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마웠어! 잘가~ <파트너>, 법정 리얼리티를 살려낸 수작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77] <파트너>의 종영이 남긴 의미와 가치
▲ 자체시청률 최고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파트너> ⓒ kbs
최고의 반전으로 마감하며 종영된 <파트너>. 자체시청률 12.5%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물론 열혈 시청자들은(나 또한 원하고 있지만) 2시즌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청률 20%를 넘기지 않은 지금, 방송사와 제작사가 과연 만들까 싶다.
그 부분에서는 안타깝게도 회의적이다. 물론 2시즌을 만든다면 나와 같이 <파트너>를 사랑한 사람들은 좋을테지만 말이다.
이러한 부분을 차치하고 사실상 <파트너>는 우리에게 몇 가지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다.
리얼리티를 살려낸 <파트너>, 그것으로 충분하다
전문직 드라마, 즉 법정 드라마를 표방한 몇 안 되는 작품들이 저마다 변호사들의 일과 사랑의 이야기를 내걸었지만 그들은 이상하게도 사랑에 목숨을 걸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함을 보여주는 저울은 균형이 잘 맞춰져 있었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일보다 사랑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파트너>는 달랐다.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별개로 사건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며 정말 그들이 말한대로 일과 사랑을 동시에 보여주어 리얼리티를 강화시켰다. 사건들도 다양했다. 부부폭력, 살인사건, 살인교사, 기업의 부정부패 등 여러 가지의 사건을 보여주며 우리나라 법의 부조리와 현주소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사실상 이러한 모습은 의외이다. 전문직 드라마는 많았지만 그 안에 법정드라마는 유독 리얼리티를 살리기 보다는 주인공 사랑놀음에 치중했었다. 즉,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파트너>가 보여주었던 사건은 시청자들에게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사건도 어떠한 단편적으로 풀어가기보다는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했으며, 사건에 출연한 배우 모두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몰입도를 집중시켜주었다. 이는 실제 사건을 극화하며 사전에 철저한 조사를 통해 극으로 이끌어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 법정드라마로서의 리얼리티를 제대로 살려내며 흥미를 준 <파트너> ⓒ kbs
특히 진성피엔시와 해윤, 정부기관의 검은 커넥션이 명자씨의 땅으로부터 사건이 발단해 점점 사건의 진실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적수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김우식 변호사의 죽음, 강은호(김현주) 남편의 죽음, 이태조의 누명 등이 얽히면서 반전을 거듭하며 최고의 재미와 감동을 주며 종영되었다.
이러한 부분을 드라마 내에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대한민국 법조계의 현실인 만큼 조심스러운 부분이 존재함에도 <파트너>는 최대한 리얼리티를 구현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이 아직은 눈높이가 제대로 맞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극의 구성과 스토리 전개는 우리나라 드라마보다 미국의 드라마와 닮아 있다. 일례로 <앨리 맥빌>이라는 드라마는 법정드라마로서 앨리의 일과 사랑의 이야기를 다뤄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올린 바 있다.
<앨리 맥빌>에서는 로펌 안에서 다양한 변호사들이 구성되어, 그들이 서로 파트너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비교적 자세히 그려냈다. <파트너> 또한 이러한 구조와 전개를 구사했지만 아직은 시청자들과 통하기엔 거리감이 있었다. 즉, 대중성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이 부분은 편성문제도 일조했다. 갑작스러운 라이업 조정으로 제대로 된 홍보를 하지 않은 채 방영되었고, 역시나 상대 방송사 드라마보다 이슈를 만들어 내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팜므파탈 한정원, 순정파로의 변질은 실망이야!
또한 출연진들의 캐릭터의 변질과 조연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정원(이하늬)은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아주 독한 변호사다. 강은호가 좀 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변호사라면 주어진 일에 최대한 하지만 자신을 기용한 고용자에게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설사 정의가 아닐지라도.
그래서 한정의 캐릭터는 강은호에 상대적으로 눈도장을 찍을 만한 캐릭터였다. 또한 연기를 처음하는 이하늬는 의외로 탁월한 실력을 선보이며 차갑고 냉정한 하지만 사랑에서는 순정적인 복합적인 캐릭터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이 덕분에 한정원이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공과 사를 구분하며 일과 사랑에 있어 충실한 모습을 보인 그녀가 극의 후반부로 흐르면서 변호하는 장면보다는 이영우(최철호)와 사랑놀음에 줄다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더 많이 선보였다.
▲ 극중 정원의 캐릭터 변질과 조연 캐릭터를 살려내지 못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kbs
이영우와 첫사랑이지만 그 사랑 자체가 불륜이지만 그것에 그녀는 당당했다. 이영우와의 사랑에서만큼은 진짜 사랑이라 믿었고, 그것을 행함에 있어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개인 프라이버시로 밀어붙이며 당당한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그녀이다.
그럼에도 영우의 아내(최수린)가 그 사실을 알고 헤어짐을 종용하면서부터 그녀는 눈물바람으로 매회 등장했다. 여기에 정원이 영우의 아이를 가지며 그녀의 캐릭터는 사랑에 목을 매는 순정파로 변신을 거듭했다.
헌데, 그러한 변신은 달갑지 않다. 일과 사랑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면 정원도 그러했어야 한다. 강은호와 이태조(이동욱)는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했지만 오히려 일보다 섬세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다만 은유적인 애정표현으로 그들의 사랑을 대신했다. 그럼에도 그들의 사랑은 안타까움을 자아낸 것에 비해 정원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워지면서 매력이 감소되었다. 이 점은 극의 오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네 명의 주인공의 이야기도 좋지만 이김 식구들의 이야기가 많이 그려지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개성파 연기자 신이는 6년만에 컴백했지만 특유의 말투를 제외하고는 눈길을 끌만한 이야기가 없었다. 특히 이김 식구들은 조연연기자들로서 상당한 연기력과 웃음을 유발할 만한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그들의 변론 혹은 개인사의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아 주인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캐릭터가 빛을 보지 못했다.
이 부분은 <파트너>가 2시즌으로 갈 수 있을지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드는 대목이다. 시즌제로 가려면 보다 다양한 캐릭터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선보여야 하는데 <파트너>는 주인공들과 사건 속의 인물에 집중했다. 그렇다보니 상당 부분은 조연연기자들의 감초같은 부분이 살아나지 못했다. 이 점 또한 <파트너>가 남긴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파트너>는 충분히 법정드라마와 같은 전문직 드라마의 앞으로 방향을 제시해주는 교과서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해야만 전문직 드라마로서 전문직의 일과 사랑의 이야기의 전개 방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문득 강은호와 이태조가 보고 싶어지는 날쯤, 다시 한 번 이와 같은 멋진 전문직 드라마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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