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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외간남자를 죽인 풍습...보쌈에 얽힌 이야기들

어떤 만한전석(滿韓全席) 느낌

등록|2009.08.06 20:12 수정|2009.08.06 20:12
'보쌈'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선 물고기를 잡는 도구의 하나이다.

양푼만한 그릇에 먹이를 넣고 물고기가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뚫은 다음 보로 싸서
물속에 가라앉혔다가 나중에 그 구멍으로 들어간
물고기를 잡는 게 바로 보쌈이다.

그러니까 이는 물고기를 잡는 데에 쓰는
항아리 모양으로 만든 유리통, 즉 어항(魚缸)과도 같다 하겠다.
보쌈은 또한 귀한 집 딸이 둘 이상의 남편을 섬겨야 될
사주팔자인 경우에 밤에 외간 남자를 보에 싸서
잡아다가 딸과 재우고 죽이던 일을 일컫기도 하여
흡사 납량특집인 양 으스스하기까지 하다.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음식은 그게 아니라
삶아서 뼈를 추려 낸 소나 돼지 따위의
머리 고기를 보에 싸서 무거운 것으로 눌러
단단하게 만든 뒤 썰어서 먹는 음식이란 보쌈 본연의 이야기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법원 정문 앞에 위치한
<황제보쌈>은 보쌈과 들깨 수제비를
잘 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상에 가득하게 오르는 이런저런 밑반찬과 함께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고 침이 꿀꺽 넘어가는
보쌈을 접하자면 마치 중국의 만한전석(滿韓全席)이 떠오른다.

만한전석은 중국의 만민족(滿民族)과 한민족(漢民族)
요리를 결합하여 만들어 낸 요리라고 한다.
그래서 이는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중화대연(中華大宴)으로
진귀한 요리가 다 모인 중국 최대의 호사함과
고급스러움이 극치를 이루는 대연회식인 셈이다.

아울러 만한전석은 신(神)과 동격으로 떠받들어진
중국 황제들이 귀빈을 맞이하거나 특별한
기념일이 왔을 때 이 요리를 내놨다고도 알려져 있다.

청조 시절 절대 권력자였던 서태후가 즐겨 먹었다고 하여
더욱 유명해진 게 또한 만한전석이다.
가히 진시황 부럽지 않게 그처럼 호의호식만 하다가
명이 다 하여 죽을 당시에 서태후는 그렇다면
앞으론 만한전석을 먹지 못함에 그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해 했을까!

사족이 길었는데 하여간 이 집의 보쌈은
간판의 그것처럼 마치 '황제'와도 같은 호화로운 맛이 일품이다.
보쌈은 고기와 함께 나오는 보쌈김치를 쭉 펴고
거기에 고기와 무로 만든 맛난 속에 이어 마늘과 매운 청양고추,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된장까지 얹어
둘둘 싸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이 음식을 먹던 중에 아쉬웠던 건 하나가 있었다.
그건 요즘 같은 여름에는 식당 실내에
에어컨 등의 냉방기를 가동하기 마련이다.

고로 그 때문으로 보쌈 고기 특유의 촉촉한
육질감(肉質感)이 다소 떨어진다는 사실의 발견이었다.

이의 해결방법으론 보쌈 고기의 아래에
수증기가 나오는 도구를 설치하고 그 아래에 약한 불을
지피게 한다면(물이 끓어올라 수증기가 나오는 구조의)
되겠지 싶은 아이디어가 자리를 함께 한 지인의 머리에서 나왔다.
덧붙이는 글 포유스토리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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