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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다목적 발사기... 쌍용차공장은 신무기 실험장?

1980년 북아일랜드서 사망자 발생하기도... 과잉진압 논란

등록|2009.08.06 13:43 수정|2009.08.06 13:43

▲ 정체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고무총탄에 대해 경찰이 "폭동진압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붉은 원 안의 총기가 고무총.(사진제공: 노동과세계 이명익) ⓒ 노동과세계 이명익


H&K 69A1 다목적발사기5일 경찰이 평택 쌍용자동차 도장공장 진입과정에서 사용한 독일제 유탄발사기 ⓒ 김도균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이 경찰의 신무기 실험장이 되고 있다. 경찰은 이미 5만 볼트의 고압전류를 흘려 상대방을 제압하는 테이저건 및 발암 추정물질 디클로로메탄이 함유된 최루액을 노조원들에게 사용해 인권 침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5일 경찰이 쌍용자동차 도장 1공장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저항하는 노조원들에게 사용한 무기는 독일 H&K(헥클러 & 콕크)사가 만든 69A1 다목적 발사기다. 독일 육군은 동일한 장비를 MZP-1이라는 제식명으로 채용하여 유탄발사기로 사용하고 있다.

40mm 구경의 유탄, 최루탄, 조명탄, 고무탄, 압축 스펀지탄, 페인트탄 등을 발사할 수 있는 이 단발 총기는 지난 1984년 아시안게임 및 올림픽을 앞두고 테러 및 인질난동 진압, 외빈경호 등을 위해 한국 경찰에 도입됐으며 20m 거리에서 3㎜ 두께의 합판을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경찰청은 97년 일선 경찰서에 이 장비를 지급하고 위급한 상황에 활용하려던 계획을 세웠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취소한 바 있다. 그 이후 경찰은 이 장비의 사용을 테러와 폭동성 시위로 제한하고, 현장 출동시 사용하기 전까지 개별지급을 금지하는 한편 지휘관 통제 하에 집중보관, 관리하다가 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 사용하도록 했다.

다목적발사기에서 발사되는 고무탄이나 압축스폰지탄이 비록 일반 총탄에 비해 발사속도가 느리고 탄환의 재질도 다르지만, 절대적으로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인체를 무력화해 제압하려면 상당한 운동에너지가 필요하며, 이 정도의 운동 에너지는 맞는 부위에 따라서는 치명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80년대 북아일랜드에서는 영국 경찰이 다목적발사기로 쏜 고무탄에 복부를 직격당한 시위자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다목적발사기로 발사되는 고무탄과 압축스폰지탄을 '저살상 탄'(Less-Lethal)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것은 일반적인 총탄에 비해서는 위력이 낮지만 잘못 사용했을 때는 사망이나 중상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비살상'(non-lethal)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때문에 많은 나라들은 저살상 탄약을 사용할 때 명중 부위나 사용거리와 같은 사용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설정해 놓고 있다.

1999년 11월 29일 제정된 '경찰장비의 사용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경찰관은 인질범의 체포 또는 대간첩·대테러 작전 등 국가안전에 관련되는 작전을 수행하거나 공공시설의 안전에 대한 현저한 위해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다목적 발사기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5일 도장 공장에 진입하면서 경찰은 30여 발의 압축스펀지탄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압축스펀지탄을 왼쪽 옆머리에 맞아 20여 바늘을 꿰맨 쌍용차 노조원 소아무개(35)씨의 사례를 보면 경찰이 이 장비를 인체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사용하게 되어 있는 세부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의문이다.

박진 인권단체연석회의 상임활동가는 "경찰이 진압 장비를 사용할 때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장비관리수칙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어서 끔찍한 피해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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