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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취), 일제 잔혹사

한자로 보는 세계(13)

등록|2009.08.10 14:47 수정|2009.08.10 14:47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진 꿈이 대학에 가서 국사나 동양사를 공부하여 사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고1 때는 보다 구체화되었다.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피해를 당한 조선인 다시 말해 정신대, 조선인 戰犯(전범) 그리고 원폭피해자들의 진상을 밝히고 그들을 위해 일하고자 대학에 가서 국사를 공부하고자 하였다. 어느 대학 국사학과에 지원했다 떨어진 후 진로를 바꿨지만 아직도 생생한 꿈으로 기억된다.

▲ 일본 교토에 있는 한국인 귀무덤 ⓒ 새사연


2007년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군대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일본 우익들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다. 반대로 위안부의 고통을 겪은 할머니나 이 결의안 채택을 위해 노력하신 분들과 세계의 양심 세력에게는 큰 격려가 되리라. 하지만, 앞으로도 지난한 싸움이 있어야 일본 제국주의 후예들의 진실한 사과와 보상이 있을 것이다.

▲ 取(취) 聚(취) 最(최) ⓒ 새사연


取(취할 취)라는 한자를 보면 耳(이)+又(우)로 구성되었다. 오른손으로 귀를 자르는 모습이다. 戰功(전공)을 증명하기 위해서 귀를 잘라 갔던 것이다. 수천 년 전부터 있었던 전쟁의 참상이다. 특히 기억할 만한 사실은 임진왜란 때 왜군이 이런 짓을 많이 자행했다. 지금도 일본에는 곳곳 신사에 조선인 귀 무덤이 있다.  奪取(탈취)

그 귀를 모은 모습을 가진 글자는 聚(모을 취)이다. 본디 글자인 聚(취)의 소전을 보면 알겠지만 取(취)+亻(인) X 3으로 만들어진 글자이다. 여러 사람이 잘라 온 귀를 한데 모았다는 의미이다. 한자에서는 막연히 많은 것을 3개로 표현한다. 聚合(취합)

그리고 이 귀를 가장 많이 모은 것은 最(가장 최)가 된다. 冃(모)+取(취)로 구성된 글자인 데, 冃(모)는 모자와 같은 포대기를 말한다. 귀를 포대기에 가장 많이 모았다는 뜻인데 戰功(전공)을 가장 많이 쌓은 자로서 상을 받았다. 最高(최고)

▲ 撮(촬) 娶(취) 叢(총) (착) ⓒ 새사연


撮(취할 촬)은 扌(손 수 변) +最(최)로 이뤄지는 데 이도 取(취)와 같은 의미이다. 扌(수)는 手(수)가 부수로 쓰인 글자이다. 撮影(촬영)

위안부를 생각하게 하는 글자는 娶(장가들 취)이다. 取(취)+女(여)의 조합인 데 古代(고대) 掠奪婚(약탈혼)의 풍습을 묘사한 글자이다. 여자를 보쌈하여 아내로 취했던 것이다. 조선 등 식민지 여성을 강제로 혹은 사기와 협박으로 끌고 가서 전쟁 위안부로 삼았던 일본 제국주의의 야만성이 이 글자에서 연상된다. 再娶(재취)

取에 굴착기인 丵(착)을 더한 글자는 叢(모을 총)이다. 丵윗부분은 톱니처럼 날카로운 부분인데 쇠스랑이라 생각하시면 된다. 業(일 업)은 이 쇠스랑 아래 부문에 손잡이가 달린 모양이다. 어쨌든 叢은 성벽 등을 쌓을 때 이 쇠스랑(丵으로 흙을 파 모아(取) 올린다는 것)이 본래 의미였다. 叢書(총서)

▲ 趣(취) 走(주) 止(지) ⓒ 새사연


趣(취)는 적의 귀를 베기 위해(取) 달려감(走. 달릴 주)을 의미한다. 전쟁에 참가하는 군사들의 목적은 전공을 세워 상(여자, 노예, 돈)을 받는 것이다. 그 전공의 기준은 자른 귀의 수에 있다. 따라서 적의 귀를 자르기 위해 돌진하는 모습의 자가 趣(달릴 취)다. 走(달릴 주)는 사람이 힘차게 팔을 젓는 모습(大. 여기서는 土처럼 쓰임)과 발바닥 모습인 止(그칠 지)를 더한 자이다. 趣는 뜻을 이루기 위해 달리는 것이므로 '뜻'의 의미도 있다. 趣旨(취지)

이제 위안부로 동원됐던 할머니들도 점차 돌아가시면서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역사가 되기 전에,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 생에서 업을 풀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 제국주의 후예들의 진심 어린 반성이 필요하다. 그 반성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또 싸워야 한다. 미 하원의 결의가 하나의 디딤돌이 되길 기원한다. 더불어 베트남전에 참가한 한국군도 귀를 자르는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한국의 경제 성장은 일정 정도 베트남전의 특수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은 베트남에 이래저래 많은 빚을 지고 있다. 한국이 일본에 사과에 배상을 요구하는 것처럼 베트남에도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김점식 기자는 새사연 운영위원이자, 현재 白川(시라카와) 한자교육원 대표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자 해석은 일본의 독보적 한자학자 시라카와 시즈카 선생의 문자학에 의지한 바 큽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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