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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교장공모제 소송' 어떻게 판단할까?

거창북상초교 학부모, 경남도교육감 상대 '지정 취소 처분 집행정지신청' 제기

등록|2009.08.13 20:14 수정|2009.08.13 20:14
경남도교육청이 결정한 거창북상초등학교의 '교장공모제 지정 취소' 처분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높다. 학부모와 학교운영위원들은 '교장공모 지정 취소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릴레이)을 계속하고, 도교육청은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원(45) 북상초교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학부모들은 13일 창원지방법원에 권정호 경남도교육감을 상대로 '교장공모제 시범운영학교 지정 취소 처분 집행정지신청'을 냈다. 지난 4일 '교장공모제 시범운영학교 지정 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낸 뒤 가처분 신청을 따로 낸 것이다.

▲ 서원(오른쪽) 거창북상초교 운영위원장은 13일 오후 창원지방법원에 경남도교육감을 상대로 ‘교장공모제 시범운영학교 지정 취소 처분 집행정지신청’을 냈다. ⓒ 윤성효


이날 가처분신청에 대해,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미래로'의 김종숙 변호사는 "본안 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따로 내도 되고, 법적 요건을 갖추기 위해 낸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 변호사는 "도교육청에서 '교장공모 지정 취소' 결정을 했기에 교육감이 2학기에 교장을 발령 낼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논란이 될 수도 있어 더 이상 진행시켜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가처분신청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창원지방법원 행정1부(재판장 박민수)가 맡고 있다. 가처분 신청에 대해 빠르면 20여일 안에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 위원장 등 학부모들은 이날 가처분신청을 통해 "오는 8월 31일자로 임기가 끝나는 현 교장의 후임으로 공모교장이 아닌 교육감의 권한에 따른 인사발령으로 교장을 임명하려고 하기에 '교장공모 지정취소 처분'의 집행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교장공모 취소처분의 효력이 계속 유지될 경우, 교장공모제가 무산되어 자녀들의 학력 향상을 위한 기회박탈로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이런 손해는 금전으로 보상할 수 있는 손해도 아니고 범위를 확정하기도 쉽지 않아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취소처분 효력이 정지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 '철회할 수 없다' ... 학부모 '제대로 인식 못해'

▲ 서원 거창북상초교 운영위원장이 경남도교육감을 상대로 ‘교장공모제 시범운영학교 지정 취소 처분 집행정지신청’을 내기 위해 13일 오후 창원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윤성효


서원 위원장은 13일로 11일째를 경남도교육청 현관 등에서 '교장공모 취소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하고 있다. 거창 북상면 학부모들도 릴레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권정호 교육감은 여름휴가를 다녀온 뒤 지난 10일 서 위원장을 만나 '교장공모 취소'를 철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권 교육감은 "심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있어 심사 채점표를 검토하고 심사위원 면담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조사했더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교장 공모제 시범운영을 취소했다"며 "취소처분을 철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 위원장 등 학부모들은 "도교육청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후보에게 점수를 부여하는 것은 심사위원의 고유 권한이며, 심사 과정에서 담합이나 청탁, 금품수수 등 어떠한 부정한 행위가 없었고, 도교육청은 부정행위의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43명으로, 학부모들은 폐교 위기를 막고 학교를 살리기 위해 교장공모제를 신청했고, 도교육청은 지난 6월 시범운영학교로 지정했다.

교장 후보로 4명이 신청했는데, 1, 2차 심사는 거창군교육청이 맡았고, 3차 심사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했다. 운영위는 심사 총점에서 1, 2위였던 2명을 교육감한테 추천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신청자 중 1인이 심사의 불공정성을 제기하고 지역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 7월 31일 교장공모 지정을 취소했다.

'교육시장화 저지를 위한 경남교육연대'는 "물의를 빚었기 때문에 취소한다는 도교육청의 결정에 납득할만하다고 수긍하는 도민들은 거의 없다"며 "농어촌학교 살리는 북상초교 교장공모제 예정대로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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