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공부'라는 것 사먹게 동전 좀 주란 말이에요!"
[서아프리카 가나, 교육원조사업 이야기 9]
도로는 이들에게 생명의 젖줄일까? 아니면 그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기만적이고도 가혹한 수탈의 흡혈귀일까?
"프레시 브레드" "프레시 브레드" 새벽 여섯 시가 지날 무렵부터 동네 어귀를 도는 빵 파는 아주머니들의 맑고 간결한 목소리가 늘 나의 아침을 그의 외침 그대로 신선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를 따라 작은 나무상자를 흔들며 작은 막대기로 상자를 치고, '딱~딱~' 소리를 내면서 지나가는 앳돼 보이는 소년이 지나간다. 구두 수선공, 아니 슬리퍼 수선공이다. 가나 주민들이 가장 즐겨 신는 신이 바로 이 슬리퍼다.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에 줄 하나를 쫘악 끼고서 걸을 때 발바닥과 슬리퍼가 부딪히며 '짝~ 짝~' 소리를 내며 걷는다.
그리고 다시 그의 뒤를 따라 소금가루로 껍질을 덮은 삶은 계란 수백 개가 담긴 큰 원형 밥상을 머리에 이고, 이른 아침 주린 배로 출근을 하는 배고픈 직장인들의 허기를 달래러, 다시 아주머니가 지나간다.
도로위에 펼쳐지는 '자발적 일자리 창출자'들
교통신호를 보내는 자발적 일자리 창출자
노란 조끼를 입은 한 아저씨가 사거리 한 복판에 서서 수신호를 보내고 있다. 멈춤 신호가 끝나고 출발 신호 알려, 차가 사거리 중앙을 관통할 즈음 그 아저씨의 수신호는 참 이상하게 변한다. 왼 손은 어깨와 45도 각도로 벌린 채 뭘 달라는 것 같으며, 오른 손은 손가락을 한곳으로 모은 채 입가에 갖다대기를 연거푸 반복한다.
밥 먹을 돈을 달라는 이야기다. 이 아저씨는 교통경찰이 아니다. 차량들이 정체된 곳에 자발적으로 가서 교통신호를 보낸답시고 스스로 만들어낸 '자발적 일자리 창출자' 정도? 안타깝게도 아저씨에게 돈을 주고 지나가는 차량들은 많지 않다.
도로 위 구멍을 메워주는 자발적 일자리 창출자
도로 상태가 워낙 불량하다보니 구멍이 뚫린 곳이 너무 많아 고속으로 주행 중에는 아주 위험하다. 도로 한복판에서 청년들 서넛이 모여 있다. 이들은 주로 차량들이 한산한 도로를 대상으로 하는 '자발적 일자리 창출자'들이다. 움푹 파인 구멍에 주변에 있는 흙을 파다 메워놓고는, 지나가는 차량들에게 '우리가 이 불량한 도로를 메웠으니 수고비 좀 줘라'는 수신호를 계속 보낸다.
아까 노란 조끼 입은 아저씨와 몸짓은 매우 비슷하다. 가끔씩 멤버 중 한 명이 나뭇가지 하나를 끊어서 위로 아래로 흔들면서 돈 내고 지나가라며 사정 반, 협박 반 섞은 간절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만 더하면 된다. 이 경우는 그래도 가끔 동전을 창밖으로 던져주는 사람들이 있다.
상상초월, 차 지켜주는 자발적 일자리 창출자
식사를 끝내고 식당 어귀에 주차한 차를 빼려 하자 내 차를 계속 노려보던 젊은 친구 한명이 다가온다.
"팁 주세요!"
"왜요?"
"그건 당신이 식사를 하는 동안 제가 차를 계속 지켰기 때문이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돼요!"
"제가 당신 차를 지켜줬다구요! 안 그랬으면 당신 차 안에 있는 물건이 도둑맞았을지도 몰라요. 팁 주세요!"
자발적 일자리창출자치고는 좀 지나치게 상상력을 동원한 일자리다. 이들에게 돈을 주는 이를 본 적은 없다. 어떻게 연명을 하고 있는 걸까?
주차 혹은 출발을 도와주는 자발적 일자리 창출자
이번에는 주차했던 차에 시동을 걸고 차를 빼내려 하자 노인 한 분이 준비된 듯 '미륵의 미소'를 온화하게 보내며 주차했던 차가 도로로 나오도록 각종 수신호를 보낸다.
'뭐 혼자해도 전혀 어렵지 않은 도로상황인 것 같은데….'
그래도 난데없이 차를 지켜봤다는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꽤 짭짤하게 팁을 챙긴다.
나와 같은 외국인에게 이런 모습이 어쩌면 너무 어이가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에겐 이 모든 게 생존과 직결된 것이라, 코웃음을 치며 지나치기엔 이들의 삶이 너무 고단하다. 그래도 희망이라고 믿자. 적어도 구걸을 하는 것은 아니잖아. 가나에서 사지 멀쩡한 '생거지'를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난데없이 차량 유리를 닦아내는 번개 세차 자발적 일자리 창출자
도로로 진입한 차가 한참을 달리고 신호대기를 잠시 받는 동안, 갑자기 청년 한 명이 달려오더니 긴 걸레자루를 세제에 잔뜩 묻힌 채 차량 앞 유리를 닦기 시작한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차량 세차를 끝내고 윙크를 한번 보내고는 창문 쪽으로 다가온다.
'노동의 대가를 바라는 거겠지?' 생각하며,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겠다 싶어 가격을 물어본다.
"얼마면 되요?"
"얼마 주실 건데요?"
"…이십 페스웨스(200원)면 되요?"
"고마워요!"
동전을 받아들기가 무섭게 청년은 건너 편 차량으로 가 다시 앞 유리를 닦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요청하지 않은 자발적 날품노동'의 대가를 응당히 지불하지 않고, '누가 너보고 차 유리 닦으랬냐?'는 쓴 웃음 한번 휙 날려주며 사라져버리는 차량들이 더 많다.
가나의 걸객님들
그렇다면 신체 건강한 거지가 없는 가나에서 구걸을 하는 이들은 어떤 이들일까?
장님 할아버지와 소년, 혹은 휠체어 탄 엄마와 아들
지팡이를 짚은 장님 할아버지가 한 손을 소년의 어깨에 얹은 채 정체된 차량들 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키 작은 소년은 차량 하나하나를 찾아다니며 노크하듯이 애처로운 사연을 눈빛에 담아 보낸다. 이따금 동전 한 닢이 손에 쥐어진다. 그리고 휠체어 탄 엄마와 그 휠체어를 미는 아들로 구성된 또 한 팀이 한 차선 넘어 온갖 매연을 들이마시면서 위태롭게 적선을 바라고 있다.
'애기바퀴 썰매'를 탄 지체장애우
바퀴가 너무 조그마해서 보이질 않는다. 그 위에 널짝 하나를 얹은 채 앉아 썰매처럼 손으로 도로 바닥을 밀며, 과속으로 질주하는 도로 위를 헤집고 다닌다. 오싹오싹할 정도로 위험한 순간이 몇 분 어간에도 수도 없이 벌어진다.
슬리퍼를 손에 끼고 도로를 힘껏 밀면 썰매는 미끄러지며 차선들 사이를 비집고 다닌다. 작은 바퀴 위의 널짝에 앉아있는 자세라 차량 안에 있는 운전수를 쳐다보기도 힘들다. 정말 이따금 한번 씩 십 페스웨스(백 원) 혹은 이십 페스웨스짜리 동전이 도로 위로 휙 던져진다. 그걸 주우러 가는 동안 다음 차량들이 주행을 시작하며 또 다시 아찔한 순간이 이어진다. 고단하고 눈물겨운 삶은 도로 위에서 생과 직면해야하는 그 숱한 '도로 위의 동업자 혹은 경쟁자'들과 매한가지지만 사고가 날 확률은 이들이 덤터기로 가져간 것 같다.
'생은 가혹하기를 넘어서서 매정하고 비정하고 치사하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배반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
애기바퀴썰매를 탄 친구들의 하루다.
풀라니족, 동정심의 경제학
가나에서 사지 멀쩡하게 건강한 거지로 목숨을 연명하는 사람들이 딱 한 부류가 있는데 바로 플라니부족 사람들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깊은 연구가 필요한 것 같아 아직 섣불리 단언해선 안 되지만 적어도 아크라 시내에서 이들의 삶의 방식엔 분명히 암울한 그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처음 이들을 도로 한복판에서 만났던 때를 기억한다.
아프리카 사람이라고 하기엔 피부 빛이 유독 초콜릿 색깔을 띤 아이 몇 명이 거리 한복판에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소녀는 긴 곱슬머리였고 소년의 머리도 여느 가나의 아이들과는 달리 길게 자라있었다. 눈은 아주 크고 영롱하게 보였고 모두 다 정말 어찌나 예쁘고 잘생겼는지 그들이 거리에서 구걸을 한다는 게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혼자 짐작으로 누군가 아랍권 혹은 아시아권에서 온 외국인이 책임지지 못할 일을 저지른 채 달아나버린 희생양들인가 생각하며, 그 짐작되는 국가의 사람들을 상대로 혼자서 비난했었다.
그런데 나를 경악시킨 건, 이들의 엄마와 아빠는 저쪽 어딘가 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있으며 아이들만 도로 한복판에 보내서 동냥을 시킨다는 것이다. 이들이 바로 풀라니족, 매혹적인 피부빛과 유독 반짝이는 크고 맑은 그리고 신비로운 눈빛을 가진 부족이다. 이 기가 막힌 자녀교육, 오로지 동정심을 이용하여 자녀들에게 '동냥의 현장교육'의 가혹함만을 되물리는 이들을 대상으로 동전을 주는 것을, 나는 그 후부터 멈추고 말았다.
식품점에서 나오고 차에 올라앉은 나에게 풀라니족, 역시나 눈망울이 너무 맑은 소년 한명이 다가온다.
"돈…돈…밥 먹게 돈…"
"학교로 가! 학교로! 너희들은 학교로 가야해! 알았어? 학교 가서 공부해야 해!"
미안한 마음, 안타까운 마음 그리고 부모를 향한 원망의 마음을 그 소년은 읽지 못한 듯, 나에게 쓰디 쓴 한 마디를 휙 던지고는 사라졌다.
"그러니깐, 그 '공부'라는 것 사먹게 동전 좀 주란 말이에요!"
▲ 날품팔이 청년머리에 선글라스를 잔뜩 이고 날품을 팔러 가고 있습니다. ⓒ 차승만
▲ 수 선 공한 청년이 머리에 재봉틀을 이고 오른손에 가위를 잡고 수선을 하러 걸어갑니다. ⓒ 차승만
"프레시 브레드" "프레시 브레드" 새벽 여섯 시가 지날 무렵부터 동네 어귀를 도는 빵 파는 아주머니들의 맑고 간결한 목소리가 늘 나의 아침을 그의 외침 그대로 신선하게 해준다.
그리고 다시 그의 뒤를 따라 소금가루로 껍질을 덮은 삶은 계란 수백 개가 담긴 큰 원형 밥상을 머리에 이고, 이른 아침 주린 배로 출근을 하는 배고픈 직장인들의 허기를 달래러, 다시 아주머니가 지나간다.
도로위에 펼쳐지는 '자발적 일자리 창출자'들
교통신호를 보내는 자발적 일자리 창출자
노란 조끼를 입은 한 아저씨가 사거리 한 복판에 서서 수신호를 보내고 있다. 멈춤 신호가 끝나고 출발 신호 알려, 차가 사거리 중앙을 관통할 즈음 그 아저씨의 수신호는 참 이상하게 변한다. 왼 손은 어깨와 45도 각도로 벌린 채 뭘 달라는 것 같으며, 오른 손은 손가락을 한곳으로 모은 채 입가에 갖다대기를 연거푸 반복한다.
밥 먹을 돈을 달라는 이야기다. 이 아저씨는 교통경찰이 아니다. 차량들이 정체된 곳에 자발적으로 가서 교통신호를 보낸답시고 스스로 만들어낸 '자발적 일자리 창출자' 정도? 안타깝게도 아저씨에게 돈을 주고 지나가는 차량들은 많지 않다.
▲ 머리 적시는 조수트로트로가 신호대기를 하는 동안 조수가 봉지 물로 머리를 적시고 있습니다. ⓒ 차승만
도로 위 구멍을 메워주는 자발적 일자리 창출자
도로 상태가 워낙 불량하다보니 구멍이 뚫린 곳이 너무 많아 고속으로 주행 중에는 아주 위험하다. 도로 한복판에서 청년들 서넛이 모여 있다. 이들은 주로 차량들이 한산한 도로를 대상으로 하는 '자발적 일자리 창출자'들이다. 움푹 파인 구멍에 주변에 있는 흙을 파다 메워놓고는, 지나가는 차량들에게 '우리가 이 불량한 도로를 메웠으니 수고비 좀 줘라'는 수신호를 계속 보낸다.
아까 노란 조끼 입은 아저씨와 몸짓은 매우 비슷하다. 가끔씩 멤버 중 한 명이 나뭇가지 하나를 끊어서 위로 아래로 흔들면서 돈 내고 지나가라며 사정 반, 협박 반 섞은 간절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만 더하면 된다. 이 경우는 그래도 가끔 동전을 창밖으로 던져주는 사람들이 있다.
상상초월, 차 지켜주는 자발적 일자리 창출자
식사를 끝내고 식당 어귀에 주차한 차를 빼려 하자 내 차를 계속 노려보던 젊은 친구 한명이 다가온다.
"팁 주세요!"
"왜요?"
"그건 당신이 식사를 하는 동안 제가 차를 계속 지켰기 때문이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돼요!"
"제가 당신 차를 지켜줬다구요! 안 그랬으면 당신 차 안에 있는 물건이 도둑맞았을지도 몰라요. 팁 주세요!"
자발적 일자리창출자치고는 좀 지나치게 상상력을 동원한 일자리다. 이들에게 돈을 주는 이를 본 적은 없다. 어떻게 연명을 하고 있는 걸까?
주차 혹은 출발을 도와주는 자발적 일자리 창출자
이번에는 주차했던 차에 시동을 걸고 차를 빼내려 하자 노인 한 분이 준비된 듯 '미륵의 미소'를 온화하게 보내며 주차했던 차가 도로로 나오도록 각종 수신호를 보낸다.
'뭐 혼자해도 전혀 어렵지 않은 도로상황인 것 같은데….'
그래도 난데없이 차를 지켜봤다는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꽤 짭짤하게 팁을 챙긴다.
나와 같은 외국인에게 이런 모습이 어쩌면 너무 어이가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에겐 이 모든 게 생존과 직결된 것이라, 코웃음을 치며 지나치기엔 이들의 삶이 너무 고단하다. 그래도 희망이라고 믿자. 적어도 구걸을 하는 것은 아니잖아. 가나에서 사지 멀쩡한 '생거지'를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난데없이 차량 유리를 닦아내는 번개 세차 자발적 일자리 창출자
도로로 진입한 차가 한참을 달리고 신호대기를 잠시 받는 동안, 갑자기 청년 한 명이 달려오더니 긴 걸레자루를 세제에 잔뜩 묻힌 채 차량 앞 유리를 닦기 시작한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차량 세차를 끝내고 윙크를 한번 보내고는 창문 쪽으로 다가온다.
'노동의 대가를 바라는 거겠지?' 생각하며,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겠다 싶어 가격을 물어본다.
"얼마면 되요?"
"얼마 주실 건데요?"
"…이십 페스웨스(200원)면 되요?"
"고마워요!"
동전을 받아들기가 무섭게 청년은 건너 편 차량으로 가 다시 앞 유리를 닦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요청하지 않은 자발적 날품노동'의 대가를 응당히 지불하지 않고, '누가 너보고 차 유리 닦으랬냐?'는 쓴 웃음 한번 휙 날려주며 사라져버리는 차량들이 더 많다.
▲ 번개 세차차가 잠깐 신호대기를 받고 기다리는 사이, 번개처럼 나타나 눈 깜짝 할 사이에 차 앞 유리를 닦습니다. 기막힌 자발적 일자리 창출자들입니다. ⓒ 차승만
가나의 걸객님들
그렇다면 신체 건강한 거지가 없는 가나에서 구걸을 하는 이들은 어떤 이들일까?
▲ 휴 식날품을 팔던 사람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기사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분들입니다.) ⓒ 차승만
장님 할아버지와 소년, 혹은 휠체어 탄 엄마와 아들
지팡이를 짚은 장님 할아버지가 한 손을 소년의 어깨에 얹은 채 정체된 차량들 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키 작은 소년은 차량 하나하나를 찾아다니며 노크하듯이 애처로운 사연을 눈빛에 담아 보낸다. 이따금 동전 한 닢이 손에 쥐어진다. 그리고 휠체어 탄 엄마와 그 휠체어를 미는 아들로 구성된 또 한 팀이 한 차선 넘어 온갖 매연을 들이마시면서 위태롭게 적선을 바라고 있다.
'애기바퀴 썰매'를 탄 지체장애우
바퀴가 너무 조그마해서 보이질 않는다. 그 위에 널짝 하나를 얹은 채 앉아 썰매처럼 손으로 도로 바닥을 밀며, 과속으로 질주하는 도로 위를 헤집고 다닌다. 오싹오싹할 정도로 위험한 순간이 몇 분 어간에도 수도 없이 벌어진다.
슬리퍼를 손에 끼고 도로를 힘껏 밀면 썰매는 미끄러지며 차선들 사이를 비집고 다닌다. 작은 바퀴 위의 널짝에 앉아있는 자세라 차량 안에 있는 운전수를 쳐다보기도 힘들다. 정말 이따금 한번 씩 십 페스웨스(백 원) 혹은 이십 페스웨스짜리 동전이 도로 위로 휙 던져진다. 그걸 주우러 가는 동안 다음 차량들이 주행을 시작하며 또 다시 아찔한 순간이 이어진다. 고단하고 눈물겨운 삶은 도로 위에서 생과 직면해야하는 그 숱한 '도로 위의 동업자 혹은 경쟁자'들과 매한가지지만 사고가 날 확률은 이들이 덤터기로 가져간 것 같다.
'생은 가혹하기를 넘어서서 매정하고 비정하고 치사하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배반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
애기바퀴썰매를 탄 친구들의 하루다.
풀라니족, 동정심의 경제학
가나에서 사지 멀쩡하게 건강한 거지로 목숨을 연명하는 사람들이 딱 한 부류가 있는데 바로 플라니부족 사람들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깊은 연구가 필요한 것 같아 아직 섣불리 단언해선 안 되지만 적어도 아크라 시내에서 이들의 삶의 방식엔 분명히 암울한 그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처음 이들을 도로 한복판에서 만났던 때를 기억한다.
아프리카 사람이라고 하기엔 피부 빛이 유독 초콜릿 색깔을 띤 아이 몇 명이 거리 한복판에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소녀는 긴 곱슬머리였고 소년의 머리도 여느 가나의 아이들과는 달리 길게 자라있었다. 눈은 아주 크고 영롱하게 보였고 모두 다 정말 어찌나 예쁘고 잘생겼는지 그들이 거리에서 구걸을 한다는 게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혼자 짐작으로 누군가 아랍권 혹은 아시아권에서 온 외국인이 책임지지 못할 일을 저지른 채 달아나버린 희생양들인가 생각하며, 그 짐작되는 국가의 사람들을 상대로 혼자서 비난했었다.
그런데 나를 경악시킨 건, 이들의 엄마와 아빠는 저쪽 어딘가 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있으며 아이들만 도로 한복판에 보내서 동냥을 시킨다는 것이다. 이들이 바로 풀라니족, 매혹적인 피부빛과 유독 반짝이는 크고 맑은 그리고 신비로운 눈빛을 가진 부족이다. 이 기가 막힌 자녀교육, 오로지 동정심을 이용하여 자녀들에게 '동냥의 현장교육'의 가혹함만을 되물리는 이들을 대상으로 동전을 주는 것을, 나는 그 후부터 멈추고 말았다.
식품점에서 나오고 차에 올라앉은 나에게 풀라니족, 역시나 눈망울이 너무 맑은 소년 한명이 다가온다.
"돈…돈…밥 먹게 돈…"
"학교로 가! 학교로! 너희들은 학교로 가야해! 알았어? 학교 가서 공부해야 해!"
미안한 마음, 안타까운 마음 그리고 부모를 향한 원망의 마음을 그 소년은 읽지 못한 듯, 나에게 쓰디 쓴 한 마디를 휙 던지고는 사라졌다.
"그러니깐, 그 '공부'라는 것 사먹게 동전 좀 주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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