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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교와 대학교, 시골 읍이지만 여긴 '학교마을'

교촌리(校村理)에서 향교와 항공고를 둘러보다

등록|2009.08.13 15:02 수정|2009.08.15 15:58
향교(鄕校)와 서원(書院), 무엇이 다를까? 크게 보자면 향교는 국가가 유교문화 이념을 수용하기 위해 지방에 세운 것이다. 이에 반해 서원은 지방 사림들이 중심이 되어 세운 사립학교다. 또한 서원은 우리 선현에 대해서만 배향을 하나, 향교는 중국 선철(先哲), 선현(先賢)까지 배향하는 점이 다르다

내 고향 경북 영주시에는 우리나라 최초 서원인 소수서원이 있고, 인근에 이산서원(伊山書院), 오계서원(汚溪書院) 등이 있어 자주 찾지만, 향교의 경우 영주 시내에 있는 영주향교, 순흥면에 순흥향교, 풍기읍에 풍기향교가 있지만, 어느 곳 하나 찬찬히 둘러본 곳이 없다.
               

풍기향교소나무가 멋스러운 향교의 모습 ⓒ 김수종


        
지난 11일(화) 오전 영주시청에 볼일이 있어 출장을 간 김에 시간을 내어 풍기향교를 찾았다. 향교가 있는 영주시 풍기읍 교촌리(校村理)는 참 재미있는 곳이다. 인구 1만5천명의 소읍인 풍기읍 가운데 교촌리는, '학교마을'이라는 이름답게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모두 몰려있다.

전국 어디를 가도 인구 1만 5천명 규모 소읍 가운데 작은 마을에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전부 있는 곳은 드물 것이다. 거기에 조선의 지방대학인 향교까지 있다.

풍기향교를 중심으로 바로 앞에 있는 '경북항공고등학교' 그 앞에 있는 '풍기북부초등학교' 향교 건너편에 있는 '금계중학교'와 뒤편 산언덕에 있는 '동양대학교'가 바로 그것이다.
               

풍기향교 향교의 모습이 참 아담하고 좋다 ⓒ 김수종


이러니 교촌리를 '학교마을'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인근에 <정감록(鄭鑑錄)>에 나오는 천재나 싸움이 일어나도 안심하고 살 수 있다는 한반도 최고의 십승지지(十勝之地) 중 으뜸이라고 알려진 '금계리' '효 마을'이 있으니 안전한 교육 터전으로서 최상의 장소이다.

영주시청 앞에서 택시를 타고 "순흥향교에 가자!"고 하니 기사가 "풍기고등학교 옆에 있는 것 말이예요?"라고 묻는다. '웬? 있지도 않은 풍기고'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1954년에 설립된 풍기고는 1995년 풍기공고로 바뀌었다가, 다시 2001년에 영주과학기술고로 이름이 바뀌어 유지되어 오다가 2007년 항공전자과와 항공정비과, 자동차정비관리과를 설치 운영하면서 '경북항공고'로 재차 바뀌었다.
                

경북항공고교정의 은행나무가 멋스럽다 ⓒ 김수종


그래서 아직도 영주사람들 중엔 경북항공고를 예전의 이름인 풍기고라도 부르는 이들이 많다. 아무튼 풍기향교는 경북항공고 바로 옆에 담장을 마주하고 있다. 택시비 1만 8천원을 주고는 풍기향교 정문 앞에서 내렸다.

풍기향교는 1000평 규모 직사각형 대지 위에 기와를 올린 흙 담장이 둘러쳐 있으며 입구 쪽에 양심문(養心門), 안쪽에 내삼문과 사당 영역이 남쪽을 향하여 자리 잡고 있다. 사당 우측에는 명륜당과 교직사가 있고, 사당 전면에는 현관청이 있다.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명륜당, 현관청, 교직사, 내삼문, 동무, 서무, 대성전이다. 대성전과 동 서무의 벽체와 창호의 처리 수법이 특이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상적으로 문이 잠겨있는 풍기향교를 보기 위해서는 몰래 담장을 넘어가거나, 행사가 있는 날 특별히 날을 잡아 방문하거나, 이웃한 경북항공고에서 조망을 하는 방법뿐이다.
              

경북항공고실습장 내부 ⓒ 김수종


나는 겁 없이 월담하는 용기보다는 이웃한 경북항공고에 교감으로 근무하는 선배인 신금식 선생에게 전화 거는 방법을 택했다. 

"금식 누님, 학교에 들어가 풍기향교를 볼 수 있을까요? 방문 허락을 받기 위해 전화했습니다"라고 전화를 하니 마침 학교에 나와 있던 신 교감은 무조건 교무실로 들어오란다. "교사 2~3층에 올라가면 향교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며 2층 복도로 나를 인도했다.

2층 복도에 서니 풍기향교가 전체적으로 잘 보인다. 사진을 두 어장 찍어 둔다. 예전에는 "향교 일부를 풍기고 학생들의 음악당으로 쓰기도 하고, 식당으로 이용하기도 했다"면서 "요즘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일을 했다"라며 신교감이 웃으며 설명했다. 
           

경북항공고실습장 내부 ⓒ 김수종


경북항공고등학교는 올 초 언론에 크게 주목받는 일을 하나 했다. 공군 작전사령관 출신인 배창식(공사21기) 예비역 중장이 교장으로 정식 부임했기 때문이다.

배 사령관이 풍기에 온 것은 지난해 10월. 8월 말 전역하고 잠시 쉬다가 교장으로 보임된 것이다. 예비역 중장 출신이 시골 항공고 교장으로 부임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지역민들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배 사령관은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교육사령관, 참모차장, 작전사령관 등을 역임한 공군 최고 엘리트로 후진양성이란 큰 뜻을 품고 시골학교 교장 직을 맡았다.

사실 그가 시골 항공고 교장 직을 수락한 이유는, 평소 후학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그의 교육철학에도 있지만, 전역 직전 거의 매달 그를 찾아와 교장 직을 맡아 줄 것을 권유한 경북항공고 김병호 이사장의 노력도 크다.

배 교장은 취임 직후 적극적인 노력을 통하여 국방부로부터 F-5 A/B 전투기 2대와 A-37 공격기 1대 등을 기증받아 400평 규모 항공실습장을 마련했다. 변변한 실습장 하나 없었던 학교로선 그 면모를 크게 키운 것이다.
         

경북항공고도서관이 작지만 멋스럽다. 지역문인들의 사진이 보기 좋다 ⓒ 김수종


그는 또한 기숙사 확충과 기타 교육, 실습기자재 확보를 위해서도 백방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여름방학을 맞이하고서도 전국으로 학생모집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성화고교의 경우 전국적으로 상위권 남녀 중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기 때문에 정원을 채우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워낙 시골 소읍에 있는 학교인 관계로 적극적인 홍보가 절실하다고 한다.

오랜 만에 만난 신 교감은 나에게 향교 촬영에 도움을 준 다음, 항공고의 이곳저곳도 구경시켜 주었다. 기숙사, 강당, 도서관, 음악실, 컴퓨터실, 교무실, 항공실습장, 수련장, 골프연습장 등등. 참 볼 곳이 많았다.
                

경북항공고금계리 용천골 수련장에서 바라 본 풍기읍내 ⓒ 김수종


실제 항공기 3~4대가 설치된 실습장은 놀라면서 보았다. 또한 학생들의 심신수양을 위해 학교 인근 금계리 용천골에 마련된 수련장은 전망도 좋고, 부지도 넓어 학부모와 학생들을 위한 시설로 제격이었다.

"훌륭한 교장 선생님을 모시고, 재단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모든 교직원이 노력한 덕분에, 올 초 졸업한 학생들은 전원 취업과 진학이 이루어져 학교로서는 상당히 만족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신 교감은 "인문계 고등학교가 항공고로 바뀌면서 동문들의 모교 부재의식이 강해 동문회가 잘 되지 않는 점과 졸업생 100%가 기업에서 요구하는 기술과 지식, 자격증을 갖추고 있지만, 군필자를 대상으로 입사시키는 풍조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이 대부분 진학을 희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하지만 "전국의 우수한 남녀 중학생들을 선발하여 우리 항공 산업의 중추로 육성하는, 우리나라에 몇 개 되지 않는 항공고등학교 교사로서의 보람은 상당하다"고 자랑했다.
            

경북항공고신금식 교감 선생과 함께 ⓒ 김수종


아무튼 덕분에 풍기향교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영광을 누렸고, 금식 누님에게서 경북항공고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실습장, 수련장 등을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다. 잘 몰랐던 시골학교의 장점을 본 것 같아 행복하다. 나중에 연우를 데리고 학교 구경을 한번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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