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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들이 천막농성을 벌인 까닭

울산시, 갑자기 활동보조 예산 중단 통보... 장애인 "손발 자르는 것"

등록|2009.08.24 15:17 수정|2009.08.24 15:25

▲ '인식을 바꾸는 사람들' 김동형 대표(오른쪽 세번 째 흰색 옷) 등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 시사울산



울산지역 중증장애인들이 지난 17일부터 울산시청 앞 노상에서 활동보조금 지원 중단 철회를 요구하며 23일까지 천막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휄체어를 이끈 채 낮에는 땡볕 아래, 밤에는 모기와 싸우면서 24시간 농성을 이어갔다. 어찌된 일일까?

갑자기 활동보조인서비스 중단 통보

"1회성 이벤트 축제에는 수백억원씩 쏟아붙는 울산시가 그런 금액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장애인의 활동보조금에는 인색하니 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휠체어에 앉아 천막 농성중이던 '인식을 바꾸는 사람들' 김동형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월 31일, 장애인들은 울산시 사회복지 담당자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전화를 받았다. 8월 1일부터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 지원비가 중단된다는 것이다.

장애등급 1~2급이거나 여러 장애를 함께 가진 3급 정신지체·발달장애인 등을 중증장애인이라 하는데, 이들에겐 지난 2007년부터 활동보조인의 예산을 지원하는 서비스제가 시행됐다.

이들 중 1급 장애인에게는 국비와 지자체 예산으로, 2~3급 장애인에게는 지자체 예산으로 활동보조인에 대한 예산이 지원됐는데, 울산시가 예산 고갈을 이유로 2~3급 장애인의 활동보조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것.

장애인들은 7월 31일 밤 울산시청으로가서 담당자 면담을 요청하며 밤을 세웠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인식을 바꾸는 사람들' 김동형 대표는 "이날이 금요일이라 다음날부터 공무원들이 휴무인데 정말 큰일이다 싶어 그날밤 시청으로 자총지종을 들으러 갔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은 이틀뒤인 8월 3일 울산여성회, 장애인인권운동연대 등의 도움을 받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사실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 중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고, 연일 농성을 하다 어렵사리 울산시 복지여성국장과 면담이 성사됐지만 역시 "예산이 없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장애인들은 급기야 8월 17일부터 천막농성을 하기 시작한 것.

▲ 지난 22일 울산시청 남문 앞에 설치된 중증장애인들의 천막농성장 ⓒ 시사울산



김동형 대표는 "활동보조서비스는 장애인들의 손과발인데, 이 예산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우리 보고 죽으라는 말과 같다"며 "울산시장이 예산을 확보해 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장애인들이 지난달 31일 울산시청에서  항의하는 과정에서 계란투척 등을 한 것을 문제 삼은 울산시로부터 고소고발 당하기도 해 이중삼중의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김동현 대표는 "울산시가 되레 장애인들이 폭력 행위를 했다고 사과를 요구하고 고소고발까지 했다"면서 "휠체어를 탄 우리가 무슨 폭력을 행사하겠나"고 되물었다.

울산시 "검토하겠다" 일부 전환 시사

중증장애인들의 활동보조서비스 신청 등을 대행하는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따르면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점과 관련, 울산시 사회복지과 담당계장은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예산이 올해 2억5500만원 책정됐는데 7월까지 모두 소진해 예산이 고갈됐다"면서 "서비스 신청을 하는 장애인 수가 늘었기 때문에 예산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애인인권단체 등은 다른 시각에서 이 문제에 접근한다. 그동안 복지서비스 혜택 접근 자체가 어려웠던 장애인들이 시민단체들의 홍보를 통해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조금씩 눈을 뜨는 단계며 이 예산은 대폭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여성회 홍경미 활동가는 "활동보조인 서비스 신청 증가 현상은 그동안 이 제도를 몰라서 이용 못했거나 장애인시설 등에서 지내던 장애인들이 인권단체 등의 영향으로 참여를 원하고 있는 것"이라며 "울산시가 예산을 더 많이 확대해 많은 장애인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중증장애인들이 주거복지 대책을 아울러 호소하고 있는 데 대해 "탈시설하는 장애인들이 막상 갈곳이 없어 막막한 처지에 놓였다"면서 "울산시가 임대주택 우선 배정 등 주거 대책을 아울러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장애인자립센터에 따르면 활동보조인 이용자 및 예상자는 1급의 경우 1월 24명, 2월 26명, 3월 33명, 4월 36명, 5월 42명 6월 47명, 7월 57명이었고, 8월 64명, 9월 71명, 10월78명, 11월 85명, 12월 92명으로 점점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하반기 예산 중단이 통보된 2~3급의 경우 1월 53명, 2월 46명 3월 51명, 4월 50명, 5월 48명, 6월 51명, 7월 55명이었는데, 하반기에는 8월 60명, 9월 65명, 10월 70명, 11월75명, 12월 80명 등으로 상반기 보다 더 증가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하반기부터 예산이 중단되면 많은 장애인들의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 22일 <오마이뉴스> 취재 후 울산시 복지여성국장은 23일 중증장애인들과 만나 예산 마련을 하겠다고 밝혔고, 장애인들은 일단 23일부터 천막농성을 해제한 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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