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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씨, 미니홈피 얼른 다시 여시길

[주장] 세상이 그들에게 더욱 만만해졌다는 반증은 아니길 바란다

등록|2009.08.11 15:47 수정|2009.08.11 15:47
"잠복기 역시 예측할 수 없어서 일이 불거졌을 때는 이미 늦었다.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다."

작년 광우병 우려 쇠고기 수입 졸속협상-간단하게 '광우병 쇠고기'라고 표현하긴 하지만-으로 촉발된 촛불집회 때 몇몇 연예인들의 상식적인, 그러나 용감한 발언들이 있었다. 그에 대해 일부 언론은 '인기에 영합하려는' 행태라고 비난하기도 했고, 또 '공인으로 부적절한' 처사라고 비난하기도 했던 것 같다. 혹은 딴따라 주제에 사회적 문제에 발언이라니 어이없다, 는 식의 반응도 있었던 것 같고.

"잠복기 역시 예측할 수 없어서 일이 불거졌을 때는 이미 늦었다.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다" 김민선이 당시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렸던 짧막한 평이다. 예방적 조치, 선제적 조치가 중요함을 강조한 내용이다. (물론 실제 시장이 개방되고 나면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혹은 둔감해져서 소비하기 마련이다. 그건 차후의 문제니까 부디 김민선보고 미국소 1그램도 안 먹냐느니, 자기도 잘 먹고 있으면서 수선이라느니 따위 비난은 말자.)

그 발언이 문제가 되었댄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유통하는 '에이미트'는 지난 10일 김민선 씨와 <PD수첩> 제작진 5명을 상대로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파동 당시 영업 손실을 입었다"며 3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했다.

에이미트와 정육점·식당 가맹점인 오래드림을 운영하는 박창규 대표는 소장에서 "김민선의 부정적인 발언과 MBC <PD수첩>의 과장 보도로 인해 매출액이 떨어지고 가맹점이 폐쇄하는 등 15억 원의 영업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민선 씨는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무책임한 선동을 했으며 <PD수첩> 제작진은 허위·왜곡 방송으로 회사 영업을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박창규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업계 전체적으로 따지면 피해액이 3000억 원 정도 되는데, 피해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소송 절차에 어려움이 있어 개별적으로 먼저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며 "소송 진행 상황에 따라 다른 업체들도 뒤따를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김민선·<PD수첩>, 美쇠고기 수입업체에 3억 원 피소 (프레시안, 09.08.11)

"탤런트 김민선(30·사진)이 수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유통업체 에이미트는 10일 김씨와 MBC PD수첩 제작진 다섯 명 등을 상대로 "김씨의 악의적인 발언과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의 왜곡 보도로 매출액이 크게 떨어진 데 대해 3억원을 배상하라"며 서울남부지법에 소장을 접수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자신의 미니홈피에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 수입하느니,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다"는 글을 올려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에이미트는 소장에서 "김씨는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선동을 했다"며 "PD수첩 제작진도 전 국민이 시청 가능한 막강한 언론매체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허위·왜곡 방송을 함으로써 회사의 영업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에 따르면 2007년 63개였던 가맹점은 PD수첩 '광우병 편' 방송과 김씨의 발언 이후 현재까지 16개로 줄었다.""광우병 선동" 김민선·PD수첩 3억 피소 (중앙일보, 09.08.11)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개인 공간에 의견을 표시한 것 가지고 소송을 걸다니, 이런 것도 죄가 되나. 수입업체 측도 뭔가 승산의 여지가 어느정도 있다고 믿으니까 소를 제기한 걸 텐데..피디수첩에 대한 소제기도 웃기지만, 일개 사인의 의견 표시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좀 전반적으로 말이 안 되는 짓거리다. 내가 이렇게 수입업체 측의 행위가 말이 안된다고 비난한다 해서 잡아갈 건가 그럼? 

1년이나 지나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건 것도 뭔가 의미심장하다. 그만큼 '촛불'로 상징되던 당시의 시민 권력은 약해졌고, 또 그만큼 미국산 쇠고기는 일상에 침투했으며 '촛불'의 반대편에 섰던 자들의 권력은 더욱 강고해졌음을 뜻하는 게 아닐까. 그들에게 더욱 세상과 사람들이 만만해졌다는 반증은 아닐까 싶어, 새삼 두려워진다. 광화문'테마파크'를 '관람'하며 부유하는 입막고 귀막힌 시민들의 망연한 걸음걸이에서 보이듯 이미 민주주의의 역진현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터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어이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렇듯 어이없는 소송이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라, 뭔가의 '징후'를 보여주는 것 같아 더욱 어이없고 안타까울 뿐이다.

하기야, 미네르바도 허위사실 유포죄로 구속까지 될 줄이야 누가 알았나. 상식이 물구나무선 세상 따위. 귀추가 어떻게 되던 간에, 이런 식의 소송 자체가 가능해진 분위기라면 앞으로 대체 누가 마이크를 쥐고 용기내어 이야기하겠나. 귀찮고, 불편하고, 불안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위험이 뻔히 보이는데 말이다. 개인의 호오, 의사표현도 걸고넘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만연해버린 지경, 그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김민선 홈피에 가보니 닫혀 있던데, 그녀가 끝까지 당당했으면 좋겠다. 내 욕심이겠지만, 그녀는 평소의 야무지고 당당한 이미지답게 멋지게 대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런 말도 안되는 소송 따위 시원하게 무찔러버릴거라 믿는다. 앞으로도 계속 '개념있는' 발언, 혹은 개념없더라도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나름의 의사와 소신을 표출할 수 있는 당찬 연기자였으면 좋겠다. 그런 연기자가 많아지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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