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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드라마의 원초적 본능, 복수극을 <멈출 수 없어!>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71] 드라마 <멈출 수 없어> 복수극을 위한 억지설정 난무

등록|2009.08.05 09:41 수정|2009.08.05 09:41

▲ 통속적인 소재 복수극을 다시 한 번 선보이고 있는 <멈출 수 없어> ⓒ imbc



<하얀거짓말>이 종영한 뒤 이상하게도 방송 3사 아침드라마 시청률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여름의 무더운 날씨 때문이 영 맥을 못 쓰는 아침드라마들.

그중에서도 전작의 후광을 업고 시작한 <멈출 수 없어>의 침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실, <하얀거짓말>의 경우 아침드라마로서 7시 45분에 방송이 됨에도 시청률 20%를 넘으며 전체 일일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블록버스터 아침드라마'라는 애칭까지 얻기도 했었다.

그런데 후속작인 <멈출 수 없어>는 12~15%사이를 오락가락하더니 급기야 월요일에는 9%대로 추락했다. 물론 일시적인 시청률 추이지만 전작에 비하면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 복수야? 아침드라마는 복수혈전?

방송 초반만 해도 스피드 있는 전개로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역시나 복수극이라는 통속적인 소재 자체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 전작 <하얀거짓말>에서도 주요 소재는 복수극이었다. 자신을 버린 남편에게 복수를 했던 신 회장(김해숙)과 두 번째 부인으로부터 태어난 정우(김유석)의 복수. 정우가 버린 은영(신은경)의 복수, 두 사람의 관계를 안 정우의 부인 나경(임지은)의 복수.

<하얀거짓말>에서 끊임없는 복수가 펼쳐지며 복수혈전을 방불케 했다. 그런데 후속작에서도 또 복수라는 소재는 이미 시청자들에게 식상해질 대로 식상해진 것이다. 물론 아침드라마 주부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이지만 <하얀거짓말>이 통속적인 주제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을 조성했던 것에 비하면 <멈출 수가 없어>는 너무나 조악한 것이 사실이다.

<하얀거짓말>이 서로에게 거짓말로서, 모두가 아는 거짓말로 서로를 속이며 복수를 했다면 <멈출 수 없어>의 복수극의 구성은 이미 우리가 수차례 경험했던 것들이다. 그것도 시어머니와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연시(김규리)가 사채업자 큰 손으로 성장해 복수를 한다는 줄거리인데, 이 자체가 이미 드라마에서 숱하게 봐온 것들이다.

▲ 연시의 복수를 위해서 시어머니 봉자와 남편 병수는 그녀를 악인으로 돌변하도록 괴롭히는 억지스러운 설정이 등장한다. ⓒ imbc



물론 제작진은 기획의도에서는 아주 대단한 각오를 밝혔다.

"인간이 주변의 여건에 의해 얼마만큼 악해질 수 있는가를 화두로 삼는다."

이렇게 되어있지만 드라마는 그저 90년대 중후반 인기 있던 요소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짜깁기해 반복해서 보여주는 구성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러한 설정이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듯 보인다.

가령 <하얀거탑>의 장준혁처럼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악인으로의 변신처럼 연시의 변신이 그러하다면 어느 정도 당위성을 가지고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어>의 연시는 사실상 악인으로 돌변하는 이유가 너무나도 단순하고 뻔하다.

연시, 그녀는 악인이 되어야만 해!

특히 문제는 모든 드라마의 캐릭터들이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시어머니로 등장하는 봉자(정애리)와 남편 병주(원기준)의 행태는 연시를 악인으로 만들기 위해 태어난 인물들처럼 억지스러운 에피소드가 곳곳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연시와 병주가 결혼하기 전까지 병주는 무척 멋진 남성이었다. 비록 이혼을 한 번 한 경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연시를 위한 마음, 연시를 향한 저돌적인 행동 등 여성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자신을 밀쳐내는 연시를 향해 당당하게 고백하며 그녀를 뒤에서 서포터해주며 카리스마를 풍겼고 그녀에게 홀딱 반해 어쩔 줄 몰라 하던 귀여운 구석이 있던 남자였다. 하지만 결혼 이후 자신의 어머니 봉자에 의해 의처증에 걸린 남자로 돌변해 가는 모습부터 억지스러운 설정이 시작된다.

또한 봉자는 연시와의 결혼을 막기 위해서 반대를 하고 나서면서부터 연시를 며느리로 맞아들이면서 연시를 좋아하는 수리(이지훈)를 의도적으로 함께하도록 계략을 꾸미면서 아들을 이혼을 시키려 하고 있다. 물론 마음에 안 드는 며느리는 있을 수 있어도 아들을 이혼시키려는 부모는 세상에 드물다.

또한 그녀는 말끝마다 "없는 것들은 자존심도 없어!"라고 빈정대기 일쑤고, 연시가 만든 음식을 "이 딴 거 안 먹고 살았다"며 과감하게 쓰레기통에 버리는 몰상식한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 죽은 줄만 알고 있는 엄마 효선은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고, 이를 알게 된 연시는 복수를 하게 만드는 조악한 설정이 반복되고 있다. ⓒ imbc



여기에 이미 연시의 엄마 효선(이보희)와 악연을 가진 봉자의 설정은 처음부터 드라마 방향이 잘못 되어 있음을 이야기해 준다. 너무나 구태의연한 설정인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연시. 그리고 그 범인이 봉자라는 설정은 흔해 빠진 삼류 드라마처럼 보인다. 여기에 엄마 효선이 살아있음에도 이모 효숙은 그 사실을 연시에게 숨긴 채 그녀를 기른다.

물론 그녀를 맡아 길러준 효숙은 참 대단하다. 요즘 세상에 이모라고 해도 누군가를 길러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하지만 효선의 생사를 굳이 연시에게 속인 점은 연시를 악인으로 만들어 복수를 하게 만들기 위한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

즉 순하디 순한 연시가 돌변해서 복수를 해야만 드라마가 종영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더욱이 봉자의 딸 주아(박하선)가 연시의 사촌 인찬(유건)에게 빠져 지내는 설정도 결국 드라마의 줄거리를 한 번 더 꼬았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결국 드라마는 연시의 복수를 위해서 봉자, 병주, 효숙의 캐릭터가 설정되었고, 모든 내용의 집약이 연시를 악인으로 돌변하게 만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여기에 흔해빠진 기억상실증, 고부갈등, 부익부빈익빈의 위화감 조성 등 현실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하지만 드라마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모든 소재를 버무려내고 있다.

물론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복수극에 들어갈 경우 시청률이 껑충 뛸지도 모른다. 워낙 한국 주부시청자들이 복수에 통쾌한 쾌감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아침드라마가 몇 해전부터 복수를 빼놓고는 드라마를 시작하려 하지 않는다.

특히 아침드라마 왕국 MBC는 <있을 때 잘해>부터 줄기차게 복수와 불륜을 번갈아가면서 방영하고 있고, 아침드라마 왕좌를 놓치지 않고 있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기자들도 대부분 이러한 상황을 알 것이다.

오랜만에 복귀한 김규리가 어쩌면 현명한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시청률에서만큼은.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 드라마의 질을 떨어뜨리는 역할에 일조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지겹도록 보는 복수극. 하지만 언제나 시청률 면에서는 효녀노릇을 톡톡히 하기에 여전히 유효한 아이템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제 더는 드라마의 복수극이 멈추길 바란다. 마치 제목처럼 <멈출 수  없어>라고 한다면 시청자들이 너무 불쌍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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