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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용호표 '국세행정위', 개혁 추진체 될 수 있을까

12일 비공개 첫 회의... 기업인과 조세 관련 이익단체장이 중심

등록|2009.08.12 21:40 수정|2009.08.13 09:42

▲ 취임사를 하고 있는 백용호 국세청장. ⓒ 유성호


국세청 개혁을 주도하게 될 '국세행정위원회'가 12일 모습을 드러냈다. 백용호 신임 국세청장이 지난달 16일 취임한 지 한 달여 만이다.

백 청장은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세행정시스템 개선을 위한 기구로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국세행정위원회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세행정위원회는 전직 청장들의 잇단 불명예 퇴진과 정치적 세무조사 논란 등으로 국민 신뢰를 잃은 국세청을 개혁하기 위해 외부인사를 중심으로 국세청 내부에 설치되는 심의기구다.

국세청 안팎에선 국세행정위원회가 사실상 국세 행정 전반을 감독하고, 개혁의 틀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따라서 위원회의 구성 과정에서 어떤 인사들이 참여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모았다.

백용호식 개혁의 밑그림, 국세행정위

국세청이 이날 오전 공개한 위원회 인사들을 보면 주로 기업인과 조세 관련 이익단체장, 학계인사 등이 포함돼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8명의 외부인사와 이현동 국세청 차장이 포함돼 모두 9명으로 위원회가 구성됐다.

김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민간위원은 조용근 한국세무사회장, 권오형 한국공인회계사회장, 장지인 한국회계학회장, 유경문 한국납세자연합회장, 안윤정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이만우 고려대 교수, 김영심 서강대 교수 등 모두 8명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고, 조세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위원들을 위촉했다"면서 "이날 오전 첫 회의에서 투명한 세정운영을 위한 세정시스템 개선 방안을 비롯해, 납세자 권익 보호 강화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국세행정위원회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국세청 개혁에 얼마나 성과를 올릴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기업인과 조세 관련 이익단체장 중심... 개혁 성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

우선, 위원 구성 면에서 국세청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이익단체장과 기업인 등이 주축이다. 8명 가운데 5명이 세무와 회계 관련 종사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장이거나 기업인이다. 시민사회단체는 한 곳도 없으며, 학계인사는 2명이다. 대체로 보수적 성향의 단체와 인물 중심이다.

또 국세청 차장이 위원으로 직접 참여하면서, 폐쇄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의 국세청 조직 개편 작업과 함께 내부직원 감사 등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그동안 정치적 사찰 등의 논란을 빚어온 국세청 세무조사의 투명성 제고와 국세청 중립성 확보 등에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지도 두고볼 대목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선 그동안 국세청 개혁을 위해 외부 민간인사를 중심으로 한 독립적인 감독위원회 설치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백 청장은 자신이 외부인사인 만큼 따로 외부인사들로 감독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는 지난달 백 청장이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밝힌 국세행정위원회에 대해 "전임 청장들도 개혁을 한다면서 외부인사를 위원으로 한 위원회를 설치해 왔다"며 "이후 형식적인 운영으로 유명무실화된 선례가 있다"고 비판했었다.

국세청은 백용호식 국세청 개혁의 밑그림을 그리게 될 국세행정위원회의 첫 번째 회의를 사전에 알리지도 않았고, 회의 내용도 철저히 비공개로 일관했다. 다음 회의가 언제, 어디서 열릴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대신 정기적으로 회의가 열릴 것이라고만 밝혔다. 국세행정위원회가 과거의 형식적인 위원회로 전락할 지, 제대로 된 개혁의 성과물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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