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고용영향평가제'로 정부의 고용 없는 폭주 막아야

['생얼' 한국 경제(13)] 평가의 핵심은 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

등록|2009.08.06 16:59 수정|2009.08.06 16:59
왜 '고용영향'을 따지지 않는가?

예전에 쌍용자동차 위기의 본질은 '먹튀 자본'에 있고 정부의 실종된 '산업정책'이 실패를 불러오고 있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불과 한 달 전에 글을 쓸 때만 해도 오늘 평택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비극적 결말을 차마 상상하지 못했다. 국가 기간산업인 자동차산업의 고용 문제가 이다지도 하찮은 것이었단 말인가? 기업의 수익성이 어려워지면 무조건 해고하는 것 이외에 우리 사회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인가?

신자유주의는 기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사람의 고용'을 비용으로만 여기고 가장 먼저 축소시켜야 하는 것으로 만드는 바로 그 원리라 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의 확대, 수출의존의 심화, 영세서비스업의 확대 등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확대되면서 우리 경제는 저성장과 저고용의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위기로 전파되면서 극도의 고용위축이 더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재정확대 정책과 '4대강 살리기' 토목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 고용유지와 창출 효과는 심히 의심스럽다. 대규모 재원이 투입되고 있으나 고용 효과를 제대로 따져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현 정부는 법률로 정한 '타당성 조사'마저 무력화시키고 있으니 고용 영향 조사를 해 보았을 리 만무하다.

어쨌든 전 세계적으로 각종 경제ㆍ산업정책에서 고용창출은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 그리고 그만큼 고용 영향 평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성장과 정부의 재정운용이 고용흡수력을 높이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와 경제와 산업 그리고 과학기술정책의 수립에 그 평가결과가 반영되고 있는가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영향 평가제도에 대한 몇 가지 입장

환경영향평가, 기술영향평가라는 것들이 법제화되어 있다. 이들은 각종의 경제ㆍ산업정책의 수립이나 재원 투입 사업에 대해 '사전적'으로 환경이나 사회적 영향을 평가하는 제도이다. 특히 대규모 사업에 있어서 환경 파괴나 사회적 악 효과가 발생할 경우 되돌리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 경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고용영향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사전 평가'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최근 '고용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두 가지 입장을 간단히 소개하고 필자의 의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첫 번째 입장은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일자리영향평가법안(대표발의 임두성)'이다. 이 법안은 국회의원 또는 정부가 각종 고용관련 법률안을 제출할 때 일자리영향평가에 관한 보고서를 첨부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영향평가서를 심의하기 위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이 제출하는 평가서를 심의하고 법률안의 수정 또는 철회를 권고할 수 있다.

▲ 일자리 영향 평가 법안 ⓒ 새사연




두 번째 입장은 최근 노동정책의 싱크탱크인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입장이다(윤윤규, "고용영향평가의 필요성 및 기본방향", 노동리뷰 2009년 7월호). 이 입장은 경제ㆍ산업정책 수립과 수행 그리고 종료의 과정에서 고용영향평가 체계를 갖추자는 주장을 말한다. 이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저자는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첫째, 각종 경제ㆍ산업정책의 고유한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대적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우수한 대안을 선택할 것, 둘째 일자리 변화를 예측함으로써 노동력 수요에 대한 분석 및 예측을 수행할 것, 그리고 셋째 고용친화적인 패러다임으로의 이해 증진, 공감대 확산에 노력할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고용 평가의 핵심은 정부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

지금까지 살펴 본 두 가지 입장은 모두 '고용 창출'에 대한 정부의 책임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고용 창출이란 민간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는 기존의 시각에서 진일보했다고 평가된다. 이제 '고용영향평가'라는 용어 자체가 막 시작되는 시점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구체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일단 진정성이 있다면 개선된 입장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 고용영향평가제도와 관련된 입장들 ⓒ 새사연




하지만 기존 안은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 그 한계는 무엇보다 현 정부 스스로가 고용을 파괴하는 주체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정부의 정책이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태에서 정부에 대한 통제를 고려하지 않는 어떠한 고용정책도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일자리영향평가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첫 번째 입장의 경우 우리가 익히 다른 위원회에서 보아왔듯이 대통령과 관료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각종 영향평가제도와 타당성 평가제도가 이번 정부 들어 요식행위로 전락하고, 오히려 정부 정책에 형식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지 않은가. 일자리영향평가위원회를 설치하는 것 자체가 현재의 정치구도에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이지도 않지만 받아들여진다 해도 불안정하기 짝이 없을 것은 불문가지다.

통합적 고용영향 평가 체제(로 보이는 어떤 제도)를 구축하자는 두 번째 입장의 경우 역시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을 배제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당사자들이 배제되어 있으니 평가 결과가 '품평회'에 그칠 뿐 실효적으로 고용유지와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필자는 고용영향평가 제도가 우리 사회에서 하루빨리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이 제도 자체가 어떤 특정한 모델이나 사례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덧붙이고 싶다. 분명한 것은 정부의 폭주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위원회의 설치를 통해 제도를 도입하겠다면, 독립적 법률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나 법률적 사회합의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 노사정위원회에 준하는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그리고 법률안의 '첨부 보고서 검토'에 그치지 말고 기타 주요한 행정적, 법률적 행위-대규모 정부사업이나 공적자금 기업의 매각, 기간산업 또는 대규모 기업의 법정 관리 등-에 대해서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고용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폭넓은 부분에 대해 정부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주) 현재 법사위원회를 통과하고 본회의의 의결만을 앞두고 있는 '고용정책기본법'에도 고용영향평가의 내용이 일부분 들어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이 법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고용정책기본법은 법률 이름에도 들어 있듯이 우리나라 고용 관련 법률체계의 기본법으로서 대단히 광범위한 의제가 들어 있어 고용영향평가는 그 일부분의 지위만 갖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다음 기회에 '고용정책기본법'에 대해서도 논의해 보기로 하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사연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