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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400명 마을, 공장지대로 분류돼 소음 피해

동부제철측, 10월까지 흡음재와 소음 저감시설 설치 계획

등록|2009.08.27 18:02 수정|2009.08.27 19:45

▲ 당진군 송악면 고대1리 주민들은 마을과 인접한 동부제철 전기로 소음으로 인해 불면증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 당진시대


충남 당진군 송악면 고대1리 주민들이 동부제철 전기로 가동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각종 공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우르르 쾅쾅'하고 천둥소리가 밤새 나는 통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여름밤에 덥다고 문을 열어 놓을 수가 있나. 이거야 원, 사람이 살 수가 없어."

주민들은 하나같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공장 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장 가동 이후 이따금 온 동네에 퍼지는 악취도 주민들에게는 큰 고통이다.

주민들에 의하면 지난 15일 밤 동네에 약품 냄새인지, 무언가 썩는 냄새인지 정체 모를 악취가 발생했다. 동부제철 전기로 가동 이후 종종 공장에서 발생한 악취가 바람을 타고 동네에 퍼진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

한 주민은 "노린내 같기도 하고 어떤 냄새라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역한 냄새가 난다"며 "냄새가 심한 날에는 헛구역질이 나고 속이 미식거릴 정도"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날씨가 흐리거나 기압이 낮은 날에는 소음과 악취가 더욱 심하게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마을에서도 지대가 높은 곳이나 동부제철과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피해는 더 크다. 특히 고대1리는 언덕이 많은데다가 동부제철 사이에 소음이나 악취를 차단해 줄 만한 산도 없어 소음과 악취가 고스란히 마을에 전해지고 있다.

공장이 가동된 지 한 달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지만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을이 아산국가산업단지 고대지구에 편입된 계획관리지역이라 소음허용기준이 공장지대 기준치인 70데시벨이기 때문이다.

주거지역 기준인 55데시벨에 비해 절반이 더 높은 기준치다. 그동안 마을에서 수차례 소음을 측정한 결과, 58데시벨에서 69데시벨 사이를 기록했다. 400여 명이 살고 있는 마을이 공장지대로 분류돼 소음 공해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동부제철측은 "공장 정상가동 전인 10월까지 흡음재와 소음 저감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마을에서 바라본 동부제철 전경 ⓒ 당진시대


"소리가 얼마나 큰 지, 천둥 치는 소리 같기도 하고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리 같기도 하고. 귀가 시릴 정도예요. 소리가 심할 때는 밤잠을 설치기가 일쑤고, 동네 사람들이 죄다 노이로제에 걸리게 생겼다니까."

한 주민이 말문을 열자, 여기저기서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여름이라 밤에는 방 문을 열어 놓고 자야 하는데 어디 그럴 수가 있나. 사람이 살 수가 없어요."
"등 너머쪽은 잠도 못 잘 지경이여. 새벽 내내 들리는 소리 때문에 신경이 쓰이고 소리가 클 때는 깜짝 깜짝 놀라 잠에서 깰 때도 있어."

한 주민이 공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는 주민이 있다며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모씨가 정자를 찾아 왔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그간의 고통을 털어 놓았다.

"우리 집 창문으로 보면 동부제철이 훤히 보여요. 바로 직통이라 소음이 심한 날에는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사람이 밤에 잠을 편하게 자야 낮에 일도 하는데 잠을 못자니 일상생활을 할 수가 있나요."

하씨를 따라 그의 집을 찾았다. 그의 설명대로 하씨의 대문 앞에 서자 동부제철이 눈에 들어왔다. 집 안 창문으로는 더 잘 내다보였다. 하 씨는 "공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직통으로 집안으로 들어와 잠을 잘 수가 없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하 씨의 옆 집에 살고 있는 양모씨는 "외지에 사는 자녀들이 이따금씩 와도 소음으로 갓난 아이가 밤에 잠을 못 잔다"며 "얼마 전에는 세 들어 살던 사람들이 잠을 잘 수가 없어 못 살겠다고 모두 방을 빼 나갔다"고 말했다. 

언덕이 많은 안섬포구에서도 낮은 지대에 살고 있는 이모씨도 소음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이씨는 "한밤중에 한 시간씩 공장에서 큰 소리가 나서 잠을 설친다"며 "소리의 크기는 자다가 깰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방문을 닫는다고 나아지는 정도가 아니라 속수무책으로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이 가동된 지 40여일이 지나도록 주민들은 매번 같은 피해를 반복해 겪고 있다. 당진군 환경과와 동부제철, 주민들이 수차례 소음을 측정한 결과, 58데시벨에서 69데시벨 사이를 기록했다. 실제로 본지 기자가 지난달 28일 현장에서 직접 소음측정기로 오전11시15분경 5분간 소음을 측정한 결과 최저 58데시벨에서 최고 65데시벨까지 소음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지역 기준 55데시벨을 훌쩍 넘는 수치다. 하지만 소음기준치 초과로 인한 법적 제재는 적용되지 않았다. 안섬포구가 거주지역이 아니라 공장지대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안섬포구 고대1리는 아산국가산단 고대지구에 편입된 계획관리지역으로 공장지대 소음허용기준인 주간 70데시벨, 야간 60데시벨이 적용된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주민이 400여명 가까이 살고 있는 마을에 공장지대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김모씨는 "조상 대대로 수백년을 이 마을에서 살아왔는데 주거지역이 아니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공장은 최근에 들어온 것인데 기업 때문에 서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길원 이장은 "소음측정치나 기준치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체감하는 소음과 겪고 있는 고통"이라며 "하루에 수차례씩 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전화가 걸려온다"고 말했다. 이 이장은 "최고 69데시벨까지 소음이 발생하는 정도로 천둥 치는 소리가 난다"며 "차라리 이주를 시켜달라며 마을에서 살 수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소음 뿐만 아니라 정체모를 악취에도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한 주민은 저녁에 이웃에 사는 친척집에 가기 위해 집 밖을 나왔다가 역한 냄새를 맡았다. 그는 소독 냄새 같은 악취가 마을 전체에 퍼져 있었다고 전했다. 

"소독 냄새 같기도 하고 생선 썩는 내 같기도 한 역한 냄새가 마을에 퍼져 있었어요."

같은 날 이길원 이장도 악취를 경험했다. 밤 12시경 뭔가 타는 냄새가 나서 자동차에 이상이 있는 줄 알고 나와 봤다고.

"처음에는 자동차에서 타는 냄새가 나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마을을 한바퀴 돌아 봤는데 공장 부근에서 냄새가 나더라고요. 고철 타는 냄새 같은 역한 냄새였어요."

이 같은 정체모를 악취는 바람이 동풍으로 부는 날이나 기압이 낮은 날 더욱 심하다고 한다. 마을에서도 동부제철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하씨는 소음도 소음이지만 악취로 인한 고통이 더 크다고 호소했다.

"가끔씩 냄새가 나는데 속이 울컥하고 미식거려요.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할 때는 말로 표현 못 할 정도예요. 그 냄새가 몇 달만 지속된다고 하면 동네에 살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주민들은 두 달이 되어가도록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마을 총회를 열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 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한편 동부제철측은 지난달 주민설명회 이후 "외부용역을 통해 소음측정을 실시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정상가동에 들어가는 10월까지 흡음재와 소음 저감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풀뿌리지역언론연대 모임인 충남지역언론연대의 회원사인 당진시대(http://www.djtimes.co.kr/)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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