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저씨들, 빨리 사과하세요"
'어린이 놀이터'로 변한 용산참사 현장... '세상에서 가장 큰 집'
▲ 행사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이 유가족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쓰고 있다. ⓒ 성스런
▲ 초등학생들이 남일당 건물 앞에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 성스런
"경찰이요!" "대통령이요!"
"사과를 했나요?"
"사과를 안하고 있어요."
13일 오후 2시, 용산참사 현장이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변했다. 이날 모인 어린이 70여명은 철거가 진행 중인 골목에서 책을 만들고, '고누' 등 전통놀이를 하고, 그림도 그렸다.
어린이책 작가들은 직접 동화를 읽어주었다. 그림책 작가 이억배씨는 용산 참사에 대해서 설명하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돌아가신 분들의 가족이 마음 아플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학부모들은 이같은 모습을 지켜보며 웃음을 띠었다. 유가족들도 "아이들이 오니 활기차다" "또 왔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용산 남일당 건물 앞에서는 어린이책 행사가 열렸다.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이라는 이름을 내건 행사다. 불탄 흔적이 아직 남아있는 참사 현장이 어린이들에게 가장 큰 집이 된 것이다. 이날 남일당 임시 철제벽(펜스)에 어린이들의 그림이 빼곡하게 붙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 책 작가 모임'과 '어린이 도서 연구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아이들과 학부모를 포함해 8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불타는 건물, 경찰... 어린이들이 그린 용산참사
어린이들은 용산참사에 대한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불타는 남일당 건물이 많았고, 경찰 그림도 눈에 띄었다. 그림과 함께 유가족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도 적었다.
남일당 건물과 경찰을 함께 그린 김동천(9)군은 "오늘 여기서 경찰이 서있는 걸 봐서 이런 그림을 그렸다"면서 "(참사를 당한) 사람들이 불쌍했다, 경찰이 빨리 사과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어머니 이경희씨는 아들에게 "힘없는 사람들이 집을 지키다 사고가 난 것"이라고 용산참사를 설명해줬다.
한지홍(10)양은 그림에 '지홍이가 응원할게요. 힘내세요'라고 써넣었다. 어머니 김은경씨는 "강한 사람들이 작은 사람들을 괴롭히다가 사고가 일어난 것"이라고 용산참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화가 이승현씨는 아이들의 그림을 보고 "아이들이 용산에 대해 잘 알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들이 많이 얘기를 해주신 것 같다"며 "(아이들이) 직접적인 사실을 다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슬픈 일이라는 건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그림책 작가 이억배씨는 "참사가 일어난 죽음의 공간에 '생명'을 상징하는 아이들이 와준 희망의 행사였다, 어려운 싸움이지만 유가족들이 용기를 얻으셨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전체 행사 진행을 맡은 어린이책 작가 김해원씨는 "진정한 집·마을·이웃의 의미를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리는 게 이번 행사의 취지였다"면서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용산 참사는 다신 일어나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씨는 "용산참사가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것 같다, 우리 사회 차별과 폭압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보여준 이 문제를 이대로 덮는다면 같은 일이 또 벌어질 것"이라며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 학생들이 '용산참사'에 대해 느낀 점을 표현한 그림들. ⓒ 성스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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