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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는 임기 없는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

[현장] 광주 금남로 시민 3000여 명 모여 추모문화제... 참배객은 줄지 않아

등록|2009.08.22 23:12 수정|2009.08.23 22:13

▲ 80년 오월, "김대중을 석방하라"는 광주시민들의 집회가 열렸던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 22일 저녁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대회'가 열렸다. ⓒ 이주빈


지선 스님 "김대중 선생님과 우리는 하나였다"

22일 저녁, 1980년 "김대중을 석방하라"는 외침으로 넘쳤던 광주 금남로에 <목포의 눈물>이 울려 퍼졌다. 이젠 군부독재에 사로잡힌 몸이 아닌 죽음의 포로가 돼버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해 광주시민들은 쓴 눈물을 삼키며 그와 그들의 애창곡을 부른 것이다.

고 김 전 대통령의 국장을 하루 앞두고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선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광주전남 시·도민 추모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은 시민 약 3000여 명이 자리를 지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지막 분향을 하기 위해 옛 양영학원 자리에서부터 석 줄로 약 1km 늘어진 추모행렬을 합산할 경우 참여 연인원은 1만 명이 넘어갈 것이라고 한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차량통제를 위해 우리가 오후 5시부터 이곳에 있었는데 밤 10시가 다돼가는 지금까지 줄이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추모대회는 1부 추모의례와 2부 추모문화 행사로 진행됐다. '고 김대중 대통령 광주전남 추모위원회' 추모위원장 지선 스님은 추도사에서 "선생님과 우리는 하나였다"며 "선생님께서는 무엇이 된다기보다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셨다"고 회고했다.

지선 스님은 또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이 말씀처럼 김대중 대통령님의 생애와 철학을 가장 분명하게 표현해주는 말이 달리 있겠냐"면서 "님의 생애는 살아있는 모든 이들의 삶이며 생명이고 가장 아름다운 역사가 됐다"고 추도했다.

박광태 광주광역시장은 '시민에게 드리는 감사의 말씀'을 통해 "지난 달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만 하더라도 그 굳은 의지로 훌훌 털고 일어서실 줄 알았는데 정녕 믿을 수 없다"며 "이제 누가 있어 흐트러진 마음을 하나로 감싸주며 따뜻하게 보살펴주겠냐"고 비통한 심경을 드러냈다.

동교동계로 정치에 입문하고 성장한 박 시장은 "비록 우리 곁을 황망히 떠나시지만 우리는 대통령님이 못다 이루신 뜻을 받들어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넘치고 자유가 들꽃처럼 피어나는 세상'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 두 전직 대통령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던 예서 전남도청 앞에 나란히 걸려있는 두 전직 대통령의 추모 펼침막.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 두 전직 대통령의 평소지론이 눈에 띈다. ⓒ 이주빈


가수 김원중 "DJ의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여러분'만 진정성 느껴져"

문병란 시인은 조시(弔詩)를 통해 "10년 전 그 승리의 자리에서/다시 찾은 10년의 민주승리를 안고/꺼져가는 불씨 다시 봉화 올린/노무현 대통령 그 눈물 적시어/오늘은 또 통일대통령 영결식을 올립니다/대통령 중의 대통령/임기가 없는 영원한 우리의 민주대통령/김대중, 그 이름 석자/바로 우리의 깃발이 되게 하소서"라고 추모의 노래를 바쳤다.

저녁 8시 45분부터 시작된 추모문화 행사는 추모영상 상영과 노래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특히 가수 장용주씨가 "한 맺힌 우리의 노래 <목포의 눈물>을 함께 부르자"며 선창하자 시민들은 일제히 입을 맞춰 함께 부르며 고 김 전 대통령과의 각별했던 인연을 회상했다.

금남로 촛불집회 등에 늘 함께 하며 민중성과 현장성을 체득한 가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수 강형원씨도 무대에 올라 "민주주의가 위기인 시대에 김대중 대통령님을 떠나보내게 됐다"며 <타는 목마름으로>를 열창했다.

광주를 대표하는 공연놀이패 '신명'의 추모공연이 끝나고 추모문화의 마지막은 가수 김원중씨가 장식했다. 그는 '광주정신을 이어가는 가수'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모든 대통령들이 국민들을 부르면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이라고 말하는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외에는 이 말에서 진정성을 느껴볼 수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세계 200여 나랑 중에서 우리나라만이 유일한 분단국가"라고 상기시키고 "다른 나라는 대부분 걸어서나 차를 타고 이웃나라를 방문할 수 있는데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원대한 꿈을 보여주신 분이 바로 고 김 전 대통령"이라고 확인했다.

김원중씨는 자신의 대표곡 중 하나인 <직녀에게>와 고 김 전 대통령이 평소 좋아했던 <우리의 소원> 등을 시민들과 함께 불렀다. 그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추모문화 행사는 밤 10시 30분 무렵 모두 끝이 났다. 그러나 옛 전남도청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태극기를 흔들거나 박수를 치며 <목포의 눈물>을 함께 부르고 있는 시민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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