대 스타일 음악에 머물러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 급변하는 가요계에서 장수하기 위해서는 자신들 스타일을 조금씩 바꿔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노이즈는 어떠한가. 가장 먼저 해체한 그룹인 만큼 추억 속 스타의 이미지가 강하다. 또한 개별적으로 멤버들이 방송활동을 하지 않은 탓에 그야말로 요즘 10대에게는 신인그룹이나 마찬가지일 정도이다.
하지만 노이즈는 안정적인 복귀를 선택했다. 사실상 10대들에게 다가서기보다 자신을 기억해주는 팬들에게만큼 인기를 얻고 싶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내놓은 '사랑만사'는 마이매미 리듬을 기본으로 하는, 과거 그들이 불렀던 '너에게 원하는 건', '상상 속의 너'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그들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단연 반가운 음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멤버가 교체되며 가장 주요한 인물이었던 천성일과 홍종구가 빠져 이전 음악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으로 남는다. 더욱이 이번 앨범은 다른 가수와 달리 디지털 앨범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경우 다시 해체될지도 몰라 그들을 기다렸던 팬들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
게다가 10대 팬들은 그들을 신인가수로 생각할 만큼 생경하게 느낀다. 그들에게 조금이나 다가서기 위해서는 음악 변화를 시도했어야 하는데 너무 기존 음악 스타일을 고수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기도 하다.
▲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며 컴백한 룰라는 '고잉고잉'으로 새롭게 인기를 얻고 있다. ⓒ SBS
변화를 시도해 완벽한 컴백을 노린 룰라
그렇다면, 새로운 도전을 한 룰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선 룰라는 쿨보다 먼저 해체를 했고 노이즈보다는 오래 가수 활동을 한 상황이다. 개별적으로 꾸준히 활동을 해온 탓에 10대 팬들이 '룰라는 모르더라도 각각 멤버들 얼굴은 아는 정도이다.
룰라는 컴백 전부터 쇼프로에 출연해 자신들이 룰라임을 방송에서 이야기했다. 골수팬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잘 모르는 팬들에게도 적절하게 얼굴을 알렸다. 해체 이후 공백기간에 대해 어느 정도 만회한 셈이다.
드디어 9집 '고잉고잉'으로 컴백무대를 가졌다. 사실상 '고잉고잉'을 타이틀곡으로 민 것에 대해 골수팬들은 말이 많다. 티저영상으로 나왔던 '같이 놀자'가 오히려 룰라의 색깔에 가깝기 때문이다. '같이 놀자'의 경우 그들의 히트곡 '3!4!'를 연상케 하기 때문에 룰라가 좀 더 안정적으로 컴백하기를 원하는 룰라 팬들은 당연히 타이틀곡이 '고잉고잉'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할 수 있다.
하지만 룰라의 생각은 다르다. 진정한 컴백을 원하는 자신들 소망을 음악적으로 풀어내려 한 것이다. '고잉고잉'은 우선 룰라가 추구하던 색깔이 아니다. 내지르는 자메이카 랩을 구사하는 이상민도, 섹시한 음색이 인상적인 김지현도 그대로 있지만 '고잉고잉'은 어쩐지 룰라의 색깔에서 벗어나 있는 듯 싶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4집 '아자'와 6집 '무빙'의 느낌이 묻어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들 곡이 타이틀 곡에 묻혀 있던 관계로 전체적으로 보자면 '고잉고잉'은 새로운 시도임에 틀림없다.
우선 '고잉고잉'은 하우스 리듬을 기본으로 일레트로닉을 가미했고, 반복 리듬을 통해 중독성이 강한 '후크송' 느낌을 표현하였다. 그래서 언뜻 듣기에 '고잉고잉'은 "어? 이게 타이틀곡이야? 좀 약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든다. 반응은 서서히 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각각 방송사에서 컴백무대를 가지고 난 뒤 음원순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볼 때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골수팬뿐만 아니라 10대들에게 "과거의 룰라가 저런 그룹이구나'를 각인시키는데 주효했다는 평가이다. 그들이 요즘 대세인 일레트로닉에 도전해 자신들의 색깔과 절묘한 조화를 통해 소화해낸 것을 보면 과거 명성의 이름값에만 의존하는 가수가 아님을 알 수 있는 하나의 증거이다.
그들의 '고잉고잉'을 들으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좀 더 세련된 리듬과 속도감은 분명 요즘 아이돌 가수에 뒤지지 않은 실력을 뽐내는 것이 사실이다. 함께 컴백한 MC몽과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노래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룰라의 도전은 다른 90년대 가수보다 좀 더 가치를 지니고 있겠다. 90년대 가수들이 컴백해서 다시금 장수하고자 한다면 분명 음악을 듣는 주체인 10대 팬들에게도 다가설 필요성이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룰라의 변신은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골수팬들 의견이 분분하지만 컴백만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듯 싶다.
세 그룹 모두 아직까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 또한 지금 컴백한 그들이 10대 아이돌 가수와 대적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그 자체가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다. 물론 그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힘을 가진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들을 기억하고, 반갑게 맞아주는 골수팬들을 위해서 음악을 만들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그 일 자체가 대중가요의 질적인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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