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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대' 한나라-'원죄' 민주, 재보선 있었어도 이랬을까

GM대우 때와는 너무나도 달랐던 여야 정치권의 쌍용차 대응

등록|2009.08.06 19:03 수정|2009.08.06 19:08

▲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 회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를 기습 항의 방문,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해 박희태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경찰들의 저지로 무산되자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고 있다. ⓒ 유성호


"평택에도 재·보선이 있었다면 쌍용차를 서로 살린다고 하지 않았을까?"

한나라당을 출입하고 있는 기자들간에 주고받는 우스갯소리다. 지난 4·29 재·보궐 선거에서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인천 부평을 지역에 있는 GM대우와 쌍용자동차에 대한 정치권의 시각이 대조적이라는 얘기다.

물론, 두 자동차회사가 위기에 빠진 근본 원인이나 생산성, 회생 가능성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힘들다. GM대우의 경우에는 여야 할 것 없이 수천억 원대의 자금지원을 약속하면서 후보자간 GM대우 살리기 공약 경쟁을 했다. 한나라당은 "GM본사로부터 독립시켜서라도 GM대우를 살려내겠다"며 자기 당 후보를 지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불개입'이 원칙... 쌍용차는 민생문제에서 예외

"이제 민생의 바다로 뛰어들어야 한다. 민심은 우리를 띄우기도 하고 가라앉히기도 한다."

지난달 27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한 말이다. 이 말에는 미디어 관련법 강행처리에 대한 야당의 반격과 민심이반을 민생 돌보기를 통해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다.

박희태 대표는 의원들과 함께 여수세계박람회 추진 현장, 충북 음성 혁신도시 현장을 돌았고, 서울 문정동 비닐하우스촌을 찾아 무료 공부방 아이들의 얘기를 듣고 왔다. 또 마포 아현시장에서는 부침개를 굽기도 했고, 6일에는 동두천시와 연천군 등 경기도 동북부 낙후지역을 돌면서 민생탐방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2646명의 구조조정이 실시됐고, 이 중 974명이 정리해고 위기에 놓여 '끝장투쟁'을 벌이고 있던 경기도 평택은 박 대표의 민생탐방 길에서 제외됐다. 파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협력업체까지 합해 2만여 명의 실직자가 생길 수 있는 쌍용차 문제는 민생 문제로 취급받지 못했다.

박 대표는 지난 5일 <서울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쌍용차 사태에는) 정치권이 관여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 노사간 상생하는 길을 찾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슈화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회사를 살리는 게 장기적으로 노사 모두가 회생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 불개입' 원칙은 한나라당의 공통적인 태도로 보인다. 비정규직법 개정안 처리를 강조하면서 "단 한 사람이라도 실업의 고통을 받는다면 다 함께 가슴 아파해야 할 문제"라고 했던 안상수 원내대표도 쌍용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고, 김성조 정책위의장도 "법원에서 결정한 것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면서 정치권 개입은 곤란하다는 뜻을 밝혔다.

농성 중인 남편들을 살려달라고 찾아온 쌍용차 가족대책위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의 냉대는 계속됐다. 지난달 24일 서울 한나라당사 회의실을 기습점거한 가족대책위는 박희태 대표 면담을 요구했지만, 관련 전문위원들 면담에 만족해야 했고, 지난 4일 이들이 다시 한나라당을 찾아왔을 때는 한나라당 관계자 그 누구도 면담할 수 없었다.

▲ '민생 탐방' 명분으로 7월 30일 오후 서울 마포 아현시장을 방문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김치를 맛보고 있다. ⓒ 박정호


[민주당] "원죄가 있어서..." 정부 책임 따지기 껄끄러운 상황

"원죄가 있어서…."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민주당이 그동안 쌍용차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던 이유를 '원죄'라는 말로 표현했다.

쌍용차가 지금의 지경에 이르게 된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지난 2004년의 해외매각이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의 주도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쌍용차 경영이 부실해지자 정부는 해외매각이라는 방법을 택했고, 이를 통해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차는 약속했던 투자를 이행하지 않아 몇 년 만에 다시 위기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됐다는 것. 따라서 노무현 정부 경제 관료 출신들이 곳곳에 포진한 민주당으로서는 책임을 따지거나 정부 지원 등의 얘기를 꺼내기가 껄끄러운 상황이다.

민주당의 쌍용차 관련 언급은 '사태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미흡하다'고 촉구하거나 농성 진압 과정의 인권침해를 규탄하고 중단을 요구하는 선에서 그쳤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을 따지거나 구체적인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6일 오후 쌍용차 노사가 극적인 합의를 이뤄내 노조원들의 공장 농성도 77일 만에 마무리된다. 쌍용차 사태에 적극 대처하지 못했던 여야 중 누가 먼저 자화자찬과 공치사를 늘어놓을지 궁금하다.

▲ 쌍용차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해외매각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이뤄졌다. 사진은 2004년 7월 27일 쌍용자동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최대 국영자동차 기업 상하이자동차(SAIC) 후마오위안 총재(왼쪽)와 쌍용차 채권단 조흥은행 최동수 행장(오른쪽)이 서울힐튼호텔에서 매각협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악수하는 모습. ⓒ 조흥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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