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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태지도 그리기 ③

등록|2009.08.25 08:42 수정|2009.08.25 09:23
세 번째 시간이다. 마음을 모으기 위해 또 하나의 노래를 배운다. 역시 백창우씨의 '나무노래'다. '나무노래'는 전래노랫말을 현대감각에 맞게 다듬어 탄생한 동요다. 노랫말이 무척 재밌어 노래를 하다 다 같이 웃음보가 (진하게 표시한 가사 부분에서) 터져버렸다. 이렇게 재밌는 (전래)노래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 어른이 들어도 웃음 짓게 한다.

(노래배우기)'나무노래' (전래 노랫말 시/ 백창우 곡)

가자가자 감나무 오자오자 옻나무
가다보니 가닥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한자 두자 잣나무 다섯 동강 오동나무
십리 절반 오리나무 서울 가는 배나무

너하구 나하구 살구나무 아이 업은 자작나무
앵도라진 앵두나무 우물가에 물푸레나무
낮에 봐도 밤나무 불 밝혀라 등나무
목에 걸려 가시나무 기운 없다 피나무

꿩의 사촌 닥나무 텀벙텀벙 물오리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깔고 앉아 구기자나무
이놈 대끼놈 대나무 거짓말 못해 참나무
빠르구나 화살나무 바람 솔솔 솔나무

지난 시간 숙제가 있었다. 각자 2가지 나무를 조사하는 것. 저마다 2가지 나무에 대해 조사해서인지, 저마다 나무이야기를 흥에 겨워 사뭇 떠들어 댄다. 마치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던 마냥 말이다. '배운다는 것'은 신기하다. 그것을 전하지 않고는 못 배기니 말이다. 그래서 역사는 진보한다고 감히 말해본다.

"우리가 본 목련은 '일본목련'이에요! 후박나무라고 부르기도 해요."(수지)

"은행나무는 먼지가 많고 공기 오염이 심한 곳에서도 잘 자란데요. 은행은 기침, 가래가 많을 때 약으로 쓰고요. 독이 있어서 너무 많이 먹지는 말래요."(솔이)

"모과나무는 모개나무'라고도 한데요. 모과 열매는 울퉁불퉁 하지만 목이 붓거나 아플 때, 기침이 날 때 차를 마시면 좋아요!"(윤환)

"능소화는 갈고리 모양 수술에 독이 있어서 눈에 들어가면 위험하대! 꽃이 질 때 그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활짝 핀 그대로 툭툭 떨어지는게 특징이야! 죽어서도 지조를 굽히지 않는 옛 선비의 기개를 닮았다 해서 '양반 꽃'이라 불렸대."(재혁)

능소화능소화는 갈고리 모양 수술에 독이 있어서 눈에 들어가면 위험하데! 꽃이 질 때 그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활짝 핀 그대로 툭툭 떨어지는게 특징이야! 죽어서도 지조를 굽히지 않는 옛 선비의 기개를 닮았다 해서 '양반 꽃'이라 불렸데."(재혁) ⓒ 고영준


…….

다들 전문가 다 됐다. 함께 했지만 잘 몰랐던 친구들을 알게 되면서, 서로의 얼굴에 침튀어 가며 이야기 한다. 우리는 이렇게 조금씩 (생태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팀장 역할을 맡고 있는 '윤정'이가 조별로 임무를 줬다. 조별로 조사한 나무지도를 모았다(표기방식을 통일하자고 했지만 저마다 제각각이다. 다행히 알아보는 데는 지장이 없다). 네 사람은 지도를 모아 커다란 전지에 옮겨 그리기로 했다. 나머지 네 사람은 나무에 대해 조사한 내용(나무의 특성, 관련 이야기 등)을 예쁘게 정리하기로 했다.

인수동 '나무이야기' 정리하는 모둠 네 사람은 나무에 대해 조사한 내용(나무의 특성, 관련 이야기 등)을 예쁘게 정리하기로 했다. ⓒ 고영준


갑자기 사무모드로 바뀌면서, 회사 분위기가 났다(나무에 대해 정리한 파일은 첨부파일로 함께 올린다). 한 쪽 방에서는 큰 전지에 지도를 그리고, 그림 나무를 심느라 정신없다. 크레파스와 색연필, 사인펜을 이용해 그리다 보니 어느새 어린아이가 된 듯했다.

'마을지도'를 전지에 옮겨 그리기한 쪽 방에서는 큰 전지에 지도를 그리고, 그림 나무를 심느라 정신없다. 크레파스와 색연필, 사인펜을 이용해 그리다 보니 어느새 어린이이가 된 듯 했다. ⓒ 고영준


가장 힘든 작업은 나무의 특성에 따라 나무그림을 만드는 것이다. 단풍이나 은행처럼 잎의 모양이나 색깔이 다른 것과 확연히 비교되는 나무도 있지만 대부분 특성을 찾기 쉽지 않다. 달걀 모양의 푸르른 잎(활엽수), 가느다란 침처럼 생긴 푸르른 잎(침엽수). 이렇게 두 종류로 나누곤 세모, 네모, 동그라미, 별, 구름 모양 등으로 표시를 해보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 동네 나무는 20 종을 넘지 않았다.

마을지도에 나무 그려 넣기달걀 모양의 푸르른 잎(활엽수), 가느다란 침처럼 생긴 푸르른 잎(침엽수). 이렇게 두 종류로 나누곤 세모, 네모, 동그라미, 별, 구름 모양 등으로 표시를 해보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 동네 나무는 20 종을 넘지 않았다. ⓒ 고영준


시간이 남은 두 사람은 '나무노래' 개사에 도전했다. 우리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로만 만들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야말로 '우리동네 나무노래'다. 언어유희를 즐길 줄 안다면 생각보다 쉽다. 그래서 탄생한 '우리동네 나무노래'는 아래와 같다.

'우리동네(인수동) 나무노래' (전래 노랫말+인수동 생태길눈이 시/ 백창우 곡)

가자가자 감나무 나리 나리 개나리
대충대충 대추나무 랄라~랄라~라일락
부채 닮은 은행나무 손바닥 닮은 단풍나무
여길 보세요 주목나무 향기 좋아 향나무

너하구 나하구 살구나무 춘향이 좋아 목련나무
목에 좋아 모과나무 울고 넘는 박달나무 
털 복숭이 복숭아나무 다섯 동강 오동나무
앵도라진 앵두나무 친구하자 벚나무

 하나 둘 셋 넷 산수유 버들강아지 버드나무
목에 결려 가시나무 아이 시어 매실나무
이놈 때끼놈 대나무 거짓말 못해 참나무
아까 봤던 아카시아 바람 솔솔 소나무

재밌는 노래가 완성되는 동안 마을생태지도를 그린 모둠도 지도를 완성했다. 초등학교 수준의 작품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포토샵으로 화려하게 제작된 생태지도보다 값지다. 우리 손으로 한그루 두그루 나무를 그려 넣는 '과정'은 '마을'과 '자연'사랑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그녀의 이름과 마음, 성격, 인생사를 알고 싶은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완성한 '우리동네 생태지도'와 '우리동네 나무노래', '인수동 나무이야기'를 가지고 무엇을 할까? 오래된 격언처럼 '배워서 남줘야한다'. 동네 아이들을 만나 우리가 배운 것을 나누어 볼까? 다음 시간은 우리동네 어린이집 아이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완성된 우리동네(인수동)마을 생태지도우리동네 마을생태지도를 완성했다. 2개월 프로젝트로 나무만 표시한 지도다. 제일 좋은 것은 살구나무, 감나무, 복숭아나무의 위치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마다 맜있는 과실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 고영준

첨부파일
.image. 인수동나무이야기.hwp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아름다운마을신문 'www.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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