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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엔 <앨리맥빌>, 한국엔 <파트너>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74] 미드식 법정드라마의 통쾌함을 살리고 있는 <파트너>

등록|2009.08.08 11:32 수정|2009.08.08 11:32

▲ 시즌제 드라마로 가능성이 높은 <파트너> ⓒ KBS


수목드라마 시청률 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후반부로 달려가는 KBS2TV <파트너>. 대진운이 좋지 않아 썩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지 못하나, 마니아층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매회 드라마 속 사건들이 펼쳐지는 <파트너>에는 색다른 재미가 숨어 있다.

전문직 드라마로 손색없는 <파트너>

액자식 구성으로 변호사인 주인공들이 해결해 나가는 사건이 다양해 재미를 더한다. 트렌디 드라마가 아닌 전문직 드라마로서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사실 <파트너>는 전문직 드라마를 표방한 것은 아니다. 이태조(이동욱)와 강은호(김현주)의 러브스토리 비중이 상당한 게 사실이며, 변호사들로서의 일에 대한 희노애락보다 주인공들 간의 관계, 사랑의 모습이 좀 더 심도있게 다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트너>는 전문직 드라마라고 칭해도 손색이 없다. 그것은 앞서 이야기 했듯 변호사로서 그들이 해결해 나가는 사건들이 곁가지가 아니라 오히려 큰 줄거리 안 깊숙이 개입해 있기 때문이다.

그 사건들은 하나씩 등장하면서 조금씩 주인공들의 일상 속 비밀들이 벗겨지게 된다. 즉, 사건이 하나씩 해결되면서 그들 간의 복잡한 관계, 사랑도 함께 진행되는 것이다. 그래서 <파트너>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비중은 상당하다.

사건은 매회 바뀌지는 않지만 적어도 두 회마다 하나의 사건이 등장하고 퇴장을 반복한다. 또한 주인공 말고도 변호사로 등장하는 조연들의 사건도 심도 있게 다뤄지는 등 무늬만 변호사들의 드라마가 아님을 보여준다.

▲ 드라마 속에서 다양한 사건들이 매회 흥미진진하게 그려지고 있다. ⓒ KBS

그래서 <파트너>가 시즌제 드라마로 제작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비록 지금 전문직 드라마를 표방한 적은 없지만 그들이 해결해 나가는 사건들은 꽤나 흥미진진하다.

첫 회 등장한 교사살인사건인 배우 정해숙 사건부터 국회의원 권희수, 현재 일어난 명자씨 땅 사기사건 등 다양한 사건들이 등장하고, 그 사건을 풀어나가는 통쾌함과 반전의 묘미가 살아 있다.

특히 명자씨 땅 사기사건에는 강은호 남편의 죽음이 사고가 아닌 대형로펌 해윤과 대표 이태조의 아버지와 형이 관련되어 있으며, 여기에 진성이라는 대기업의 커넥션이 숨어 있는 등 사건이 꼬리를 물고 반전이 일어나면서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상황이다.

이렇듯 <파트너>는 단순한 변호사들의 사랑이야기가 아닌 진정한 법정 승부극으로 드라마를 이끌면서 마치 미국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내용 구성이 탄탄하다. 그래서 비록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파트너>가 시즌제 드라마를 표방해 꾸준히 방영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사건 유형을 봐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가정 폭력, 이혼, 대기업 횡포 등의 일들이어서 시청자들이 충분히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사건들을 발굴한다면 시즌제 드라마로서 충분히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사건 속 인물을 연기하는 연기자들도 탁월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빛을 내고 있어 시즌제 드라마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사실상 2회를 남겨둔 <파트너>가 만일 이대로 종영된다면 참 좋은 드라마가 시청률에 묻혀버리는 것인데, 참으로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막장드라마가 판을 치는 한국드라마의 현실을 볼 때 <파트너>가 이대로 묻히기엔 안타까움이 남는다.

<파트너>가 이야기하고 싶은 진짜는 부모

이처럼 다양한 사건과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얽히고 얽혀서 진행되고 있지만 <파트너>가 줄기차게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바로 모성애와 부성애, 즉 부모의 마음을 수차례 되묻는다. 그것이 진짜 <파트너>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부모의 마음이 무엇인지를 부모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 드라마 속에서 시종일관 부모와 자식의 관계 부모의 존재를 되묻고 있다. ⓒ KBS


강은호는 미망인으로서 아픈 아이를 홀로 키우는 씩씩한 여성이다. 그녀는 누구보다 자기 자식을 사랑하며 아픈 아이로 인해 한편으로 마음을 졸이며 살아간다. 이태조는 독선적인 아버지와 그로 인해 우울증을 앓은 엄마의 모습에 방황한다. 이태조의 형 이형우(최철호)는 그런 엄마가 태조만 데리고 떠나 버린 유년 시절 기억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가슴 한켠에 아픔이 남아 있다. 이형우를 사랑하는 여자, 한정원(이하늬)도 철두철미한 냉혈한처럼 보이지만 감옥에 간 아버지 때문에 힘겨워한다.

네 명 주인공 모두 부모, 혹은 자식의 입장에서 아픔을 하나씩 간직하고 있다. 이들 뿐만 아니다. 그들이 해결하는 사건들 속에서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 부모의 마음과 존재의 이야기가 사건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수로 동생을 죽인 제호 사건도 낳은 부모와 길러준 부모의 마음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었으며, 국민배우 정해숙이 살인을 교사한 사건에서도 임승대의 아픈 아이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또한 권기수 이혼 사건에서도 아버지의 폭력으로 시달린 아내가 다시금 일어서게 하는데도 그녀의 아이가 큰 힘을 주었고, 조금 모자란 아들을 데리고 살아가는 명자씨도, 심지어 최근 들어 등장한 명자씨의 땅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변호사 유만성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엄마라면 그래야 하는데..."라며 씁쓸해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이처럼 <파트너>에서는 시종일관 부모의 존재와 부모의 마음을 전면에 내세운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작가가 진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부모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주인공들은 길을 잃은 채 방황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며, 그 길을 다시금 되찾아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부모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면 너무 큰 착각일까. 정확한 것은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 작가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조바심이 나지만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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