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여름은 이상하게 비가 많다. 비가 많아서 산행을 간 날 보다 산행을 못 간 날이 더 많다. 작년은 또 이상하게 가물고 날씨가 더웠다. 그런데 올해는 바닷가라서 그런지 새벽바람이 춥기까지 하다. 부산은 바다가 가까워서 시원한 고장, 그래서 부산의 상징을 바다가 넘실대는 오륙도라고 한다.
그러나 부산의 상징을 또 하나 꼽으라고 말한다면 과감하게 금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것이다. 금샘이 있는 부산의 금정산은 이 금샘의 설화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부산의 대표 사찰 범어사의 이름은 금정(금샘)에서 비롯되니 말이다.
▲ 금샘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 김찬순
금샘은 금정산을 영산으로 만들어준 바위샘이다. 일제 시대 어떤 왜인이 금정산에 금샘이 있다는 말을 듣고 몇 수십 번을 올라 와도 끝내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금샘은 임진왜란과 6. 25 전쟁 등으로 부산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적이 있었다. 십년 전만 하더라도 금샘을 찾는 안내도가 없어서 금샘 가는 길이 그리 쉽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금샘 가려면 이정표만 따라서 가면 찾을 수 있다.
▲ 범천의 물고기가내려와 놀았다는 금빛 물빛의 금샘 ⓒ 김찬순
금샘의 설화는 부산의 진산 금정산이 예부터 신령스러운 영산임을 알려주는 것과 함께 금정산이란 산 이름과 범어사 절 이름 그리고 범어사 사찰의 창건 내력을 알려주는 것으로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금정산의 바위들은 장엄하다, 그리고 장엄하면서도 신묘하고 아름다운 조각품 같다. 바위들은 어느 광물학자의 말처럼 원생암. 그 준엄함이 바위마다 다른 형상을 만들고 있어, 매우 독특하고 특별한 바위들로 가득하다. 초목의 푸른 옷 사이로 솟아 있는 회색 바위들은 훌륭한 자연의 벽화 그것이다.
금샘 가는 길은 금정산 지도 한 장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지도를 가지고도 어떤 날은 눈에 띄지 않아 찾지 못하고 내려오는 일도 있다. 거암 사이 사이 넝쿨이 푸르고 발 아래 내려다 보는 세상 역시 여기서는 정말 성속처럼 아름답다.
금정산에 대한 실화는 '동국여지승람'에 이렇게 기록돼 있다. "금정산 산정에 세길 정도 높이의 바위가 있는데, 그 위에 우물이 있다. 그 둘레가 10여척이며 깊이는 7척쯤된다. 황금색 물이 항상 가득 차 있고,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 세상에 전하는 말로는 한마리 물고기가 오색 구름을 타고 범천에서 내려와 그 속에 놀았다고 하며, 금빛 나는 우물 곧 금정이란 산 이름과 범천의 고기, 곧 범어라는 절이름을 지었다."
금샘이 있는 금정산의 최고 봉, 고당봉에도 스토리텔링이 전해지고 있다. 평생을 불심으로 살다 죽은 한 보살의 이야기이다. 신라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범어사는 목조건물이라 잦은 화재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런데 설상가상 왜적이 쳐들어와서 범어사 건축물들을 잿더미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은 보살은 "내가 죽기 전에 우람했던 범어사가 다시 제모습을 찾을 수만 있다면..."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시주를 받아 범어사 중건을 위해 힘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후 보살은 범어사 스님에게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하고 저 높은 봉우리 아래에 고모제(姑母祭)를 지내 주면 금정산의 수호신으로 변해 범어사를 도우겠습니다"라고 유언했다. 이 보살의 유언에 따라 고당제를 지냈는데, 사당이 고당봉의 전경을 망치고 무녀들이 많이 드나들어 촛불로 인한 화재위험이 있다고 하여 헐었는데, 그후 공교롭게 범어사에 흉한 일이 생겨 다시 사당을 지었다고 한다. 고당봉 사당 설화는 '범어사 서기궤유전'의 '산령축'에 기록되어 있다.
▲ 금정산최고봉 고당봉에 금샘이 있다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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