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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맞는 새로운 소리를 기대해 본다

선암사 숲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박원순 변호사

등록|2009.08.28 20:30 수정|2009.08.28 21:51

선암사 숲길 ‘네티즌이 뽑은 연인과 함께 걷고 싶은 길 1위’ 선암사 숲길 ⓒ 이정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던 날 18일 오전 9시. '네티즌이 뽑은 연인과 함께 걷고 싶은 길 1위' 선암사 숲길을 걷고 있었다. '태백산맥'의 격전지 전남 순천 조계산을 사이에 두고 송광사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선암사는 세속에 물들지 않은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사찰중 하나다.

승선교. 보물 제400호 승선교 ⓒ 이정근



선암사 대웅전 앞에 있는 보물 395호 삼층석탑과 보물 400호 승선교도 일품이지만 올 봄에 왔을 때, 졸졸 흐르는 계곡과 나란히 가는 우거진 숲길이 너무 좋아 여름 휴가기간에 며칠 묵어가리라 마음먹었던 것을 실행하여 입구 민박집에서 이틀을 묵은 날 아침이었다.

관광객이 밀어 닥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다.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하고 있는데 조용한 산사에서는 들을 수 없는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익숙한 소리였다. 뒤돌아보니 일단의 무리가 산사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모두들 등산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한 사람만 여행용 가방을 끌고 있었다. 소리는 여행용 가방의 바퀴 구르는 소리였다. 가방을 끌고 내려오는 사람은 팀원들과 함께 선암사에서 1박하고 내려오는 박원순 변호사였다.

숲길여행용 가방을 끌고 가는 박원순 변호사 ⓒ 이정근



원래 여행용 가방은 대리석 포장이 잘된 공항에서 굴러야 소음이 없고 제격이다. 조용한 산사에서 들으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주변 환경에 적절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독특한 소리. 그런 소리였다. 어쩌면 목탁소리보다 더 귀속을 파고 들었다.

빈의자여행용 가방을 끌고 가던 박원순 변호사가 지나간 자리에 빈 의자가 있었다. ⓒ 이정근



시민참여와 시민연대를 기치로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소리를 내던 참여연대가 출범 15년을 맞이했다. 시민 사회에 잔잔하지만 큰 울림을 주었던 그 소리가 이제 선도가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소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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