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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이라고 했더니 '좌파' 운운하는 댓글이..."

[외국인 시민기자 릴레이 인터뷰②] 조선족 중국인 최령련씨

등록|2009.08.11 14:16 수정|2009.08.11 14:16
"어? 외국인이 기사 썼네?" 편집국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우리의 시선으로는 기사 거리가 안 되는 것들이, 그들의 눈에는 기사거리가 됩니다. 그 기사를 읽은 편집자와 독자는 치부를 들킨 듯, 얼굴이 화끈거려집니다.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무릎을 치기도 합니다. 한국 속의 외국인 시민기자들, 그들을 만나봤습니다. [편집자말]
'숲 속에 있으면 숲을 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어떤 집단 안에 있으면 그 집단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또한 동시에 '한 발 떨어져서 보기'의 유용성을 역설하는 말이기도 하다.

'한 발 떨어져서' 본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오마이뉴스>에서 한글을 가장 잘 구사하는 외국인 시민기자를 만나, 최근 한국 사회를 겪으며 그녀가 느낀 이야기들을 들어 보았다. 지난 7월 말 열린 세계시민기자포럼에 참석해 열심히 뭔가를 수첩에 적고있는 그녀.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는 한국 유학 3년차 조선족 중국인 최령련(26)씨다.

▲ 세계 시민기자 포럼에 참석한 최령련 시민기자 ⓒ 김동환


- 어떻게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게 되었나.
"처음에 한국의 충남대 신문방송학과로 교환학생을 왔는데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그곳 교수님께서 기사 쓰는 것을 추천해 주셨다. 처음에는 뭘 써야 할지도 막막했는데 어느 날인가 서울 구경을 하다가 인사동에서 '프리허그(길거리에서 사람들을 안아주는 캠페인)'를 경험하고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첫 기사를 그걸로 썼다."

한국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댓글'?

- 외국인이 한국어로 기사를 써서 기고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맞다. 나는 주로 내 사는 이야기를 기사로 쓰는데 쓰면서도 이런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맞춤법도 많이 틀린다. 그래도 기사를 보내면 편집부에서 틀린 글자도 일일이 고쳐주고 도움도 주고 해서 틈틈이 기사를 올리는데 요즘은 학교 공부 때문에 바빠서 쉽지 않다."

- 기사를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뭐였나.
"댓글이다. 작년 말, 중국인 유학생인 내 관점에서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해 기사를 썼는데 그 기사가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에 전송됐었다. 내가 쓴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뜨니 너무 신기해서 보러 갔는데 기사 아래 무서운 댓글들이 달려있었다.

기사 내용과는 별 관련도 없는데 내가 조선족이라고 하니 댓글에 '좌파' 운운하면서 나를 공격하는 댓글들이 있었던 게 기억이 난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내가 하지도 않은 일로 욕을 하는데 나는 처음 당해보는 일인데다 혼자 타국에서 유학하고 있으니 너무 무서웠다. 다짜고짜 부모님 욕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일로 댓글 테러 당하다가 자살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게 됐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댓글이 제일 무섭다(웃음).

왜 서민들이 <한겨레>보다 <조선일보>를 많이 볼까?

- 전공이 신문방송학이니 한국 언론을 자주 챙겨볼 것 같다.
"일단 공부해야하니까 모든 언론을 두루 챙겨본다. 가장 좋아하는 신문은 <한겨레>다. 유학 처음와서 접한 신문이 <한겨레>라서 지금도 애착을 갖고 보는데 요즘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 <한겨레>가 불쌍하다? 이유가 뭔가.
"내가 보기에는 <조선일보> 같은 큰 신문들은 주로 정부나 부자들 입장을 대변해 주는 것 같다. 그리고 <한겨레>가 서민이나 돈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 기사를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서민들이 <한겨레>보다 <조선일보>를 많이 본다. <조선일보>는 서민 입장에서 기사 안 써도 서민들이 많이 봐서 돈 많이 버는데 <한겨레>는 서민 기사 써도 돈 별로 못 번다. 그래서 불쌍하다. 사실 (서민들이) 왜 <한겨레>를 안 보는지 처음에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 한국 와서 '이상하다'고 느낀 것이 또 있나.
"시청에서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노제에 갔었다. 길은 추모하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 찼다. 시청에 있었던 전광판으로 경복궁에서 진행된 영결식을 보고 있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헌화하는 장면에서 거의 모든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분개하더니 이명박 대통령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욕하던 여론이 많았는데 죽고 나니까 또 그렇게들 슬퍼하고,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 다수가 뽑아놓은 대통령이 아닌가. 그렇게 뽑아놓고서 욕하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는 왜 참석했나.
"슬펐다. 사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나는 외국인인데도 그냥 눈물이 나왔다. 그래서 검은 옷을 입고 참석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시절 정책적으로 조선족들 많이 배려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조선족들이 대부분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한다. 중국에 있는 내 어머니도 소식 듣고서 많이 안타까워하셨다."

'따뜻한 사람들' 있는 한국이 좋다

- 한국 와서 어떤 것들을 '좋다'고 느꼈나.
"많지만 일일히 말할 수 없으니 간단히 말하자면 한국에는 볼 것도 많고 좋은 것도 많다. 내가 기사로 썼던 '프리허그'도 가슴 따뜻해지는 경험이었고 젊은이들이 뭔가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은 것 같다. 전에 유학생활이 외롭고 창문 없는 자취방 생활이 서러워서 그 경험을 기사로 쓴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기사가 나가고 난 뒤 이곳 저곳에서 '나도 유학중이다. 힘내자'는 내용의 쪽지들이 왔다. 한국에서 유학하는 외국인도 있었고, 외국에서 유학하는 한국인도 있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반응이었다. 이런 것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인 면도 부럽고, 또 따뜻한 말을 건네주는 사람들이 있는 사회라는 게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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