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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벌 고위인사의 회고... "진정한 실용주의자 잃었다"

경제계, 일제히 애도 "민주화와 IMF 극복 업적"

등록|2009.08.18 16:46 수정|2009.08.19 17:13
"(대기업들간) 빅딜 등은 옛날 일이고... IMF 외환위기를 넘기면서 한국경제에 큰 업적을 남기시지 않았나. 안타깝다."

국내 4대 재벌의 한 고위인사 말이다. 18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소식에 대한 소회를 묻자, 그는 "김 전 대통령이야말로 진정한 실용주의자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지난 98년 국민의 정부시절, 자신의 속해있던 기업을 대표로 그는 재벌간 빅딜 과정에서 정부쪽과 실무 협상에 나섰던 인물이다.

그는 "이른바 'DJ노믹스(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을 일컫는 말)'에 대해 일부 기업인들은 재벌개혁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반발도 있었다"면서 "IMF식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적 평가도 여전하지만, 당시 기업간 빅딜과 구조조정이 없었다면 현재의 국내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빅딜 등은 이미 옛날 일이고... 진정한 실용주의자를 잃었다"

현재 해당 그룹에서 재정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IMF라는 국가부도 상황에서 국민의 정부는 오히려 친재벌적 성향의 정책을 더 많이 내놓았다"면서 "이와 함께 사회안전망 확충 등의 서민과 복지정책도 많이 내놨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찌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진정한 실용주의자가 아니었나 싶다"면서 "개인적으로 그같은 지도자를 잃게 돼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DJ노믹스는 IMF 위기극복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속에 사실상 미국중심의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진보개혁진영으로부터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라는 비판도 받았었다.

하지만 한켠에선 그동안 '대마불사'라며 승승장구하던 국내 재벌의 독과점을 없애고, 순환출자와 상호지급보증해소 등 재벌기업의 재무구조 투명화와 건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도 있다.

또 대형 부실금융기관을 비롯해 대우와 해태 등 재벌기업들의 퇴출과 기업 구조조정으로 실업과 양극화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다른쪽에선 한국경제의 체질을 크게 개선시켰다는 평도 있다.

재계, 일제히 애도 "민주화와 IMF 위기극복의 업적 남겼다"... 현대 '충격'

이날 오후 김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소식이 전해지자, 재벌기업을 회원사로 둔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일제히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전경련은 이날 논평을 내고,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또 "고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에 큰 족적을 남기셨으며 IMF 경제위기 시에는 해외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 경제의 조기 회복에 기여했다"면서 "또 평화와 화합의 대북정책을 통해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헌신했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도 "고 김 전 대통령은 평생에 걸쳐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세계평화 공존을 위해 헌신한 지도자였으며, 신뢰회복과 긴장완화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에도 큰 공헌을 했다"면서 "특히 지난 IMF 외환위기시에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책 등을 통해 빠른 기간내에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중앙회는 또 "고인의 뜻을 계승해 지역간 화합, 대-중소기업간 협력, 노사간 신뢰 등 사회 각 부문에서 대통합을 이루어 지금의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무역협회 등도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 민주화와 IMF 위기극복에 기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린다"면서 "오늘의 슬픔을 이겨내고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도 "안타깝고, 슬픈 일이 일어났다"면서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구조조정 시스템속에 기업의 체질개선 등에 큰 역할을 했다"면서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특히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해온 현대그룹의 경우 다른 기업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경협을 이끌어 온 큰 지도자를 잃게돼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출렁이던 주식시장은 오히려 소폭 상승으로 끝나

한편 김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이 전해진 국내 주식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미국 주식시장의 약세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국내 주식시장은 오히려 전날 대비 3.18포인트 오른 1550.24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들이 1510억 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지만,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1802억 원과 26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닥 시장은 전날보다 6.30포인트 떨어진 511.53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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