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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용병 출신 조 중사'는 과연 진짜 살인범인가!

2005년 11월 필리핀 마닐라 살인사건 용의자 '조광현'씨 구명운동 일어

등록|2009.08.25 11:36 수정|2009.08.25 11:36

▲ 조광현씨가 프랑스 용병으로 9년간 복무하였는데 5년 차 정도에 찍은 기념사진. ⓒ 조광현 구명운동본부

지난 2005년 11월 25일 새벽 5시경 필리핀 마닐라의 한 콘도에서 총기를 이용한 강도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당시 콘도에 거주 중이던 한국인 여자와 필리핀인 여 가정부 두 명. 이 가운데 필리핀인 여 가정부는 살해 되었다.

피해물품은 소형금고와 볼보 승용차 열쇠 등이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조광현씨(당시 31세. 1975년생). 그를 가해자로 지목한 사람은 피해자 중 한 사람인 한국인 J(여)씨.

J씨는 자신의 콘도에 침입한 강도살인범이 바로 조씨라며 지목했던 것.

조씨는 사건 발생 몇 시간 후인 2005년 11월 25일 오전 10시경 필리핀 니노이 아퀴노 국제공항에서 살인강도로 체포되어 지금까지 약 3년 8개월간을 마닐라 구치소에 미결수로 구금되어 있는 중이다. 

그의 사건번호는 05-240654-55. 죄목은 강도살인및 차량절취 혐의다.

하지만 살인사건으로 체포된 조씨에 대해 그가 살인범이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현지 교민사회를 중심으로 그에 대한 구명운동이 펼쳐지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조씨에 대해 현지 법원이 '뚜렷한 증거를 검사가 제시하지 못한다면 오는 9월 11일 보석을 허가하겠다'고 언급해 그가 오는 9월 11일 재판에서 보석을 허가 받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조씨 사건과 관련 현지 교민사회에서는 한 카페를 중심으로 그의 무죄를 주장하며 보석금 마련을 위한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예상되는 보석금은 20만페소( 한화 약 516만원). 지난 8월 24일 현재 이들 카페회원들을 중심으로 약 7만 5천페소( 한화 약 196만원)가 모이기도 했다.

이들 회원들은 모금운동을 비롯해 그가 지난 4년여간 구금된 채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적절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했다며 변호사가 포함된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지원단을 구성해 그를 돕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8월 9일과 15일 두 번에 걸쳐 마닐라 구치소를 방문해 그를 면회하기도 했다.

조씨의 구명운동을 주도적으로 펼치면서 그를 직접 면회하는 등 진상규명에 앞장서고 있는 이 카페 회원인 아이디 'Mr권'과 '민병문'씨, 그리고 'andyboy' 등이 조씨의 재판기록, 조씨 면회, 그리고 조씨의 변호사 진술 등을 통해 파악한 살인사건은 다음과 같다.

조광현씨는 어떻게 해서 살인사건에 연루가 되었는가

조광현씨(당시 31세)는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친 후, 프랑스에서 용병으로 9년간 복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후 필리핀 마닐라에서 카지노 관련 사업을 하는 한국인 여사장 J씨가 투자자를 유치할 때 알게 되었으며 2005년 9월경 J씨에게 8만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물론 그의 신변 보호도 맡았다는 것.

하지만 그해 9월경부터 시작된 조씨의 필리핀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여사장 J씨가 사업부진을 이유로 들며 배당금이나 급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그는 12월 4일 한국에 있는 동생 결혼식에 다녀오고자 마음 먹었다.

조씨는 여사장 J씨에게 여비지원을 부탁했고 출국 당일인 11월 25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여사장은 출국 하루 전인 24일부터 연락이 되지 않았다. 달리 방법이 없던 조씨는 24일 밤 카지노를 출입하는 한 손님으로부터 돈을 빌렸고, 다음날인 11월 25일 오전 출국하려다가 마닐라 공항에서 살인용의자로 체포된 바 있다.

여사장 J가 자신의 콘도에서 살해된 가정부의 총기살해범으로 조씨를 지목했기 때문. 하지만 이때부터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조씨를 체포한 것은 현지 경찰이 아닌 전직 경찰이었다는 여사장의 운전사를 포함하여 경찰을 자칭하는 괴한들이었기 때문.

이들 일행은 조광현씨를 권총으로 위협하면서 수갑을 채웠다. 수갑을 채운 후 이들이 조씨를 데려간 곳은 경찰서가 아닌 조씨가 거주하던 콘도였다. 이들은 조씨를 문 밖에 세워둔채 뭔가를 찾는 듯 집안 곳곳을 수색했다.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무엇인가를 찾지 못하자 다시 한번 알 수 없는 장소로 조씨를 끌고 갔다. 이곳에서 이들은 조씨의 손목과 발목에 수갑을 채운 상태로 약 7시간에 걸쳐 각목 등으로 무자비하게 린치했다. 각목과 권총 손잡이 등으로 폭행하면서 조씨가 기절했다가 깨어나면 다시 때리는 수차례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백을 강요했다. 이들은 이처럼 무자비한 폭행을 가한 뒤 조씨를 경찰에 넘겼던 것.

체포된 후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에서 보호 받지 못한 조광현씨

여사장 J씨 등에 의해 필리핀 경찰에 넘겨진 조광현씨의 수사과정은 정상적이지 못했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사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영문 조서가 꾸며진 후, 조서 서명을 거부하는 조씨를 경찰은 수갑 찬 손을 끌어 억지로 지장을 찍게 했다는 것.

이 과정에서 조씨는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통역을 제공 받았어야 하나 전혀 조력을 받지 못했다. 경찰서에 구금된 조씨와 관련된 사건을 통보 받은 필리핀 주재 대사관 영사가 방문 접견했다. 하지만 보기에도 외상이 있는 등 고문을 당한 흔적이 역력함에도 해당 영사는 누구에게 맞았는냐는 질문만 한 후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돌아갔다. 결국 조씨는 수사과정에서 만난 지 3개월된 필리핀인 아내의 손짓발짓을 통한 도움을 받았을 뿐이다.

재판과정도 마찬가지였다. 변호사를 수임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역이 없어서 재판에 상정조차 못한 채 고발인의 일방적인 조서 작성에서부터 증인 채택 등의 불평등하고 불리한 상황에 대해 변변한 항변의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다는 것.

이들은 이 같은 수사과정의 미흡함과 재판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은 점을 들면서 조광현씨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혐의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첫째. 총기살인 사건 수사의 기본수칙인 손과 의복에 대한 총기화약 반응 검사를 하지 않은 점. 또한 손이나 의복, 신발 등에서 혈흔조차 발견된 사실이 없는 점. 그리고 증거물로 제시된 총알이 총에서 전혀 발사된 적이 없는 새 총알이라는 점.

둘째. 관통상을 입은 사체 주변의 핏자국이 튄 것이 아니라 흘러서 생긴 모양인 점. 집안 어디에서도 총알이 닿은 흔적이 없는 점. 사체가 누군가에 의해 쇼파에 누인 듯한 자세로 발견된 점. CCTV 등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물이 확보되어 있지 않은 점.

셋째. 필리핀에 투자를 한 상태에서 동생 결혼식 참석 후에 필리핀으로 돌아와야 할 조광현씨가 계획적으로 총을 준비하여 메이드를 살해할 만한 이유가 없다는 점과, J씨가 집에서 도난 당했다는 자신의 롤렉스 시계와 목걸이 등이 사실은 조광현씨의 소유로 퀘죤과 말라떼에서 각각 구입한 모조품 롤렉스 시계와 목걸이라는 점.

넷째. 사건 다음날 살해 된 가정부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나타나 항의나 보상 요구도 없이 즉시 시신을 인출해 간 뒤 종적을 감춘 점.

다섯째. 차량을 도난 당하였고 도주 후 한적한 곳에 버려졌다던 차량은 J씨가 거주하는 콘도 옆 공터에 주차되어 있는 등 J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결여된 점 등을 들면서 조씨가 이 살인사건의 범인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필리핀 교민사회... "결정적 증거 없는 조씨에게 최소한의 기회 주자"

조광현씨에 대한 구명운동은 현재 '필카페24' (www.philcafe24.com)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필카페24'는 필리핀 교민을 상대로 한 사이트다. 교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보석금만 지난 24일(월요일) 현재 약 7만 5천페소(한화 193만원)에 달한다.

조씨에 대한 구명운동을 앞장서 펼치고 있는 아이디 'Mr 권'은 "지금 우리가 '조중사(조광현) 구하기' 모금운동을 하는 것은 그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논하기 전에 최소한의 적법한 재판절차와 항변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3년 8개월 동안을 갇혀 있는 일이 우리에게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되겠다는 늦은 자성을 우리가 함께 나누자는 것이다"며 그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계속해서 "보석의 기회가 주어지는데도 우리가 외면을 한다면 우리가 또 다시 그를 감옥에 가두는 행위와 다름없는 직무유기와도 같다고 할 것"이라면서, "살인사건의 경우임에도 판사가 보석을 허락한다는 의미는 '도주나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이며 다른 말로는 그가 우리 겉으로 와서 우리와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필카페 24를 중심으로 조씨에 대한 구명운동이 일어나자 한인총연합회도 지난 7월 29일 공식입장을 밝혔다. 필리핀 한인 총연합회 사건사고 담당 부회장 정하영씨는 이 카페에 올린 글을 통해 "저희 한인 총연합회에서는 이번 조광현씨의 보석을 위한 모금운동에 공식적으로 적극 참여할 것"이라면서 "단지 몸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것 또한 조광현씨가 입은 큰 상처에 위안이 될 것이다", "우선, 보석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또 다시 이런 사건으로 인하여 교민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없게끔 한인회는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인총연합회는 계속해서 "유죄 또는 무죄를 논하기 전에 같은 대한민국의 동포로써, 이런 뜻 깊은 일을 시작해 주신 데 대하여도 감사 드린다"며 구명운동을 전개한 이 카페 회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한편 주 필리핀 한국 대사관은 이 카페 회원과 한인회 간부들과의 면담에서 "필리핀의 재판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는 대사관이나 영사가 개입할 수 없고 의사표시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외교적인 문제가 있음을 양해해 달라"면서도, "조광현씨가 석방될 경우에는 이민국 문제나 여권문제를 비롯하여 있을 수 있는 여러가지 애로사항에 대해서 편의와 인권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구명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아이디 'Mr, 권'은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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