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하면오어사와 포철이다 ⓒ 김찬순
나에게 포항은 남다르지 않는 도시이다. 30대 초반 나는 포항에서 근무했다. 포항 제철이 건립된지 몇 년 되지 않은 시절이라 포항은 아주 볼품 없는 군사 도시이자 어촌 마을이었다.
그런 만큼 내게 포항에 대한 이미지는 포항 호미곶에서 구룡포 해수욕장 사이에 즐비한 과메기 덕장 풍경이 전부였다. 이는 어쩜 나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항하면 떠오르는 것은, 오어사(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34번지)와 포항의 해수욕장들과 포항과메기와 포항의 명물 시원한 물회 맛일 것이다.
과메기란 이름의 유래는,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모양새에서와, 새끼로 꼬아 엮어 맺었다는 의미의 '꽈배기'에서 유래했다는 얘기도 있다. 포항은 어획이 많은 고장이다. 그래서일까 포항 오어사의 설화도 물고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 오어사 ⓒ 김찬순
신라시대의 고승 원효 대사와 혜공 대사가 이곳 오어사에서 수도를 하였는데 그들은 법력으로 개천의 고기를 생환토록 하는 시합을 하였는데,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살아 힘차게 헤엄치자,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살아 힘차게 헤엄치자, 이때 살아 움직이는 고기가 서로 자신이 살린 고기라 하여, 이때부터 오(吾), 고기 (魚)를 써서 오어사가 되었다고 전한다.
▲ 오어사대웅전 ⓒ 김찬순
오어사 대웅전은 경북 문화재 제 88호이다. 오어사는 신라 진평왕 때 처음 건립한 것으로 전한다. 현재 건물은 조선 영조 17년(1741)에 중건된 것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다포 형식의 팔작집이다. 대웅전은 석가모니를 모신 주법당으로, 조선 영조 17년(1741년)에 중건한 것이다.
자연석을 다듬은 5단의 화강석 주초를 한 겹처마 다포집으로, 공포를 3출목으로 장식하고 연꽃무늬의 단청이 특이하다. 천장에는 섬세한 양각 아래 두 마리의 학이 있어 천상세계를 상상케 하기 충분하다. 경사가 낮은 처마선에 약간의 반전을 두어 매우 화려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오어사의 유물전시관 안에 이 절의 대표적인 유물인 오어사 동종과 원효대사의 삿갓이 보관되어 있고, 오어사 사찰은 운제산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오어지의 푸른물이 장관을 이루고 있고, 기암절벽 위에는 자장암 및 오어사 서쪽의 원효암 등이 있다.
▲ 오어지신라 4대 성지 ⓒ 김찬순
▲ 신라 4대사찰, 오어사 ⓒ 김찬순
운제산의 품에 안긴 듯한 오어사는, 용이 감싸고 있는듯한 호수와 기암절벽이 한폭의 산수풍경화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유서 깊은 오어사는 신라 4대 조사를 배출한 성지이기도 하다.
이 절은 신라 26대 진평왕(579∼632)대에 창건되었다. 처음에는 항사사(恒沙寺)라 불렀으나 원효대사와 혜공선사의 법력(法力) 시합으로, "오(吾)자와 고기어(魚)자를 써서 오어사(吾魚寺)라 이름 불리고 있다.
오어사에 유명한 보물은 유물전시관의 동종이다. 이 동종은 신라시대 종의 형태를 하고 있는 고려 범종으로, 종의 꼭대기 부분에 종을 매다는 역할을 하는 용뉴와 소리의 울림을 도와주는 용통이 있다. 또한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종을 치는 곳인 당좌를 따로 둔 것도 특징이다.
고려 고종 3년(1216년)에 주조된 오어사 동종은 1995. 11. 16 오어사 상류준설 작업중 굴삭기 기사 이욱형씨가 발견하였는데, 보존상태가 양호한 고려 동종으로서 우수한 작품으로 알려진다.
▲ 운제산의수려한 경관, 자장암에 오르면 자연경관이 뛰어나 각지 사진작가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 김찬순
▲ 오어사 오면다녀가야 하는 ⓒ 김찬순
1
오어사에 가려면
포항에서 한참 놀아야 한다.
원효가 친구들과 천렵을 즐기던 절에 곧장 가다니?
바보같이 녹슨 바다도 보고
화물선들이 자신의 내장을 꺼내는 동안
해물잡탕도 먹어야 한다.
잡탕집 골목 허름한 술집에 들어가
그곳 특산 정어리과(科) 생선 말린 과메기를
북북 찢어 고추장에 찍어 먹고
금복주로 입 안을 헹궈야 한다.
그에 앞서 잡탕집 이름만 갖고
포항 시내를 헤매야 한다.
앞서 한번 멈췄던 곳에 다시 차를 멈추고
물으면 또 다른 방향,
포기할 때쯤 요행 그 집 아는 택시 기사를 만난다.
포항역 근처의 골목 형편은
머리 깎았다 기르고 다음엔 깎지도 기르지도 않은
원효의 생애만큼이나 복잡하고 엉성하다.
2
허나 헤맴 없는 인간의 길 어디 있는가?
무엇이 밤 두시에 우리를 깨어 있게 했는가?
무엇이 온밤 하나를 원고지 앞에서 허탕치게 했는가?
석곡란에 늦은 물 주고,
밤이 하얗게 새는 것을 보게 했는가?
3
포항서 육십 리 길
말끔히 포장되어 잇다.
하늘까지 포장되어 있다.
너무 부드럽게 달려
마음의 밑바닥이 오히려 벗겨진다.
허나 마음 재 덜컹거리기 전에
오른편에 운제산이 나타나고
오어호(湖)를 끼고 돌아
오어사로 간다.
4
가만!
호수 가득
거꾸로 박혀 있는 운제산 큰 뼝대.
정신놓고 바라본다.
아, 이런 절이!
누가 귓가에 속삭인다.
모든 걸 한번은 거꾸로 놓고 보아라,
뒤집어놓고 보아라.
오어사면 어떻고 어오사(魚吾寺)면 어떤가?
혹 절이 아니면?
머리 쳐들면 또 깊은 뼝대.
5
원효 쓰고 다녔다는
잔 실뿌리 섬세히 엮은 삿갓 모자의 잔해,
대웅전에 한구석에서 만난다.
원효의 숟가락도 만난다.
푸른색 굳어서 검게 변한 놋 녹.
다시 물가로 나간다.
오늘따라 바람 한점 없이 고요한 호수에선
원효가 친구들과 함께 잡아 회를 쳤을 잉어가
두셋 헤엄쳐 다녔다.
한 놈은 내보란 듯 내 발치에서 고개를 들었다.
생명의 늠름함,
그리고 원효가 없는 것이 원효 절다웠다.
<오어사에서 원효 만나다>-'황동규'
▲ 오어사의 전설, 원효대사와 ... ⓒ 김찬순
▲ 원효암가는 길 ⓒ 김찬순
등산로를 이용하는 등산객 등을 위해 오어사 후문 주차장에서 원효암으로 가는 등산로를 이용하는 불편 해소를 위해 얼마전에 만들어진 현수교(출렁다리)를 건너가면서, 나는 황동규 시인의 '오어사에서 원효 만나다' 시를 떠올렸다.
이 시 한편으로 오어사를 읽으면 오어사를 다 아는 듯 노래할 수 있겠다는 생각말이다.
▲ 산수의 경관이뛰어난 오어사 ⓒ 김찬순
덧붙이는 글
오어사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 경주IC - 포항 - 31번국도 - 청림동 청림초등학교 앞 삼거리 - 14번 국도 오천읍 방향 - 문충리 - 오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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