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정녕 'MBC'를 'MB식'으로 바꾸려는가?

[지역언론 별곡 293] 김우룡 발언에 발끈한 19개 지역MBC 노조

등록|2009.08.15 18:22 수정|2009.08.15 20:54

▲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기자간담회가 13일 오전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열렸다. ⓒ 권우성



"뉴라이트가 방문진을 점령했다."  

"지역MBC를 호구로 여기십니까?" 

'설마'가 '혹시'로, '혹시'가 '역시'로 돌아섰다. 결국 'MBC'가 'MB식(式)'으로 간판을 바꿔 달 모양이다. 아쉽고 분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와 19개 지역MBC 노동조합 지부가 번갈아가며 잇달아 내놓고 있는 성명에서 읽힌다. 그래도 설마이길 바랐는데 지역MBC 매각설마저 사실로 입증됐다. "역시나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반응이다. 서울도 심각하지만 더욱 초조하고 심난해진 쪽은 지역이다.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이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아니 그보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지난달 31일 전체회의를 열고 MBC 최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9명을 선임 발표하면서부터 풍랑은 거세졌다. 그러나 그건 이미 예상했던 바다. 그래서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외부보다 내부에서 옥죄어 오는 강도가 얼마나 더 컸으면 선장이 앞뒤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험난한 항로를 급하게 재촉했을까. '김우룡 방문진호'가 거센 파고에 맞서 무모한 출항을 시도했다. 너무 버거웠던지 선장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엔 가시가 잔뜩 돋혀 있다. 그러나 자칫 상대방의 깊은 내면의 상처를 헤집을 수도 있다.  

"나흘 됐는데 벌써?, '매각'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니..."

아니나 다를까. 19개 지역MBC 노동조합이 공동으로 날을 치켜세웠다. "지역MBC를 호구로 아느냐"며 방향 잃은 '김우룡 방문진호'를 향해 비판수위를 급격히 높이고 나섰다. 13일 김 이사장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발언이 결국 화근을 자초했다. '사견' 등의 단서를 달았지만 비교적 자세히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 그는 지역MBC 매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지역 MBC 매각이 능사는 아니지만, MBC 본사는 지역 MBC 매각을 통해 사내 유보금을 쌓을 수 있다"며 "연차적으로 4~5개씩의 지역 MBC를 매각해 경영을 정상화하고, 신사업 진출 등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향후 개혁의지도 덧붙였다.

또한 "방문진은 MBC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권과 함께 이사(MBC 경영진) 선임권이 있다"고 언급한 그는 "방문진은 편성권을 침해하지는 않겠지만, 방송이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흘렸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산하 19개지부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14일 "지역MBC를 호구로 여기십니까?"란 제목의 김우룡 이사장에게 띄우는 '공개편지'에서 "그게 방문진 이사장으로 할 얘기인가?"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언론노조 19개 지역MBC지부는 이날 공동명의로 공개편지를 발표하고 "이사장이 공개적으로 밝히는 '소신'을 보면 '전국MBC 대주주의 수장'이 아닌 듯 보인다"며 "19개 지역MBC를 마치 '서울MBC가 소유한 땅, 건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핀잔도 따가웠다. 

"매우 유감입니다.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의 '새 이사장'으로 보임한 지 나흘 된 분의 입에서 '지역MBC 매각'이라는 말이 공식석상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라 여기십니까? 이것은 분명히 '서울MBC만 MBC이고, 지역MBC는 그저 서울MBC가 소유한 동산이나 부동산으로 여기는 사고(思考)'를 드러내신 것입니다."

"대선배?, 지역MBC에 단 하루라도 근무해보신 적 있습니까?"

이들은 또 공개편지에서 "이런 사고를 하는 분이 방문진 이사장이라니, 지역MBC 구성원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며 "MBC의 대선배라 자처하는 분이 어찌 이렇게 무지(無知)하단 말이냐"고 개탄했다. 누구보다 매우 민감하고 곤혹스럽게 여길지 모를 질문도 던졌다.

"MBC의 대선배라 자처하시는 이사장께서는 '지역MBC'에 단 하루라도 근무해보신 적 있습니까? 부산MBC의 기자로서 부산지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신 적 있으십니까? 광주MBC의 PD로서 광주지역의 문화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제주MBC의 CA로서 제주의 비경을 담아보신 적 있으십니까?

대전MBC의 아나운서로서 지역민들에게 생생한 지역소식을 라디오로 전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춘천MBC의 엔지니어로서 두메산골마을에 MBC 전파를 전하기 위해 땀흘려 장비를 설치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그 어느 것도 아니라면, 대한민국 어느 지역에서든 '지역민'으로 살면서 '그 지역MBC'의 역할에 대해 몸소 진지하게 체험해 보신 적이라도 있으십니까?"

이 편지는 끝내 "지역MBC를 호구로 봐선 안 된다"고 퉁박을 줬다. 이어 "방송을 공적영역이 아닌 사적영역으로 분류하고, 경제논리의 시각으로 분석해서는 안될 일이다"며 "'지역MBC 매각'이라는 표현은 전국 MBC 구성원의 절반인 지역MBC 구성원을 '물건' 취급하는 것이며, 전국민의 절반인 비수도권 거주 국민들을 '무생물' 취급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김 이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스스로 무덕(無德) 부덕(不德)을 드러냄으로 화를 자초하지 말라"고 경고한 편지는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산하 강릉지부, 광주지부, 대구지부, 대전지부, 마산지부, 목포지부, 부산지부, 삼척지부, 안동지부, 여수지부, 울산지부, 원주지부, 전주지부, 제주지부, 진주지부, 청주지부, 춘천지부, 충주지부, 포항지부 등 19개 지부가 참여했다.

지역MBC에서 비판의 메시지를 담은 성명이 자주 발표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지역 언론계 반응이다. 아직 건강하다는 징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횟수가 너무 잦다. 자극적인 표현 또한 예전과 다르다. 그래서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10일에도 19개 지역MBC 노동조합은 "MBC는 정녕 MB식(式)이 되려는가"라는 뜨끔한 비판성명을 냈다.

"MBC 지지하고 민주주의 사수 열망하는 국민들 배신하면 안돼"

성명은 "신경민 앵커는 MBC TV의 상징으로, 김미화 진행자는 MBC RADIO의 상징으로 존재한다"면서 "그들을 교체한다는 것은 정권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MBC를 지지하고 민주주의 사수를 열망하는 국민들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MB정권과 그 수하들은 몰상식적이고 비민주적인 온갖 획책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이 MBC에게 부여한 책무는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의 의미를 홍보하고 민주주의와 언론독립을 확고히 사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선봉에서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상징인물을 끌어내리려 하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지켜온 MBC의 존재 의미 자체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라며 "MBC를 지지하고 민주주의 사수를 열망하는 국민들을 배신하는 오판"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신경민 앵커와 김미화 진행자 교체 계획에 반발해 MBC 보도본부 소속 차장·평기자(취재기자)에 이어 카메라 기자들이 제작거부에 돌입하는 등 노조가 아닌 기자들과 PD들이 자체적으로 제작거부와 연차투쟁에 돌입한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그러더니 결국, 7월 31일 격랑이 MBC를 강타했다.  방통위가 그 주범이다. 새롭게 구성한 방문진 이사 9명 중 6명이 친여성향 인사들로 포진했다. 새로 선출된 이사장 또한 그 중 한 사람이다. 다음날인 8월 1일, 19개 지역MBC 노동조합은 '방문진 이사도 1% 정책인가?'란 공동성명에서 혹독한 비판을 가한 이유다.

성명은 "19개 지역MBC 구성원들은 참담함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공영방송 MBC의 근본인 19개 지역MBC, 즉 지역 공영방송에 대한 명확한 방송철학과 경영철학, 그리고 전문성을 지닌 인사가 단 한사람도 없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새롭게 방문진 이사로 구성된 9명 중 6명의 친여인사들은 평소 진보세력과 노동운동을 빨갱이, 좌파로 몰아붙이며 극우 보수의 대표주자로 활동해온 인물들"이라며 " 특히 김우룡 교수는 국민 여론의 수렴장이 되어야할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에서 언론악법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조차 못하게 하는 식물 위원회로 이끈 주범이다, 또한 그가 거론한 MBC의  민영화론은 황당하다 못해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오늘 대한민국 국민이 MBC에게 부여한 책무는?"



▲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기자간담회가 13일 오전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열렸다. ⓒ 권우성


일찌감치 눈치를 챈 듯 이들은 성명에서 "지역의 19개 MBC를 매각해서 정수장학회가 가지고 있는 30%의 MBC주식을 사들이고, 나머지 방문진이 가지고 있는 70% 주식은 국민주나 우리 사주 형식으로 처분해서 MBC를 민영화 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방문진 이사의 재구성은, 이 정권이 지역 MBC를 희생물 삼아 공영방송 MBC를 점령하겠다는 강한 도발을 만천하에 알린 역사에 기록될 사건임에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지역 구성원들에게 더 뼈아픈 사실은 이번 방문진 이사에는 지역에 뿌리를 두고 지역 언론과 지역방송을 위해 헌신해온 인물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역 노조는 그동안 "MBC 네트워크의 몸통이라 할 수 있는 지역 계열사와 지역민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인물이 반드시 방문진에 구성되어야 균형 있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을 줄곧 해왔던 터라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지역에 대한 고민이 거의 없음을 이번 방문진 구성에서 방통위가 보여준 때문이다. 오죽하면 "지역MBC를 호구로 여기십니까?"란 제목의 편지를 띄웠을까. 그의 답장이 더욱 기다려지는 것은 지난 4월 지역MBC 노조가 공동으로 공개한 'MBC는 정녕 MB式이 되려는가!'라는 성명이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MB정권과 그 수하들은 선량한 일부 국민들을 현혹해 '독재 하의 제한된 자유'를 '진정한 자유'로 혼동하게 만들고, 그렇게 속인 선량한 국민들을 자신들의 전면에 인계철책으로 내세워 놓고 몰상식적이고 비민주적인 온갖 획책을 자행하고 있다. 오늘 대한민국이 MBC에게 부여한 책무는 바로 그러한 정권의 계략을 ..."

'오늘 대한민국이 MBC에게 부여한 책무가 무엇인지'를 확인시켜주는 두 성명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자. 먼저 지난 4월 10일 19개 지역MBC 노동조합이 발표한 성명 내용이다.

[성명] MBC는 정녕 MB式이 되려는가!

가문의 명예를 지키겠다고 공언한 가장이 고을사또의 완력에 굴복해 집안식구를 내치려 한다. 수많은 이웃들이 선호하고 집안 모든 식구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집안의 상징인 식구"를 내치는 순간 그 집안의 뼈대는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완력에 굴복하고 나면 따끈한 밥이 생기는가? 밥이 생긴다한들 그 밥을 식구들이 먹을 것 같은가? 이후 또다시 완력의 압력이 가해질 때마다 이렇게 식구를 하나씩 내치며 굴욕할 것인가? 그런 가장은 가장의 자격이 없다. 아니, 가문의 구성원이 될 자격이 없다!

 MBC는 정녕 MB式 독단을 행하려 하는가! 문명에 역주행하는 정권에 항거하며 민주주의 사수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공중파의 상징 중 무엇이 남았는가? 오늘 그들에게 있어 신경민 앵커는 MBC TV의 상징으로, 김미화 진행자는 MBC RADIO의 상징으로 존재한다. 그들을 교체한다는 것은 정권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MBC를 지지하고 민주주의 사수를 열망하는 국민들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화면과 라디오로 전달되는 지상파의 마지막 보루로 존재하는 MBC마저 정녕 "마음에 안들면 내쳐버리는 MB式 독단"을 따라하려 하는가?

 MB정권과 그 수하들은 선량한 일부 국민들을 현혹해 '독재 하의 제한된 자유'를 '진정한 자유'로 혼동하게 만들고, 그렇게 속인 선량한 국민들을 자신들의 전면에 인계철책으로 내세워 놓고 몰상식적이고 비민주적인 온갖 획책을 자행하고 있다. 오늘 대한민국이 MBC에게 부여한 책무는 바로 "그러한 정권의 계략을 철저히 분쇄"하고, "속고있는 선량한 국민들에게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의 의미와 가치를 끊임없이 홍보"하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사수하고, 언론독립을 확고히 사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책무를 더욱 강고히 하기는 커녕 선봉에서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상징인물을 끌어내리려 하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지켜온 "MBC의 존재 의미" 자체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행위이다. MBC를 지지하고 민주주의 사수를 열망하는 국민들을 배신할 것인가? 경영진은 오판하지 말라. 문명을 역주행하는 정권의 숨은 유한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호흡은 영원하다.

20009년 4월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강릉지부, 광주지부, 대구지부, 대전지부, 마산지부, 목포지부, 부산지부, 삼척지부, 안동지부, 여수지부, 울산지부, 원주지부, 전주지부, 제주지부, 진주지부, 청주지부, 춘천지부, 충주지부, 포항지부


다음은 언론노조 MBC본부 산하 19개 지역MBC지부가 14일 발표한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
에게 띄우는 공개편지' 전문이다.

"지역MBC를 호구로 여기십니까?"
김우룡 이사장에게 띄우는 공개편지
어느 조직의 보직국부장이나 사장도 보임되면 먼저 구성원들에게 잘해보자 악수부터 합니다. 설령 자신의 보임을 반기지 않는 구성원이 있다 해도 장(長)은 그에게 악수를 청합니다. 그것이 조직체계상 장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덕이겠지요. 그런 최소한의 덕 조차 없다면 그는 '장' 자격이 없는 사람일 것입니다.

김우룡님께서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보임 되셨습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MBC'의 대주주입니다. 그리고 'MBC'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체계적인 전국네트워크를 갖추고 전국민에게 무료 방송을 공급하는 지상파 공영방송사'입니다. 요컨대 김우룡 이사장께서는 '전국MBC 대주주의 수장'이 되신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이사장께서 공개적으로 밝히는 '소신'을 보면 '전국MBC 대주주의 수장'이 아닌 듯 보입니다. 19개 지역MBC를 마치 '서울MBC가 소유한 땅, 건물'로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이사장께서는 어제(13일) 기자들 앞에서 "연차적으로 지역 계열사를 4∼5개씩 몇 년에 걸쳐 매각하면 MBC의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고 새로운 사업 진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히셨지요.

매우 유감입니다.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의 '새 이사장'으로 보임한지 나흘된 분의 입에서 '지역MBC 매각'이라는 말이 공식석상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라 여기십니까? 이것은 분명히 '서울MBC만 MBC이고, 지역MBC는 그저 서울MBC가 소유한 동산이나 부동산으로 여기는 사고(思考)'를 드러내신 것입니다. 그렇지요?

이런 사고를 하시는 분이 방문진 이사장이라니, 지역MBC 구성원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MBC의 대선배라 자처하시는 분이 어찌 이렇게 무지(無知)하시단 말입니까?

이사장께 질의합니다. MBC의 대선배라 자처하시는 이사장께서는 '지역MBC'에 단 하루라도 근무해보신 적 있습니까? 부산MBC의 기자로서 부산지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신적 있으십니까? 광주MBC의 PD로서 광주지역의 문화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해보신적 있으십니까? 제주MBC의 CA로서 제주의 비경을 담아보신 적 있으십니까? 대전MBC의 아나운서로서 지역민들에게 생생한 지역소식을 라디오로 전해보신적 있으십니까? 춘천MBC의 엔지니어로서 두메산골마을에 MBC 전파를 전하기 위해 땀흘려 장비를 설치해 보신적 있으십니까? 그 어느 것도 아니라면, 대한민국 어느 지역에서든 '지역민'으로 살면서 '그 지역MBC'의 역할에 대해 몸소 진지하게 체험해 보신적이라도 있으십니까?

서울에서 길을 걷다 MBC의 위치를 물으면 여의도 MBC를 알려줍니다. 대구에서 물으면 범어동 대구MBC를 알려주지요. 강릉에서 물으면 포남동 강릉MBC를 알려줍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MBC'는 '우리 바로 곁에 있는 우리 방송사'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친구같고 이웃같은 방송사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MBC의 자산'이고 'MBC의 힘'입니다. 'MBC의 체계적인 전국네트워크'는 이렇듯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근본 에너지'입니다.

김우룡 이사장님께 간언합니다. 지역MBC를 호구로 보아선 안됩니다. 지역MBC를 동산이나 부동산 따위로 여겨시면 아니됩니다. '방송'을 공적영역이 아닌 사적영역으로 분류하고, 경제논리의 시각으로 분석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공영방송 MBC의 대주주 방문진의 이사장"이라면 더더욱 그러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지역MBC 매각'이라는 표현은 전국 MBC 구성원의 절반인 지역MBC 구성원을 '물건' 취급하는 것이며, 전국민의 절반인 비수도권 거주 국민들을 '무생물' 취급하는 것입니다.

"김우룡 이사장께서 물건 취급하는 전국 19개 지역MBC"의 노동조합원들이 부디 청컨대 김우룡 이사장께서는 취임하자마자 스스로 무덕(無德) 부덕(不德)을 드러냄으로 화를 자초하지 말아 주십시오.

2009년 8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19개 지부: 강릉지부, 광주지부, 대구지부, 대전지부, 마산지부, 목포지부, 부산지부, 삼척지부, 안동지부, 여수지부, 울산지부, 원주지부, 전주지부, 제주지부, 진주지부, 청주지부, 춘천지부, 충주지부, 포항지부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