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여름에 찾아든 강천산 계곡

순창읍을 가로질러 강천산을 향해 간다. 국도를 벗어나 지방도로로 들어서니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이 이어진다. 팔덕면 사무소를 지나고 강천산으로 찾아드니 이른 시간인데도 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강천산군립공원. 계곡과 폭포로 유명하고, 아기자기한 산들로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시원한 물놀이도 즐기고 볼거리도 많은 계곡. 주차장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시원한 계곡을 찾아 걸어 들어간다. 계곡은 적당한 나무 숲 사이로 흐르고, 더위를 즐기는 사람들은 물가로 자리를 펴고 앉았다.



계곡은 굽이굽이 작은 폭포를 만들고서 하얗게 부서져 내린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갖가지 물놀이 기구를 준비해와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무튜브를 타는 애들부터 발을 담그거나 격한 물놀이를 즐기는 청춘들까지. 돗자리를 펴고 낮잠을 즐기는 노부부가 편하게 보인다.

맨발로 걷는 웰빙산책로

강천산 군립공원은 매표소에서부터 구장군폭포까지 2.5㎞를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고운 모래를 깔았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맨발로 걸어볼 수 있으랴. 신발을 벗고 걷는다. 발가락 사이로 잡히는 시원한 촉감이 좋다. 햇볕을 적당히 가린 숲길도 청량감이 물씬 넘쳐난다.


사람에게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신발을 벗어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발을 보호하려고 신은 신발은 편리함도 주지만 무좀이라는 부작용도 따라다닌다. 무좀을 치료한다고 1년여를 병원을 다니며 약을 먹고서 나았다. 하지만 여름이 다가오면서 다시 생기는 무좀에 두발 들었다. 평생 달고 가야할 모양이다.

산책로가 너무나 좋다. 폭포도 보이고, 시원한 나무아래 앉았다 갈 수 있는 벤치도 있다. 길옆으로 흐르는 물은 너무나 맑아서 마음을 순수하게 만들어 준다. 걸치고 있는 옷마저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할 수 있다면 몸에 걸치고 있는 옷마저도 벗어버리고 걷고 싶은 마음이다.

구장군폭포의 전설을 찾아서

매표소를 지나면 깎아지른 바위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를 만난다. 병풍폭포다. 병풍처럼 내리는 폭포의 높이가 40m란다. 웅장하고 시원하다. 병풍바위 밑을 지나온 사람은 죄진 사람도 깨끗해진다는 애기가 전해온단다. 폭포를 즐기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가는 길은 시원하다. 물놀이를 즐기는 풍경도 볼거리를 준다. 발가락의 시원한 감촉도 느낀다. 많은 돌탑이 세워진 물가에는 '사랑과 행운을 기원하는 돌탑을…'이란 팻말이 붙었다. 탑을 쌓고 소원을 빈다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행위인가 보다.

신라말 도선국사가 지었다는 강천사(剛泉寺)가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절이래야 작은 대웅전과 요사 몇 채. 부서진 돌탑을 다시 세워 놓은 모습이 어색하지만 그나마 옛 절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절집은 조용하다. 담장 밖에서는 여름을 즐긴다고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는데…. 백일홍이 붉게 피었다.



이제부터는 계곡이 한산해 졌다. 구름다리를 아래를 지나고 구장군폭포로 향한다. 다리를 건너고 맑은 물을 보면서 걷는다. 물속에 피라미들이 여유롭게 노닐고 있다. 산길이 훤해 지더니 정자가 보인다. 그 앞으로 기다란 폭포가 비틀 거리며 힘차게 내려온다. 구장군폭포다.

옛날 마한시대 혈맹을 맺은 아홉 명의 장수가 전장에서 패한 후 이곳에 이르러 자결하려는 순간 차라리 자결할 바에는 전장에서 적과 싸우다 죽자는 비장한 각오로 마음을 다지고 전쟁에 나가 승리를 거두었다는 전설이 서린 곳이란다.

마한 시대 장군의 기라도 받으려면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라도 맞아야 하는데…. 가까이 가기에는 너무나 멀다. 멀뚱거리며 쳐다보다 발길을 돌린다.

신선봉에 올라서서

구름다리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나무 계단 길을 오른다. 숲속으로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올라가니 웅장한 구름다리를 만난다. 길다. 50m 높이에 길이가 70m란다. 구름다리를 건너간다. 흔들거린다. 흔들리는 기분이 좋다. 사람들 중에는 무섭다고 하면서도 구름다리를 건너간다. 무서움이 지나고 나면 쾌락이 느껴질까?



구름다리를 뒤로하고 산길을 오른다. 길은 거친 바윗길에 난간을 잡고 올라가야 한다. 경사가 가파르다. 햇볕도 가려주지 않는다. 덥다. 땀이 비 오듯 흐른다. 30여분 올랐을까? 전망대가 있는 신선봉(425m)이다. 2층 팔각정 전망대로 올라서니 삼선대(三仙臺)라는 현판을 달았다. 아래로 강천사가 보이고 계곡을 따라 산들이 이어가고 있다. 산은 높지 않지만 깊은 산중에 우뚝 서있는 느낌이다.

하늘이 맑다. 날은 무덥다. 그늘이 없는 산길을 걸어가기에 너무나 힘들다. 광덕산을 넘어 산성산까지 가려고 했는데…. 그만 내려가 계곡에 발이나 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