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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들은 왜 홍대클럽에 갔을까

<잘나가는 회사는 왜 나를 선택했나?> 출간 파티, 저자 19명 참석

등록|2009.08.14 21:27 수정|2009.08.14 21:27

▲ 홍대클럽에 몰려든 취업준비생 ⓒ 연유진


지난 13일 저녁, 서울 홍대입구 한 클럽에는 두런두런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쭈뼛쭈뼛 춤추는 시늉을 하던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잘나가는 선배'들과 합석하기다.

이날 저녁 8시 '블루 스피릿' 클럽에서는 출판사 'Kpub'에서 내놓은 <잘나가는 회사는 왜 나를 선택했나?> 출간 클럽 파티가 있었다. 이 책은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기업, 장래성 있는 유망 기업에 입사한 선배 중 노력과 근성으로 취업에 성공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이 책의 저자는 '구글러' 김태원씨, '집 나가면 개고생' 광고로 유명세를 탄 KT마케터 이수호씨, 언론고시카페 <아랑>의 부운영자인 중앙일보 이현택 기자 등 19명의 20~30대 젊은 선배들이다. <대학내일>, '봄온 아나운서 아카데미' 등을 통해 취업준비생 80여 명이 초대됐다.

이날 클럽 파티에 참석한 저자 20여 명은 번듯한 직함을 가슴에 달고 자리를 빛냈다. 하지만 이 홍대 클럽 파티의 진짜 주인공은 '잘나가는' 선배님들과 합석하기 위해 서성이던 취업 준비생들이었다.

잘나가는 선배들과 합석한 자리. 어떤 얘기가 오갔을까?

▲ KT 마케터 이수호씨와 학생들 ⓒ 연유진


"말귀를 잘 알아듣는 사람이 돼야 한다."

KT에서 '쿡(QOOK) 광고' 마케팅을 기획한 이수호씨가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다.

"'콜라 있어?' 하고 물어 봤을 때 '콜라 없는데요' 하고 답하는 것은 '욕구'로 묻는 질문에 요구로 알아들은 사람이다. '콜라는 없고 사이다는 있는데 드릴까요?'라고 답하는 이는 말 한 사람의 갈증이라는 욕구를 알아차린 사람이다."

조급한 기자가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느냐?'고 채근했더니, "나도 계속 연습 중"이라며 "경청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귀띔했다.

취업준비생들, 클럽 파티에 참석한 소감은?

취업 선배들 곁에 둘러앉은 참석자들은 서로 고민을 공유하며 2시간 30분 동안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삼육대학교 '공대녀'라고 자신을 밝힌 김아름(가명·24)씨는 "'스펙'이 취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했다"며 "많은 취업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양한 경험'과 '소통'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 참석자 중에 대학 저학년들도 많이 봤다"며 "선배님들 말씀처럼 취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자기 가능성을 닫지 말고, 여러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구글러 김태원씨에게 대학교 1학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질문했다.

새내기 대학생 김기홍(21)씨는 "'유튜브에 올라오는 콘텐츠를 챙겨보며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라'는 대답을 들었다"며 "독특하고 만족스런 답변이다, 간접 경험을 통해 변화하는 세상을 해석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번듯한 직장을 다니는 선배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는 대학생 박진(26)씨는 선배들과의 대화에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졸업까지 한 학기를 남긴 그는 "잘난 그들도 우리처럼 진로 고민에 괴로워도 했고, 취업공부로 맘고생도 하고, 실패도 많이 해본 사람들이었다"며 "열심히 노력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 이야기에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학교에서 멘토를 만들 수는 없을까?

▲ 구글러 김태원씨와 학생들 ⓒ 연유진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은 구글러 김태원씨는 "내가 대학생일 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대학생들에게 멘토라고 할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며 "이메일로 오는 상담신청이나 질문들을 보면 정말 친해야지 할 수 있는 얘기들도 많다"고 밝혔다.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던 이은지(24)씨는 "요즘 대학에서 교수님이나 선배들과 인간적 교류를 나누기는 힘든 것 같다"며 "그런데 오늘 여기 와서 보니, 많은 친구들이 이 분들과 연락처를 주고받고 미니홈피 일촌 신청을 하며 인맥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다들 참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 지망생 이해은(23)씨도 "학교에서는 기자 선배님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며 "현직 선배에게만 들을 수 있는 취업 정보를 얻었다, 실질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은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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