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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분리된 불균형 게양대, 남과 북의 현실과 미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 통일

등록|2009.08.22 13:51 수정|2009.08.22 13:51
지난 21일 1980년 이른바 '원양선원 신씨 일가 간첩단' 사건 피해자 4명이, 29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되었습니다.

무시무시한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간첩죄로 각각 징역 3-15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사람들에게,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범행 증거도 없으면서 불법 구금과 고문, 협박으로 사실과 다른 자백을 한 점이 인정된다'며 피고인들과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에 사과를 표했다 합니다.

한국전쟁으로 한민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총부리를 겨누고, 분단-전쟁위기를 고착화시킨 군사독재시절 반공이데올로기로 무장한 남한사회에서 이런 일들은 그간 비일비재했습니다.

그 무서운 과거의 일들 중 하나가 어렵사리 해결되자, 30년 가까이 온가족이 누명의 굴레에서 힘겨워하던 이는 '살인죄보다 더 무서운 죄가 간첩죄'라고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한평생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다 돌아가신 김대중 전 대통령도 '빨갱이'란 소리를 들으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6.15선언을 일궈냈지만, 그간 북한을 적대시하고 부활시킨 반공이데올로기를 존재이유로 삼는 이들 때문에 그 정신이 끊길 위기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 불균형의 게양대에 다른 이념의 깃발을 걸고 남과 북은 다른 길을 나아간다. 한민족이란 동질성을 점점 잊어버리며... ⓒ 이장연


얼마전에는 DDoS 공격이 북한-종북세력이 배후라는 어처구니 없는 '사이버북풍'을, 점점 그 힘을 키우고 있는 국정원이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정치권과 수구언론에 흘리기도 했습니다.

북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더욱 강경한 대북정책을 고수하던 정부는 현대아산 근로자와 연안호 선원들의 송환을 위해 북측과 어떤 협의나 협상도 선뜻 나서지 않고, 대신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물든 쌍용차 사태를 공안검찰을 앞세워 외부세력에 의한 '공안사건'으로 규정하고, 경찰청은 '좌파척결'을 앞세워 60-70년대 반공만화까지 제작해 일선 초중교에 배포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방북으로 어렵게 이뤄낸 남북합의로 다시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였지만, 한민족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지금 두 사회는 수평 이단으로 분리된 16m 높이의 저 게양대처럼 그 동질성을 잊고 평행선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이념의 깃발을 단 불균형의 현실이 또 미래로 이어지고, 이는 후대까지 풀지 못할 숙제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통일'이란 테마로 세계의 미술가들이 김포에 모여 만든 조각작품 중 하나인 장 피에르 레이노의 '깃발'을 올려다보며, 남과 북이 하나되길 바라던 김대중 대통령이 남긴 숙제를 남은 우리가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남과 북, 북과 남이 이념을 떠나 파란가을 하늘아래 하나의 게양대에 서는 그날을 위해...

▲ 남과 북, 북과 남은 언제까지 수평선으로 나아갈 것인지...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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