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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변호사님, 정치인이 아닌 선배로 남아주실 거죠?

오랜만에 참여연대에서 만난 박원순 변호사

등록|2009.08.28 09:21 수정|2009.08.28 10:47

▲ 강연중인 박원순 변호사 ⓒ 김민수


박원순 변호사가 참여연대 창립 15주년 특별기획 "맥주 한 캔과 함께나누는 박원순 변호사의 2009 세상 고민"이라는 주제로 지난 26일 느티나무 홀에서 회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사임 후 "떠난 사람이 이리저리 간섭하는 것은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참여연대 간판만 봐도 돌아갔다"는 박원순 변호사가 오랜만에 온 것이기 때문에 많은 회원,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맹00, 홍00, 이00 회원님 오랜만입니다

▲ 강연에 참석한 다양한 연령대의 참석자들 ⓒ 김민수


박원순 변호사가 느티나무 홀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인사를 건네왔다.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도 남았을 법한 아주머니, 넥타이를 맨 삼,사십대 직장인, 이십대 청년부터 갓 대학에 입학한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이 함께했다.

오랜만에 방문한 참여연대였지만 박원순 변호사는 회원들의 이름을 잊지 않았다. 오랜 시간 참여연대와 함께한 회원들을기억하고 있었다. "젊은 시절 헌신했던 사람들이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지 못하고 돌아서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하는박원순 변호사이기에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준 회원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운동에 중요한 가치는 결국사람이다"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정작 그런 선배들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박원순 변호사의 모습이 더욱 돋보인다.

블로그 하세요?

블로그 하세요?강연 중에 자신도 블로그를 운영한다며 갑자기 사진촬영을 하는 박원순 변호사 ⓒ 김민수


박원순 변호사가 강연 내내 강조했던 것은 지역과 현장이었다. 박원순 변호사는 블로거 10만 명 양병론을 이야기 하며 "동네마다 마을신문과 마을 라디오가 만들어지면 또 다른 민주주의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한 "중앙에 어떤 운동보다 지역풀뿌리 운동이 잘 조직되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풀뿌리 운동에 경각심을 가지면 절대 저런 짓을 못한다. 정당 간부 눈치만 보지 않는가. 국민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지 않나. 풀뿌리 민주주의를 조직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지역 운동을강조했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경험한 시카고 풀뿌리 운동과 당선 사례를 예로 들며 "왜 시민운동이 책상머리에만 있냐. 국민을 위해, 세상을 위해 시장통으로 가야 한다"고 현장의 중요성을 다시금 역설했다.

▲ 많은 회원, 시민들이 박원순 변호사의 강연을 듣고 있다 ⓒ 김민수


그렇다면 자신의 40대 청춘을 바쳤다고 얘기한 참여연대 운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박원순 변호사는 "참여연대 운동이 조금 더 전문성 있고 밀도 있게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한 회원의 질문에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들며 "미국과 일본의 경우 운동이 전문화되어 전국적인 이슈에 연대하기가 쉽지 않다. 해외 활동가들이 한국을 부러워한다. 국제민주연대나 경제개혁연대와 같이 분리, 독립도 하지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체도 있어야 한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박원순 변호사는 참여연대가 창의적인 운동방식을 지속해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에 나왔던 냉장고가 똑같으면 팔리나. 성능이 좋아지던가, 아니면 브랜드라도 다르게 해서 나와야 하지 않나. 시민운동에 새로운 상품은 필요하다.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신선하게 표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플래카드가 꼭 네모 모양으로만 걸려 있어야 하냐. 방패연처럼 만들 수도 있지 않은가"라며 소위 '냉장고 이론'을 말했다.

당신의 책무를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 박원순 변호사 ⓒ 김민수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하면서 머리가 많이 빠졌다고 자인하는 박원순 변호사에게 거는 사람들의 기대는 매우 컸다.

특히 정치 참여에 대한 회원, 시민들의 목소리가 집요하게 이어졌다. 한 회원은 질의 응답시간에 "머리가 빠지셔도 고민하셔야 할 것 같다. 행동의 폭을 조절하는 것을 포함해서 고민하셨으면 좋겠다"라며 정치 참여에 대해 은근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직접적인 목소리도 많았다. "이번 자리를 통해 박원순 변호사님을 좋은 정치인으로 만들어야겠다", "정당에 입당원서를 제출하고 정당 개혁운동을 시작해 보시는 것을 권면해 드린다", "정치에 대해서 생각해 보시는 것은 어떠냐"라며 회원, 시민들의 정치참여 권유가 이어졌다.

하지만 박원순 변호사는 계속 되는 시민들의 권유에 "이거 짠 거 아니지요?"라며 "하나의 운명과 같다. 유명 로펌과 같이 돈을 많이 버는 곳이나 권력의 자리에 내가 간다면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겠나. 누구 눈치를 보고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이라고 말해 현실정치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덧붙이는 글 다음 view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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