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를 보며 80년 5월 광주를 떠올렸다
[주장] 정부와 한나라당은 쌍용차 사태를 풀어라
▲ 5일 오전 8시 5분경 크레인 3대에 컨테이너를 연결한 경찰특공대가 조립3,4팀 옥상 진입에 성공. 조합원들을 연행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사진제공: 노동과세계 이명익) ⓒ 노동과세계 이명익
어제(5일) 경찰의 쌍용차노조 진압작전은 가히 대테러작전에 버금가는 작전이었다.
뉴스를 통해 쌍용차노조원들이 진압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80년 광주를 떠올렸다. 다른 점이 있다면 80년 광주가 정치적인 문제 때문이라면, 쌍용차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그 점을 제외하면 노사 양측의 충돌과 분열과 갈등, 공권력의 투입 등에 있어 너무도 놀라우리 만큼 흡사하다.
이런 와중에 정부 측에서는 쌍용차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있으며, 한나라당 역시도 민생 행보를 한다면서도 쌍용차문제는 뒷전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현재 쌍용차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저 스포츠경기 관람하듯 함으로써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한때 함께 일했던 동료가 적이 될 뿐 아니라, 명령하달 체계로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전경들이 노조원들과 국민에게 비난을 받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 중무장한 전경들이나 물 공급과 전기공급까지 끊긴 상황에서 노조원들이나 모두 극도로 날카로운 상태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실신한 노조원을 곤봉으로 내려치고, 집단구타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폭력 경찰'이라고 몰아세우지만, 사실 우리는 그들로 하여금 폭력경찰이 되게 하는 구조를 봐야 한다. 단순히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하는 노조원들을 꾸짖기 전에 왜 그들이 그렇게 결사항전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봐야 한다.
80년 광주, 공수부대원들이 광주시민을 진압할 때 필요 이상의 폭력을 행사함으로 그 잔인함을 본 많은 이들은 그 배후에 대한 증오보다는 공수부대원들에 대한 증오가 더 컸다. 아무리 명령하달식 체계라고 해도 '저렇게 적극적으로 진압을 하는 것들은 도대체 뭐야?' 하며 분노하게 되는 것, 그것이 현상이듯이 이번 쌍용차 진압에 나선 전경들이나 특공대원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형사고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나
▲ 쌍용자동차 노사협상이 사측의 결렬선언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쌍용차 가족대책위와 인권단체 회원들이 파업 노조원들에게 물과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공장 집입을 시도하다가 사측 용역직원들과 충돌하고 있다. ⓒ 유성호
이런 사태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왜 이렇게까지 문제가 확산했는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이 문제가 용산참사 혹은 80년 광주처럼 수많은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열쇠를 쥔 것이 누구인가? 노측도 사측도 아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정부와 한나라당이 그 열쇠를 쥔 것이다. 그렇기에 정부나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수수방관하는 사이 대형사고가 생긴다면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단수조치를 했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면 그런 비인간적인 일이 있을 수 없었을 터인데 결국 대통령은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는 아량을 베풀지 않았다.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도록 배려도 하지 않았으며, 그들에게 식수와 약품을 전달하려는 가족이나 시민단체, 종교단체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는 등의 폭력을 휘둘렀으며, 마치 링을 만들어 놓은 듯 사측과 시민단체 간의 충돌공간을 만들어놓고 격투기를 구경하는 듯 방조하였다. 이것이 과연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이제 노조원들이 점거했던 건물은 대부분 경찰과 사측이 접수했으며, 화약고라고 불리는 제2도장공장만 남은 셈이다. 그곳에 500여 명의 노조원이 인간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서 농성하고 있다. 이들을 물리적인 폭력으로 혹은 선처해주겠다는 회유로 해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금도 여전히 최선의 방법은 대화를 통해서 푸는 방법이다. 당장 전기와 물을 공급하여 제2도장공장에 있는 이들에게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식량과 의약품과 의사를 보내야 한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날, 그 많은 사람이 전기와 수도가 끊긴 공장 안에서, 그것도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거듭 말하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이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면 극한의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저 강 건너 물보듯하고 공권력과 사측이 무리한 진압을 한다면 80년 광주 혹은 용산사태와 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정부와 한나라당은 전국민적인 반발을 사게 될 것이요, 국가적으로 쌍용차가 도산하는 것보다 더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더는 갈기갈기 찢지 말아야 한다. 이 시급한 문제를 뒷전으로 하고 날치기 악법이라 불리는 미디어법 선전이나 하면서 민생행보 운운한다면 장기집권은커녕 국민의 저항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기회가 있을 때 지혜로운 처신을 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