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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 지금이 답방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대화 제스처를 하는 북한조문단을 지혜롭게 끌어 들여야

등록|2009.08.23 10:13 수정|2009.08.23 11:46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말미암아 온 국민이 애도를 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조문사절단이 내한하였다.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일행 6명이 특별기편으로 입국하여 곧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국회의사당으로 찾아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낸 조화를 바치면서 분향을 하였다.

남북한간의 경색된 긴장관계가 이로서 다소 풀리는 듯 하다.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끊임없이 감싸주고 포용하면서 지원해준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일 것이다. 그건 북한 조문단이 정부와의 공식채널을 배제하고 김대중 평화센터를 통해 일정을 조율하고 사전 정지작업을 했다는 데서도 감지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금 북한이 전세계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상황을 타개해 보려는 고육지책이기도 하고 경색되어 있는 남북한 관계를 풀면서 동시에 실리를 취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미 개성관광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로 현정은 현대아산회장과의 만남을 통해 약속하였고 개성공단의 제한조치등을 모두 해제함으로서 스스로 남한에 대해 화해의 손짓을 내밀었다.

이번 북한 조문단 파견은 단순히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문하는 차원을 넘어 남한정부와 관계개선을 해보겠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숨은 전략이 엿보인다.그 징후는 조문단이 분향을 마치고 곧바로 돌아가지 않고 1박2일 일정으로 방문일정을 잡았다는데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북한 조문단일행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김대중 정권하에서의 인사들과의 인맥 등을 활용하면서 이들이 일정부분 정부와 가교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이미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면담을 가졌고 일정을 하루 더 연장하여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도 가지길 희망하고 있어 조문단의 화해 제스처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러한 조문단의 제스처를 사실상 못마땅해 하고 있는 입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해야할 상당부분의 역할을 김대중 전 대통령측에 의뢰한 북한 조문단의 행위가 밉게 보일뿐더러 금강산 사망사고 등으로 관광이 폐쇄한 이후에 사과 한 마디 없이 다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고 하였으니 정부관계자들의 심기가 편할 리가 없다.

더구나 그러한 화해 제스처를 정부와의 채널을 통한 게 아니고 현정은 현대아산 방북 때와 이번 조문단을 통해 모두 민간인 차원의 해법을 구사하고 있는데 대해 정부로서는 저으기 불쾌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입장 때문에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윤인택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도 줄다리기와 신경전 끝에 극적으로 성사되는 아슬아슬함을 보여주었다.

정부로서는 북한 사절단이 공식적인 채널을 통하지 않고 제의해 오는 제반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의 체면이나 모양새가 매끄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최고위급의 북한 조문단을 내려보내면서 최고의 예우로 조문하라는 김정일 국방의원장의 의중을 잘 파악해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은 김대중 정권의 최대 수혜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여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햇볕정책으로 끊임없이 북한을 도왔다. 김대중 정권의 정책을 이어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북한을 고립시키지 않으려고 애쓴 건 주지의 사실이다.그러나 현재 남한과 북한 사이에 흐르는 기류는 냉랭하다. 개성공단 근로자 납치사건과 연안호 사건을 거치면서 굳어질대로 굳어진 남북한 관계는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런 정국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였으니 북한으로서는 이를 활용하여 꼬인 정국을 풀어가고자 계산에 넣을 법도 한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의 표시로 조문단도 보내고 이를 기화로 정부당국과 대화를 통한 지원책도 모색해 볼 것이란 추측은 그래서 가능한 것이다. 조문단은 귀환일정을 미루고 남측 정부관계자들과 면담을 함으로서 그러한 추측에 확신을 심어 주었다.

지금 김정일 위원장은 남한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정부당국자에게 직접적으로 구애는 하기 싫고 그렇다고 가만 있다가는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을 풀기도 어려운 판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함으로서 절호의 찬스를 잡은 것이다. 그래서 최고위급 조문단을 내려 보내면서 김정일 위원장 자신의 의중을 실어 남한 당국과 모종의 거래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김정일 위원장의 입장이 상당이 급박한 상황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대내외적으로 꼬여가는 상황을 헤쳐 나가지 못하면 가뜩이나 건강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고 사면초가로 몰릴 것이 뻔하므로 남북한 관계를 먼저 풀어냄으로서 자연스레 국제적 관심사를 불러일으키고 이걸 이용하여 미국과의 대화도 유리하게 이끌어 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김정일 위원장이 답방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어차피 현 정권을 만나러 오는 것이 아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문하러 오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깜짝쇼로 영결식장에 나타나서 자연스레 이명박 대통령을 조우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깜짝쇼에 관한한 김정일 위원장의 전매특허이므로 우리 정부가 너무 매몰차게 굴지 말고 조문단의 요구사항도 들어주고 큰 형으로서의 너그러움도 보여주며 화해분위기를 끌고 나가면 김정일 위원장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 깜짝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설사 김정일 위원장이 이번에 내려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너그러운 모습을 한번 보여줌으로서 김정일 위원장의 전략대로 이끌려 다니지 않고 오히려 공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넘겨버리는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북한조문단의 여러 가지 요청에 대해 제때에 확답해 주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 좀 통 크게 자리를 마련해주는 건 어떨지? 어차피 조문을 온 사람들이고 저들이 무언가 더 아쉬어 매달릴 때 슬쩍 자리를 내주는 것도 협상의 지혜가 아닐까?

김정일 위원장으로서는 지금이 답방의 절호의 찬스다. 바꾸어 말하면 김정일 위원장을 답방하게 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일은 우리 정부가 해야 한다. 워낙 깜짝쇼를 잘하는 김정일 위원장이니만큼 이번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 김정일 위원장이 깜짝 방문하게 명분을 주는 건 어떨까 ?

모든 역사는 가능성 제로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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