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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터 지바고'가 '비달삼순'에서 머리하다

엄지뉴스 응모 중간결산... 열흘간 100여 건 응모

등록|2009.08.24 17:40 수정|2009.08.24 17:51

면사무소에서 라면을 판다고?월미도에 있는 한 라면 전문 음식점 이름이 '면사무소'. 재치가 넘치는 간판이다. (이 사진은 휴대전화 4860님이 엄지뉴스 #5505로 전송한 간판 응모 엄지입니다.) ⓒ 엄지뉴스


TV 광고는 '15초의 미학'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거리에서 만나는 거리 간판 광고의 미학은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뭐, 굳이 정의 내리지 않더라도 거리를 지나다가 한 번 봤을 때, 다시 고개를 돌리게 하면 잘 만든 간판이 아닐까.

아니다. 단지 한 번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간판은 바로 간판을 보고 나도 모르게 '아! 이건 뭐야?' 하고 바로 휴대전화 카메라나 가방 안에 든 디지털 카메라를 들이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 최고는 <엄지뉴스 #5505>에 전송한 간판이 아닐까!

그래서 <엄지뉴스 #5505>에서는 엄지족들에게 최고 중의 최고 간판을 보여달라고 했다. 지난 14일부터 당신에게 말을 건 간판 공모를 받고 있다. 그랬더니, 지난 열흘간 <엄지뉴스 #5505>로 무려 100여 개의 간판 공모 엄지뉴스가 들어왔다.

지금부터 공모 <'간판'이 내게 말을 거네∼> 중간 결산 소식을 전해드리겠다.

☞ [엄지뉴스 '간판' 응모 엄지 바로가기]

우리가 짝퉁이라고? 아니야, 이건 바로 '언어 유희'의 진수

▲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 간판일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눈에 팍 들어오지 않나. (이 사진은 부엉이님, 안소희님, '5910'님, '8468'님께서 엄지뉴스 #5505로 보내주신 사진입니다.) ⓒ 엄지뉴스


거리엔 간판이 넘쳐난다. 저마다 자신을 알리기 위한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거리 간판의 세계, 이곳에서 살아남는 법은 '평범하지 마라'는 것이 진리. 자, 보자!

"닭도날드", "아디닭스", "닭큐멘타리", "닭스", "닭터 지바고", "닭치거라"….

이게 뭘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척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공통점은 바로 '닭'이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랑 받는 음식 중에 하나인 '닭'과 관련된 음식점 간판 업계의 몸부림은 처절(?)할 정도로 치열했다.

혹자는 '짝퉁' 콘셉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짝퉁이라고 하기엔 그것을 넘어선 '언어 유희'의 미학을 담고 있다. 어쩜 이렇게 기발할 수가!

과연 이보다 더 좋은 카피가 있을까.

우린 '진정성'으로 승부한다


▲ 진정성과 순수성, 단순성으로 호소(?)하는 간판들이 때로는 우리를 즐겁게 한다. (이 사진들은 엄지뉴스 #5505로 9625님, 4797님, 대나무, 노노노, 채연만세, 삐딱이님께서 올려주신 간판 응모 엄지입니다.) ⓒ 엄지뉴스



'돈 벌면 간판 단다'는 주인, 매점 옆으로 돌아가라는 '정든식당', 손수 글씨 쓴 것 같은 '자전차' 간판, 정말 '무허가'일까 하는 배짱으로 장사하는 술집, 싼집을 찾다 못 찾아서 직접 차린 '싼집', 그리고 인터넷이 끊겨 직접 차린 PC방까지….

톡톡 튀고자 꾸밈이 들어간 간판들 사이에서 때로는 꾸미지 않는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하는 간판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도 한다. 바로 진정성과 순수성, 단순성으로 호소(?)하는 간판들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아리송해? 그럼 한 번 와봐!

때론 소비자들에게 간판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건 뭐 수수께기도 아니고…. 아리송한 메시지를 전달해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관심법. 그 간판의 세계는 이렇다.

▲ <밥집이야, 술집이야?> <극장이야, 식당이야?>. 떄로는 간판이 소비자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 사진은 엄지뉴스 #5505로 꾸마님과 5893님이 보내주신 간판 응모 엄지입니다.) ⓒ 엄지뉴스

업계 간판 중 미용실 간판도 참 재미있는 곳 중 하나. "까꼬보꼬", "가위손", "헤어드레서" 등 이미 톡톡 튀는 미용실 간판을 많이 만나봤을 것이다. 숨어있는 미용실 간판도 한 번 구경해보시길….  

▲ 미용실, 이용실 간판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있는 간판 메뉴. 엄마는 비달삼순에 가고, 아빠는 아빠이용소엑 가고, 내 머리에 무슨 일이 생길지 궁금한 곳. 그리고 김기사 사모님도 '영선'이 집에서 머리 한답니다. (이 사진들은 엄지뉴스 #5505로 종이컵, 한빛, 4014, 노노노님께서 보내주신 간판 공모 엄지입니다.) ⓒ 엄지뉴스



비비디 바비디 부∼ 생각대로 하면 되고∼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 유홍준 교수가 말했던가. "아는 만큼 보이다"고. 하지만 나는 말한다. "간판은 읽는 만큼 보인다." 바로 그냥 생각대로 하면 된다. 이것 또한 간판을 재미있게 보는 법.

▲ 외국어 간판은 읽는대로, 생각대로 해석하면 재미있다. 맨 위 엄지(NY님)는 "엄마 미안해, 문신할게"로 읽을 수 있고, 두 번째 엄지(새숨님)는 아빠가 "벌레손!"이라고 읽어 가족들을 재미있게 했다고 한다(이상 미국에서 보내온 엄지). 맨 아래 엄지 두 개(소리소문님)는 "여기 오는데 그리 멀디?" 하고 묻더니, "치아라~" 하고 호통치는 듯하다. (위 사진은 #5505 엄지뉴스 간판 공모 엄지입니다.) ⓒ 엄지뉴스



이외에도 신발보다 싼 자동차 타이어를 파는 집 주인인 "내 나이 30살~~!! 장가 좀 가게 도와주세요!!" 하는 호소 간판, 대운하 바람을 탄 '대운하 매운탕'집, '달.com'한 가게, 대구의 김제동씨 집인 줄 착각할 수 있는 제동상회-재동슈퍼 등 정말 다양한 간판들이 엄지뉴스에 들어왔다.

엄지족들이 보낸 간판 엄지를 보면, 간판의 세계는 단순히 상품을 전달하려는 홍보의 개념만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무수히 많은 문자와 기호, 그림으로 뒤덮인 무수히 많은 간판들 사이에서 톡톡 튀는 생명력이 담긴 '재미'를 주는 간판을 만나면, 거리 간판의 세계에 나름대로 간판의 미학이 있음을 깨닫는다. 간판, 너희들의 끝은 어디냐!

자, 휴대전화나 디지털 카메라를 손에 쥐고 거리를 나가보자. <엄지뉴스 #5505> 공모 "간판이 내게 말을 거네∼" 공모는 오는 26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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