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은 장관 몰래 보고, 장관은 청와대에 항의
이중 하극상?... 국방부 장·차관 갈등 '일파만파'
▲ 이상희 국방부장관 ⓒ 남소연
이상희 국방장관이 내년도 국방예산 삭감에 강력 반발하는 서한을 청와대 등에 보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장관은 특히 서신에서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장수만 차관이 하극상을 했다며 강도 높게 질타, 일파만파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이 장관은 서한에서 "지난 7월 9일 2010년 예산안을 전년 대비 7.9% 증가한 30조 7817억원으로 편성해 제출했으나 관련 부처에서 3.8% 증가로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국방예산안이 애초 편성안보다 줄어든다면 국방개혁기본계획 수정안을 실행하는 내년부터 당장 국방개혁 청사진을 펼치는 데 상당한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또 "대통령이 결심하시면 군은 복종하고 시행하지만 결정하시기 전 군의 현실을 인식해 주시길 바란다"며 "군의 전력증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에 국방예산이 감액된다면 군 내뿐 아니라 예비역들의 반발도 예상된다"고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 장관의 서한은 전례를 찾기 힘든 대단히 강도 높은 행동으로, 일각에선 이 장관이 개각을 눈앞에 둔 미묘한 시점에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차관의 예산삭감안 청와대 독자보고... 이상희 "하극상" 격노
▲ 장수만 국방부 차관. ⓒ
또 다른 일각에서는 4대강 사업 강행에 따라 예산삭감이 민생예산, 지역SOC예산에 이어 국방예산까지 깎이는 상황으로 치닫는 데 대한 군 등 보수진영의 반발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당초 2020년까지 621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참여정부의 국방개혁기본계획 예산을 599조원으로 줄여 군의 불만을 산 바 있다. 그러나 줄인 계획대로 하더라도 2020년까지 연평균 7.6%의 국방예산 증가가 요구된다.
특히 이 장관은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장수만 차관이 애초 11.5% 증가토록 편성된 방위력개선비를 5.5%가량 줄이는 안을 만들어 자신에게 사전보고 없이 청와대에 독자적으로 보고한 데 대해 '하극상'이라며 격노했고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재정부처 출신 차관의 부임으로 안정적인 국방예산 확보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는데 내부에서 상당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취임한 장 차관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선거공약과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경제관료 출신이어서 '실세 차관'으로 통한다.
장관 서한과 관련해서 김병기 청와대 국방비서관은 이상희 장관이 국방예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삭감 폭을 줄여달라는 취지의 협조서한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보냈으며, 청와대에는 참조 차원에서 전달했다고 밝혔다.
'제2 롯데월드' 신축허가 문제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데 이어, '국방장관 서한' 문제로 다시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정부와 군이 충돌하는 양상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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