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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에 꽃핀 인동초

등록|2009.08.21 08:20 수정|2009.08.26 17:42
 어제 오늘 온 국민의 가슴을 적신 기사가 연일 뉴스, 신문의 1면을 장식하고 있다. 바로 우리나라 민주화를 이끈 주인공이자, 남북 화해의 길을 열었던 분,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시다.

  사실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잘 모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절 나는 그저 친구들과 뛰어놀기 좋아하던 철없던 초등학생이었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노벨 평화상을 받았을 때에도, 그 분의 정치적 업적을 기리기보다는 그저 우리나라에서 첫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점에서 기뻐했었다. 그리고 바로 어제까지도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아니, 솔직히 무관심했었다. 하지만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서거하신 후 아빠와 엄마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TV에서 온 국민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전 세계의 지도자들이 애도의 뜻을 전하는 모습을 보며, 그 분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분에 대한 기사를 모두 읽게 되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을 '인동초의 삶'이라 비유한다. 어떠한 모진 한파에도 굴하지 않고 인고의 꽃을 피워내는 인동초처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납치사건, 광주 민주화 운동, 3당 합당 등 그 어떠한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이겨내어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되셨으며, IMF를 이겨내고,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화해의 길을 연 주인공이시다. 난 이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을 보면서 한 인물을 떠올리게 되었다. 바로 내가 요즘 즐겨보고 있는 드라마 '선덕여왕'이다.

  역사적 사실 여부를 떠나, 드라마 속 선덕여왕의 삶도 역시 '인동초의 삶'이라 비유할 수 있다. 쌍둥이의 한쪽으로 왕실에서 버려진 후, 그녀는 온갖 풍파를 견디며 살아왔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기위해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운 낭도의 훈련을 견뎌냈으며, 이제는 자신의 위치를 찾기 위해 미실과 대적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훗날, 그녀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지도자가 된다.

드라마 속 선덕여왕에서 우리는 두 가지 리더십을 볼 수 있다. 하나는 카리스마로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미실의 리더십이며, 다른 하나는 인본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덕만, 선덕여왕의 리더십이다.

미실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낄 만큼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자신의 사람이 실수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며, 백성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해 자신이 어린아이를 잡아먹는다는 소문을 직접 내기도 한다. 미실은 존경심보다는 공포심이 정치를 하기에 훨씬 유리하다고 믿으며 공포심에 기반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권력을 장악한다.

반면, 선덕여왕의 리더십은 인본주의에 기초한다. 자신이 낭도로 속해있는 화랑의 조직을 위해, 그리고 이제는 신라라는 거대한 공동체를 위해 그 구성원들을 돌보겠다는 전형적인 인본주의에 기초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리더십에 기초하여 선덕여왕은 김유신, 비담, 알천이라는 인재를 얻게 되었으며 이들은 선덕여왕이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의 자리에 오르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물론, 이 두 가지 리더십 중 어느 것이 현실정치에서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무엇을 위한 리더십인가를 고려한다면 우리가 배워야 할 리더십이 무엇인지는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미실이 자신의 권력유지와 욕망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한 반면, 선덕여왕은 신라라는 거대한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리더십을 발휘한 점에 유의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민주화이다.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모진 풍파를 견디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를 위해 힘든 정치적 노선을 선택했다. 또한, 대통령이 된 후에는 여러 보수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을 유지해 나갔으며 결국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화해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 모든 정치적 행보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공동체의 민주화, 그리고 한반도라는 거대한 공동체의 화해를 추구하기 위함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선덕여왕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에서 똑같이 인동초의 삶을 보고, 두 분의 리더십이 똑같이 인본주의에 기초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이제는 고인이 되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며, 난 오늘도 선덕여왕을 보며 인동초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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