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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속 한국문학... 갈 길은?

한국문인협 김제 심포지엄

등록|2009.08.20 16:09 수정|2009.08.20 16:09

세계화 속 한국문학 심포지엄 15일 전북 김제 모악산 유스호스텔 중강의실에서 제48회 한국문학 심포지엄이 열렸다. 오세영 전 서울대 교수가 '세계화시대의 한국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신영규



  우리 문학의 '세계화'란 무엇일까? 우리들의 상식으로 세계화란 가령 '휴대전화 보급에 있어서 한국의 CDMA방식이 세계표준으로 채택되었다.'는 뉴스보도의 용례와 같은 뜻으로 이해되기 십상이다. 이럴 경우 '세계화'는 곧 국제공용의 표준모드를 뜻하는 말이다. 한국문학의 세계화 또한 그 같은 국제 공용의 어떤 주조(鑄造)문학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문학을 세계로 진출시켜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할 수 있을까. 문인들이 모여 세계화 속 한국문학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한국문인협회(이사장 김년균)가 주최하고 모악문예, 만해사상실천선양회, 김제시가 후원한 제48회 한국문학 심포지엄이 15일(토) 오후 3시부터 김제 모악산 유스호스텔 중강의실에서 전국에서 온 약 200여 명의 한국문협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김년균 한국문협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문학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인간이 미처 알지 못한 경험을 알려준다"며 "가장 안 팔리는 책이 문학이라고 하지만 문학의 힘은 대단하며, 그러기에 한국문학의 오늘의 현 주소를 알아보고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의 문학이 나아갈 길을 밝혀 해외로 문호를 넓혀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 시- 훌륭한 민족문학이 사랑받는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첫 연사로 나선 오세영 전 서울대 교수는 '세계화시대의 한국시'란 주제발표에서 "세계의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문학작품은 훌륭한 민족문학으로서 세계문학의 반열에 오른 문학작품"이라며 "훌륭한 민족문학이란 첫째, 민족어, 즉 모국어의 이상적인 구사. 둘째, 한국적인 인간탐구. 셋째, 한국적문학양식의 계승발전. 넷째, 민족의 기층적사고. 다섯째, 민족의 보편적, 문학적 감수성에 대한 일체감의 체험. 여섯째, 민족정신의 탐구"라고 주장했다.

▲ 소설- 다문화와 사이버공간 주목해야

  두 번째 연사인 이명재 전 중앙대 교수는 '한국소설'이란 발표에서 "한국 현대소설은 우리 문단사와 더불어 일제강점과 남북 분단의 질곡 속에서 통칭 100년의 나이테를 헤아리며 꾸준히 변모, 발전해 왔다"며 "1990년대 들어서 민주화라는 거대서사가 사라진 소설작단의 성향은 판이하게 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1980년대의 운동권 중심의 역동적인 공동체의식보다 작가 자신의 내면적인 소설미학으로 침잠한 상태이다. 양귀자의 <숨은 꽃>, 최수철의 <얼음의 도가니> 등은 메타 소설적인 작가 자신의 고뇌를 보여준다. 송기원의 <인도로 간 예수>나 신경숙의 <깊은 슬픔> <외딴 방>, 윤대녕의 <천지간>, 한강의 <아기부처> 등은 공동체 의식보다 자아의 내면추구 성향이다"고 설명했다.

또 "세계화 시대의 우리 소설 문단에서 중요시할 문제는 다문화와 정보화 생활에 따른 사이버공간으로 활용할 인터넷의 효용성이다. 인터넷은 이미 현대인에게 일반화된 일상의 하나로서 항시 열려 있는 정보창고이며 독자들과 공유하는 소통의 광장"이라고 설명했다.

▲ 수필- 쓰려고만 하지 말고 디자인하라

  이어 세 번째 연사로 나선 윤재천 전 중앙대 교수는 '한국수필'이란 주제발표에서 "수필이 21세기를 선도할 수 있는 장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나 수필이 사람들에게 힘을 충전시켜 주는 기능을 다하도록 정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벽 안에 갇혀 아무것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 자연히 쇄국적인 수필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퓨전과 함께 현대인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는 일이 '웰빙'이라며, 풍요의 시대 속에서 수필도 퓨전의 의미를 지닌 뮤지컬수필ㆍ메타수필ㆍ접목수필ㆍ마당수필ㆍ테마수필 같은 작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대는 장르 벽이 무너져 '시 같은 수필'이나 '수필 같은 소설'이 유행하고 있다며, 수필을 쓰려고만 하지 말고 그 자체를 디자인해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맞는 수필로 탈바꿈 하지 않으면 식상하여 독자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아동- 읽는 독자 중심의 시대는 지났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최지훈 아동문학평론가는 "21세기는 문화상품이 한 국가, 한 사회의 경제력을 쥐락펴락하게 될 것이라며 그중에서 아동도서는 상품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아무리 살림이 쪼들려도 자녀들에게 독서교육은 시키지 않을 수 없을 부모가 없다. 때문에 아동도서 시장은 불황을 타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 뒤 "이러한 시장의 뒷받침은 동화작가를 크게 고무시켰으며, 덕분에 동화문학은 최근 20년 가까이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판타지(예술의 주요 요소를 마법이나 초자연적인 것들로 구성한 것)가 영화화 되고 애니메이션이 되고 컴퓨터게임의 캐릭터나 소재도 되고 드라마가 된다며, 이제 문학은 활자화된 작품을 읽어주는 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역설했다.

  군산출신 라대곤 소설가는 지역문학 발전을 위한 제언에서 "지역문학과 중앙문학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지역과 중앙이 잘 융합해야 한국문학이 발전할 수 있다"며 지역과 중앙이 서로 유대 할 것을 주장했다.

  한편 참석 회원들은 16일 오전 관광버스를 타고 김제의 아리랑문학관과 변산반도, 그리고 새만금 답사로 세미나일정을 마무리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8월 17일 새전북신문에 게재 되었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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