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문재인 "세상과 거리 두려 양산으로 이사갔는데..."

민주당 법률투쟁 참여... "방송법 권한쟁의심판, 헌정사 부끄러운 일"

등록|2009.08.11 18:02 수정|2009.08.11 18:31
play

문재인 "조용히 살려고 이사갔는데 하필이면..." ⓒ 박정호


민주당의 10월 재보선 '영입대상 0순위'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방송법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청구 대리인단에 자원한 것으로 알려져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11일 오전 문 전 실장은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공동변호인단 간담회에 참석해 법적 조언을 건넸다. '노무현 대통령 추모사업회' 회의 참석을 위해 간담회 도중 일어선 문 전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민변에서 권한쟁의심판청구 대리인단을 모집해서 내 스스로 응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한나라당 맹비판... "다수 정파가 원칙 무시, 사상 초유의 일"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한 미디어관련법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방송법) 권한쟁의심판청구는 우리 헌정사상 참 부끄러운 일"이라며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미디어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보니 적법절차까지 마구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소수정파가 다수정파의 결정을 막기 위해 무리한 적은 있어도, 다수 정파가 스스로 원칙을 무시한 것은 사상초유의 일"이라고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그는 공동변호인단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유와 관련, "미디어법 처리 절차가 우리 국민들을 얼마나 부끄럽게 만들었느냐"며 "심판청구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에 법률가로서 스스로 동참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실장의 공동변호인단 참가를 '현실정치 참여'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간담회 자리에서 정세균 대표와 문 전 실장이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은 점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문 전 실장은 10.28 재보선 출마설을 거듭해서 강하게 부인했다. 법률가로서 공동변호인단에 참가한 것일 뿐, 정치 행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퇴임하면서 양산에서도 거의 산골로 이사갔는데, 그 이유는 세상과 거리를 두면서 조용하게 살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필이면 그곳이 재보선 지역이 돼서 공교롭게 됐는데, 내 생각(불출마)은 이미 여러 번 밝힌 바 있다"고 선을 그었다.

▲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동영상 화면 갈무리). ⓒ 박정호


"세상과 거리 두려 양산으로 이사 갔다"... 재보선 불출마 뜻 거듭 밝혀

문 전 실장이 민주당과 주변의 출마 권유를 뿌리치고 있지만, 이번 권한쟁의심판 대리인단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점만 놓고도 민주당은 큰 힘을 얻는 분위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곧고 청렴한 이미지를 가진 문 전 실장이 힘을 보탠다면 우호적 여론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은 문 전 실장과 민변 소속 변호인단이 대거 참가한 공동변호인단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숫자(225명)로 구성된 공동변호인단이 치밀한 전략을 세운다면 권한쟁의심판청구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정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공동변호인단을 "민주주의의 파수꾼"으로 추켜세우며 "민주당의 모든 국회의원들과 당원들을 대신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또 정 대표는 "많은 국민이 언론악법 원천무효라는데 공감하고 있는데, 실제로 언론악법 무효화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여러분이 잘 도와주시면 그런 성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법률가들도 방송법 처리가 법적 절차를 지키지 못해 무효라는 점을 한결같이 주장했다.

김선수 변호사는 "방송법은 1차 투표를 종료한 뒤 의결종족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는데, 부결 선언을 하지 않고 재투표해서 가결을 선포했다"며 "이는 국회법 제92조 일사부재의 원칙, 제109조 의결정족수에 관한 조항, 제111조 투표 결과 투표, 제114조 재투표 규정 등 국회법 규정을 정면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변호사는 "이회창 총재는 표결 종료와 투표 종료를 구분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투표 종료 후 의장이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투표를 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민변 회장을 맡고 있는 백승헌 변호사도 "한나라당이 다수결 원칙을 말하는데, 다수결 원칙의 정당성은 형식적, 절차적 합법성을 전제해야 한다"며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다수결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공동변호인단 간담회에 참석해 법적 조언을 건넸다. ⓒ 박정호


민주당, 국회 의사국장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고발 검토

한편 민주당은 국회 사무처가 헌법재판소의 증거제출 요구에 부실한 회의록 등을 제출했다며 의사국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민주당 법무본부장을 맡은 김종률 의원은 "헌재에 제출된 국회 회의록이 방송법 1차 표결 결과(부결)를 누락시켰는데, 이는 헌재 재판에 영향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국회 의사국장을 형사고발할 예정"이라며 "의장의 지시나 사전교감이 있었다면 김형오 의장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