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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 공포도, 에로도 무엇도 아닌 짬뽕!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76] 어설픈 CG로 공포감 조성 실패, <전설의 고향>

등록|2009.08.12 15:12 수정|2009.08.12 15:12

▲ 다시 돌아온 2009년 <전설의 고향>은 공포를 주지 못한 채 동시간대 꼴지를 달리고 있다. ⓒ kbs

어렸을 적 이불을 뒤집어쓰고 보던 <전설의 고향>이 다시금 돌아왔다. 매회 여름만 되면 찾아왔던 <전설의 고향>.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그보다 무선 공포영화나 드라마가 많아서일까?

예전만큼 무섭지 않은 <전설의 고향>으로 안방극장을 찾아왔다.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처럼 옛 추억에 잠시 잠겨 볼 수 있는 <전설의 고향>은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베드신~ 에로사극버전
<전설의 고향>

헌데, 2009년 판 <전설의 고향>을 보면서 옛 명성에 먹칠을 드디어 하는구나,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회에는 공포드라마가 아닌, 에로사극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어 경악시켰다. 주인공과 별다른 이야기와 연관이 없음에도 베드신을 남달리 집어넣은 설정은 파격이 아니라 추했다.

물론 2회부터는 그나마 안정적인 연기자들 덕분에 논란이 일지 않았지만 여전히 CG의 어설픈 효과, 매번 업그레이드되지 않는 이야기들. 과연 <전설의 고향>이 매회 우리는 찾아오는 것이 좋은 것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이번 <전설의 고향>에서 단연 '베드신'은 옛 명성에 먹칠하는데 단연 1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흡혈귀 이야기 '혈귀' 편에서 저승사자의 실수로 억울하게 흡혈귀가 된 현(김지석)이 9명의 숫처녀의 피를 마셔야만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집안의 몰락으로 시댁에서도 구박받는 처지가 된 연(이영은)의 이야기가 등장했다.

현과 연이 서로 사랑을 하며 이루어질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을 펼쳐 보이며 과거 <전설의 고향>의 명성을 이어가나 싶었는데, 난데없는 신음소리에 <전설의 고향>의 시청자 TV는 에로버전 사극으로 돌변해 버린 것이다.

연의 남편이 바람을 피는 현장이 여러 차례 화면에 등장하면서 신음소리와 화면은 경악하도록 TV 치고는 상세하게 묘사된 것. 여기에 혼례를 치르지 않는 연의 시누이 소정이 머슴과 사통하는 장면 등. 대체 현과 연의 사랑이야기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장면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 공포물에 난데없는 에로 장면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 kbs

결국 혈귀편은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여기에 혈귀 편에서 아름답게 그려지는 사랑 이야기는 무섭지도 않고 대체 어디 부분에서 오싹하게 만들려고 하는지 한참을 기다려봐도 공포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분명 우리가 <전설의 고향>을 매번 비슷한 내용이지만 기다리고 시청하는 것은 '향수'에 젖고 싶은 것일 게다.

향수와 추억을 느끼고 싶어 본 시청자들은 신음소리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실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

내용을 따지고 놓고 보면 예전과 다른 것이 없다. <전설의 고향>은 일찌감치 억울하게 죽은 자, 구미호 등의 '한(恨)'의 집중해 있었다. 사실상 대한민국 국민에게 한이라는 정서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것인 만큼 '한'의 정서를 이해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밖에 없다.

하지만 한은 없고 오로지 선정적인 장면으로 시청률을 올리려는 얄팍한 제작진의 뜻만이 가득한 첫 회였다. 그나마 2편 '죽도의 한'이 방영되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내공이 탄탄한 연기자들의 호연과 옛 향수를 느끼게 하는 스토리 중심의 이야기가 실망한 시청자의 마음을 그나마 달래주었다.

'죽도의 한'에선 원한들로 가득한 죽도의 비밀이 밝혀지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는데 김갑수, 정겨운 등의 연기파 배우들이 등장해 극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냈다. 내용 또한 정여립(김갑수)의 시신을 찾으러 죽도에 들어간 관군 파견대에게 닥쳐오는 죽음의 그림자와 이를 파헤치기 위한 병사 상헌(정겨운)의 몸부림. 여기에 정여립이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역모죄로 살해된 과정과 권력에 의지한 홍국(김규철)과 반대성향을 지닌 상헌의 대립 등이 볼거리를 제공했다.

또한 상헌과 미향의 순수한 사랑이야기는 과거 <전설의 고향>에서 볼 수 있었던 사랑을 다시금 감상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면서 2편에서의 <전설의 고향>은 유년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 어설픈 CG장면은 오히려 긴장감을 무너뜨리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 kbs

어설픈 CG는 그만두기 바래~

하지만 1편 혈귀부터 2편 죽도의 한까지 공포드라마임에도 공포가 없다는 평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 이유로 어설픈 CG가 지목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CG장면에 나올 때마다 실소를 터지게 할 만큼 성의가 없다.

물론 우리나라의 CG기술이 할리우드를 따라갈 수는 없지만 CG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기술이 없었다면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만들어질 수 없었을 테고 상대 방송사 <혼>의 CG는 상대적으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전설의 고향>의 CG는 한 마디로 형편없다. 오히려 극의 흐름을 방해하며 공포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한 수단이 아닌 극의 긴장감을 무너뜨리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죽도가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장면, 귀신이 머리로 사람을 죽이는 장면은 가장 긴장감이 조성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극의 몰입도를 저해했다.

이 같은 상황은 혈귀 편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분장에서도 어설픈 상황이 이어졌다. 흡혈귀가 된 현으로 분한 김지석의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 무섭기 보다는 괴기스러운 정도로 그쳤고, 분장의 어색함에 오히려 공포분위기보다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었다.

아마도 <전설의 고향>에서 이 같은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요즘 대세를 따르기 위함일 것이다. CG나 분장 등이 예전보다 기술이 월등히 나아지면서 공포영화나 드라마에 CG나 분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바람에 힘입어 <전설의 고향>에서도 CG나 분장을 사용하고 있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사실 그 옛날 CG가 없던 그 시절 <전설의 고향>은 안방극장 최고의 호러물이었다. 그때 기술이 발달되지 않아도 무서울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정서 '한'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스토리로 살려냈기 때문이다.

즉, 귀신이 등장해도 각각의 귀신마다 사연이 있었고 그 사연은 모두 '한'이라는 정서로 표출되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공포와 슬픔을 동시에 느꼈고 그러한 탄탄한 스토리 하나에 우리는 <전설의 고향>을 주저없이 최고의 호러물 드라마로 꼽는 것이다.

제작진은 이 점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과연 <전설의 고향>이 지금과 같은 스토리에, 지금과 같은 CG가 계속된다면 과연 많은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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