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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파업' 50여명 간담회, "회사 말 자주 바뀐다"

창원공장, 12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간담회 가져

등록|2009.08.12 16:48 수정|2009.08.12 19:14
분위기가 무거웠다. 바깥에 비가 내리는 탓도 있었지만, 동료 노동자들이 구속된 데다 회사와 어렵게 맺은 합의서도 잘 지켜지지 않을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오는 등 여러 걱정거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12일 오전 10시 창원노동복지회관 3층 강당. 민주노총 경남본부(본부장 김천욱)가 쌍용자동차 창원공장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70일 넘게 쌍용차 평택공장 안에서 이른바 '옥쇄파업'을 벌였던 노동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옥쇄파업' 투쟁을 벌였던 창원공장 노동자들이 12일 오전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 모여 김천욱 본부장과 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대책을 논의했다. ⓒ 윤성효


"구속자가 빨리 풀려나야 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가 회사와 합의서를 맺은 뒤 창원으로 돌아와 처음으로 모인 것이다. 쌍용차 창원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 13명이 평택·안성·성남·수원경찰서 등에 구속되어 있다. 몇몇은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

옥쇄파업이 벌어졌을 때 창원공장에서는 처음에는 131명이 참여했고, 마지막까지 69명이 남아 있었다. 일부는 중간에 나오거나 희망퇴직하기도 했다.

김천욱 본부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평택공장에서 열성적으로 투쟁하면서 고생이 많았다"고 한 그는 "회사와 합의가 되기는 했지만, 완벽하게 끝난 게 아니고, 투쟁을 승리로 가져가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와 합의를 큰 틀에서는 했지만 세부사항이 남아 있다, 어쩌면 새로운 투쟁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경찰과 정부가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조사를 확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노동자들은 구속된 동료들을 먼저 걱정했다. 한 노동자는 "구속자들의 향후 거취가 걱정이고, 재판 기간이 늦어질 것으로 보여 더 걱정이다"면서 "민주노총에서 대응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구속자가 빨리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본부장은 "이명박 정부에서는 노조 탄압의 수위가 높고, 어느 정권보다 강도 높게 진행할 것 같다"면서 "쌍용차 투쟁과 관련한 법적 대응은 민주노총 중앙 차원에서 변호사와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합의를 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을 것 같다"

경찰 조사를 받고 온 노동자들의 경험도 쏟아졌다. 한 노동자는 "3시간 가량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마지막에 경찰관이 '더 할 말이 없느냐'고 묻더라"면서 "그래서 '회사가 새총을 쏘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했는데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 노동자와 같은 잣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구속 노동자의 영장실질심사를 지켜보았다고 한 노동자도 경험을 이야기 했다. 그는 "노동자가 화염병을 던지지 않았고 새총도 쏘지 않았다고 하니까 검사는 구체적인 증거를 대지 못하면서도 '파업 대오에서 복면을 하고 복장이 동일해서 누군지 모르겠다, 증인이 있다'고 했다"면서 "검사는 구속하지 않으면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했는데, 앞으로 경찰 조사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이니까 대응을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한 노동자는 "합의를 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을 것 같고, 회사 관리인의 말이 자꾸 바뀌고 있다고 한다"면서 "무급휴직 등에 있어 혼선도 일어나고 있는데, 서로 연락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해고자이기에 회사에 들어갈 수 없다. 해고되지 않았던 사람들도 회사에 가서 개인 사물함을 보니 회사에서 '보직변경' 통지서를 꽂아 놓았다고 한다"면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가 출근을 시키더라도 개인면담을 할 것 같고, 징계위원회를 연다는 말도 있다"면서 "근신해야 한다는 말을 회사 관계자들은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 노동자는 "며칠 전 팀장한테서 전화가 와서 아침에 출근했더니 조회를 하고 있더라. 대기발령 상태라 출근했지만 조회에는 참석할 수 없다고 해서 대기했다"면서 "이후 팀장을 만났더니 아직 '회사 방침은 없다'며 '근신하고 있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또 노동자들은 노조 지부․지회 간부들이 거의 대부분 구속되어 대응책 마련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비상대책위' 구성 등에 대해 논의했다.

'쌍용차 정리해고반대 창원가족대책위' 간사로 일했던 박종미씨는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가족대책위는 해산하지 않고 앞으로 연대해서 할 일이 있으면 할 것이다. 정신적․육체적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으로 산업재해 처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며, 자료도 남겨야 한다"면서 "앞으로 노동부 항의 방문도 계획하고 있고, 지역 사회단체들과 함께 고민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식 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은 "지금은 조직이 무너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조직체계를 갖추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노동자들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 처해 있는 상황들을 공유하면서 여러 대책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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