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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없는 지하철 구간 건설 ... 불나면 어떡하지

반송선 '무인자동시스템' 반대 요구 ... "교통약자 많은 지역이라 위험"

등록|2009.08.15 10:14 수정|2009.08.15 10:14
장애인들이 부산 범내골에 있는 부산교통공사 정문 앞에서 한달 보름 가까이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산장애인이동권연대는 지난 6월 30일부터 거의 매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반송선 무인화 계획 전면 철폐"를 요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부산지하철 운영을 맡고 있다. 부산지하철 3호선의 2단계인 반송선(盤松線)은 2010년 12월 개통 예정인데, 동래 온천동 미남역에서 기장군 안평마을까지 12.7km에 이르는 경전철 노선이다.

▲ 부산장애인이동권연대는 ‘반송선 무인화 계획 전면 철폐’를 요구하며 지난 6월 30일부터 거의 매일 부산교통공사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부산장애인이동권연대


부산교통공사는 반송선을 효율성 차원에서 일체 승무원이 없는 가운데 자동 운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무인시스템'이다. 소위 '5무(無)'라 하여, 무인운전, 무역장, 무역무원, 무매표소, 무분소로 운영한다는 것.

이에 장애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장애인들은 "반송선이 통과하는 반송지역에 교통약자가 많다"며 "이곳은 임대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으로써 전체주민 5만6000여명 중 장애인 3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으니, 장애인과 노약자의 거주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고 주장했다.

부산장애인이동권연대는 "현재 부산교통공사 측은 반송선 전 구간을 무인시스템으로 운영할 계획에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응급상황 발생시 승객 대피, 지하철역의 안전, 교통약자의 이동권, 지하철역의 우범화 등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전국 유일한 지하구간 무인운전 시스템 도입 시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와 같은 대규모 참사 비극이 반복될 수도 있다"고 장애인들은 걱정하고 있다.

부산장애인이동권연대는 "부산 곳곳에서 벌이고 있는 각종 토목공사에 쏟아 붓는 재정적자를 장애인과 이동약자의 안전과 바꾸려는 미친 짓을 그만두어야 한다"면서 "연대단체별로 1인시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부산교통공사가 오직 수익을 내기 위한 '효율성'만을 외치다가 자칫 대형 참사를 부르는 참극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지난 6월말부터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무수한 위험요소들을 안고 가는 '반송선 무인화 설치'가 전면 재검토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교통공사 임직원 3명, 장애인 체험 18일

한편 부산교통공사 임직원들이 장애체험에 나선다. 부산장애인이동권연대는 교통공사 임직원 3명이 18일 오후 2시 지하철 구서동역과 대티역에서 현장 장애체험을 벌인다고 밝혔다.임직원들은 금정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전동역-구서역-두실역-구서역-서면역-동의대역-서면역-장전동역 구간에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할 예정이다.

부산장애인이동권연대는 "이동 수단이 부족하여 사회참여가 어려웠던 중증장애인들이 보장구가 건강보험 적용이 되면서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가 많이 보급되어 사회참여가 늘어나고 있으며 장애인들이 이동수단으로 제일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은 장애인의 출퇴근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적극적인 사회 참여의 수단으로 중증 장애인들의 자립생활 욕구를 충족해 줄 수 있는 꼭 필요한 이동수단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하철 구서동역과 대티역은 부산지하철 역사 중 장애인의 접근이 전혀 이루어지 않는 역"이라며 "구서동과 대티역 인근에 사는 장애인과 두 지역 근처에 볼일이 있는 장애인들은 가까운 역을 이용하여야 하며,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먼 거리를 이동하는 어려움은 물론 장거리를 운행 중 배터리가 소진되면 중간에 멈추어서 119나 112를 부르는 어려움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정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2008년 4월 구서동역에서 장애인 등 50여명이 모여 엘리베이터 조기 착공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기도 했다. 부산장애인이동권연대는 "교통공사는 올해 5월 엘리베이터 공사를 착공하겠다고 약속했으나 5월이 지나 7월 현재까지도 약속한 엘리베이터 착공을 하고 있지 않아 7월 23일 다시 집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집회 현장에서 조속히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으며, 부산교통공사 업무담당자 등에 대한 구서동역과 대티역에 직접 가서 장애인들의 불편사항을 체험해 볼 것을 제안하였다"며 "이에 교통공사에서 받아들여 임직원들이 장애체험을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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