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인천일보 청라골프장 지분 놓고 '이전투구'

2대 주주 크레타건설, 현 회장 등 경영진 고소...노조 "주주 이전투구, 직원 피해"

등록|2009.08.13 17:27 수정|2009.08.14 21:35
노동조합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인천일보(주)가 이번에는 인천 청라지구 골프장 지분을 놓고 주주 간 내홍에 빠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인천일보지부는 주주들의 이전투구로 인해 결국 기자들을 비롯한 평직원들이 수년간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언론사의 골프장 등 개발사업 참여

▲ 인천 중구 항동 소재 인천일보 사옥. ⓒ 한만송

한국토지공사 발주 '청라지구 골프장 및 골프 빌리지 개발사업'에 따르면 이 사업에는 인천일보를 비롯해 맥쿼리·롯데건설·KCC건설·삼성에버랜드 등이 함께 사업 수주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인천일보가 참여한 컨소시엄은 2006년 8월, 다수의 입찰경쟁자를 물리치고 개발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시 언론사가 골프장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비난이 일부 있었으나, 경인지역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침묵했으며, 시민단체들도 우려의 시선만 보냈을 뿐 문제를 적극 제기하지는 않았다.

인천일보가 참여한 컨소시엄은 2007년 3월 '(주)블루아일랜드개발'이라는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청라지구 골프장 및 골프 빌리지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인천일보는 아일랜드개발의 지분 9%를 소유하고, 주주 간 협약에 따라 향후 63%까지 지분을 늘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라지구 골프장 및 골프 빌리지 개발사업'은 총사업비가 약 5315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4월 골프장 공사에 착수했다. 골프 빌리지는 9월 주택분양과 함께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골프 빌리지는 전체 분양 대금이 무려 6080억원에 달하고, 대부분 분양예약이 이루어진 상황이다.

2010년 9월 골프장과 골프 빌리지가 준공되면 아일랜드개발은 청라지구 사업의 전체 사업비 약 5315억원을 전부 충당하고도 약 765억원 상당의 이익이 생길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일보는 아일랜드개발의 지분을 63%까지 추가로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아일랜드개발의 지분 63%를 소유한 주주의 지위에서 30년 동안 청라지구 골프장 운영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7홀의 청라지구 골프장 사업 수익은 연간 140억원 상당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천일보 2대 주주인 크레타 건설은 아일랜드개발의 지분 63%를 소유하면 매년 88억원 상당의 이익도 가능하도 추산하고 있다.

2대 주주 크레타건설, 인천일보 경영진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

이런 상황에서 2대 주주인 크레타건설은 수년간 수십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인천일보 현 경영진이 '청라지구 골프장 및 골프 빌리지 개발사업' 지분을 헐값에 매각하려한다고 의혹을 제기해 주목되고 있다.

크레타건설은 13일 인천일보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수년간 엄청난 영업 손실을 발생하는 상황에서 '청라지구 골프장 및 골프 빌리지 개발사업'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창출할 있다고 주장했다. 크레타 건설은 지난 달 7일 김정섭 회장과 황보은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크레타건설은 인천일보 지분의 25.3%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인천일보 주식 22%를 취득하면서 최대 주주로 경영에 참여하려 했으나, '자사에 대한 비판 기사를 보도하지 못하도록 노조 간부들을 해고했다'는 노조의 강한 반발을 샀다.

크레타건설은 올해 <경향인천> 창간에 참여했다.

노조 "주주 이전투구에 결국 수년간 조합원 피해"

▲ 전국언론노동조합 인천일보지부 조합원이 2007년 1월 22일 인천일보 사태에 항의하며 삭발하고 있다.당시 노조원 수십여명이 삭발하며 인천일보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당시 인천일보 사태는 크레타 건설에 의해 촉발됐다. ⓒ 한만송


크레타건설 측은 또한 "인천일보 주주의 지위에서 김 회장과 대표이사를 형사고소하고 인천일보의 청라사업권 저가매각을 저지하고자 노력하는 취지를 이해해주시기 바라며, 막대한 재산적 가치가 있는 인천일보의 재산이 제3자에게 처분되어 버린다면 인천일보에 회복할 수 없는 엄청난 재산상의 손해가 초래될 뿐만 아니라, 향후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수입기반을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인천일보 기자 출신인 송금호 크레타건설 사장은 <부평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발행된 주식까지 해서 36억원을 투자한 주주로, 일천일보를 지키기 위해 현 경영진의 잘못을 알린 것"이라며, "청라 사업은 인천의 대표 언론으로서 인천일보가 장기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는 회생의 모태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천일보 김정섭 회장은 <부평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고소 사건과 가처분 신청 등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면서 "언론플레이를 하는데, 검찰 수사에서 명백한 진실이 밝혀질 사안으로 수사 중인 사건으로 더 이상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며 김 회장은 "(직원) 이메일 등을 보낸 것은 무혐의가 나올 수도 있는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법적 대응의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주주들 싸움에 개혁언론 다 망가져"     

▲ 인천일보 사측은 지난해 임금반납, 광고리베이트 조성 시 즉시 지급 등을 노동조합에 요구해 노조의 반발을 샀다. 또한 사측은 노조 전현직 간부들을 해고, 중앙노동위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기도 했다. ⓒ 한만송

인천일보는 수년째 적자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김정섭 회장은 지난해 말 경영난을 타개하겠다며 기자들에게 광고 리베이트, 임금 삭감 등을 요구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에 항의한 노조 간부들을 대량 징계했으며, 일부 기자들은 신문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황보은 대표이사는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인천일보 지부 조혁신 위원장은 "현재 인천일보의 경영 악화를 초래한 김정성 회장과 황보은 대표이사. 과거 인천일보를 어렵게 만든 크레타 건설이 외부에서 고소 고발 등으로 직원들을 혼란에 빠트리게 하는 것은 모두 다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다만 크레타 건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경영진은 직원을 희생양 삼아 자신들의 이권만 챙긴 것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우리는 현 사태를 냉정히 파악대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천일보 노조는 다음 주에 개최 예정인 주총 결과를 지켜보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밝힐 계획이다. 이번 인천일보 사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향후 인천일보 향배를 결정한 것으로 예상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